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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78 미국 동부에서의 월동 준비

by jcob why 2022.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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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군대 제대할 때까지, 근 20년 동안 단독주택에 살았다. 서울엔 몇몇 단독주택 단지들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인 성북구 돈암동 일대에 집이 있었다. 단독주택에 살면 왠지 엄청나게 부유한 삶을 산 게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흔히 생각하는 성북동이나 한남동의 근사한 단독주택촌이 아니라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쌍문동 동네에 더 가까운 분위기였다.

 

단독주택에 살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몇 가지 단점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겨울에 정말 많이 춥다는 것이다. 몇 살 때까지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짧게 연탄을 때던 시절도 있었고, 리모델링 후에는 보일러로 온돌을 땠지만 아버지가 1년에 한두 번 정도 기름을 배달해서 보일러에 넣어야 했었다. 이런 얘기 들으면 엄청 시골이거나 옛날이야기 같겠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90년대 후반까지 있던 일이다. 달동네도 아닌데 말이다.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이런 경험을 한다.

 

특히나 우리 집은 7~80년 된 일본식 다다미 기와집이어서 웃풍이 정말 심했다. 창호를 신형으로 교체하고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도 벽에 스며드는 한기가 온몸을 으슬으슬하게 만들었다. 집에서 두꺼운 옷과 내복을 늘 입고 담요를 덮고 지냈고, 어렸을 적 내 사진엔 늘 빨갛게 튼 볼이 보였다. 사무실에서나 볼 법한 부탄가스 3단 히터를 틀어놓고 생활해야 했다. 

 

결혼 후 한국에 들어와서 정착했던 첫 집도 많이 추웠다. 원룸 오피스텔이었는데 말이 오피스텔이지 사실 다세대 주택에 가까웠다. 희한하게 생긴 세대여서 불과 7~8평의 작은 평수의 복층 집이지만, 층고가 거의 6 미터 정도 됐다. 그러다 보니 보일러를 아무리 돌려도 집이 따뜻해지지 않았다. 침대 매트리스에 따ㅇ미 텐트를 치고 살았는데, 그때 우리 아이 사진에도 늘 빨갛게 튼 볼이 보였다.

 

이번 주에 갑자기 날씨가 확 추워졌다. 미국 동부의 겨울은 한국 못잖게 춥다고 한다. 최근 몇 주간 아침저녁으로 한자릿수 기온(섭씨)을 기록하더니, 이번 주엔 2~3도에 머물렀다. 어젠 낮에도 10도를 넘지 않았다. 문제는 집이 더 춥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방안 온도가 15도까지 떨어졌다. 정말 하루 종일 오들오들 떨면서 지냈다.

 

한국의 대부분의 가정집엔 바닥 난방이 적용되어 있다. 그 옛날 조선시대 때도, 앞서 말했던 연탄을 사용해도, 전기식 난방도, 혹은 가스보일러도 모두 바닥 난방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착한 이 아파트에는 에어컨 겸 온풍기가 설치되어 있다. 컨트롤러로 냉난방을 선택할 수 있고, 온도 조절을 하면 냉난방기가 작동해서 각 방에 있는 송풍구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형식이다.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형식의 난방 방식은 굉장히 춥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집도 그렇다. 

 

거기에 전기세 걱정에 온풍기조차 자주 틀지 않게 된다. (그래서 늘 짠돌이라 욕먹는다. ㅜㅜ) 지난주에 처음으로 한 달 치 전기세 고지서를 받았는데, 냉난방기를 거의 틀지 않은 상태에서 270kW 정도 사용했고, (딱 적당한 수준의 전기 사용이라 생각했다) 전기세는 50불 정도 나왔다. 7만 원 정도 나온 건데, 한국에서 같은 전기 사용량으로 2만 원 돈 나왔던 것을 떠올리면 정말 엄청나게 비싸다. 춥다고 온풍기를 주야장천 틀고 있으면 전기세가 쉽게 100불을 넘을 거란 걱정에, 아주 최소한의 양만 온풍기를 틀었더니 아내의 구박이 한 바가지다.

 

온풍기 외에도 거실에 벽난로가 있기는 하다. 최신식 건물에는 가스를 사용하거나 전기를 활용한 벽난로가 있는데, 우리 집의 벽난로는 진짜 나무를 때는 벽난로다. 이걸 진짜 사용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화재 위험이 있으니 정말 난방용으로 사용하지는 않을 듯하다. 분위기 연출용이면 몰라도.

 

아무래도 한국에서 단독주택 살 때나 다세대 주택 살 때처럼 월동 용품 준비가 필요할 듯하여, 이번 주에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는 생활용품을 구매했다. 미국의 가정집은 한국처럼 창호가 단열이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구옥이 많기 때문이다) 외풍을 막을 수 있는 방풍 비닐을 구매했고, 아이와 부부의 침대용 전기장판, 거실 소파용 담요, 전기담요, 등하교하는 아이와 아내를 위한 전기 손난로를 구매했다. 휴대용 라디에이터 난로도 구매할까 했으나, 집에 전열기기가 너무 많이 두는 것 같아서 꼭 필요하게 되면 그때 구매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구매한 방풍 비닐로 각 방에 난 창문을 막아줬다. 집안이 영 썰렁해서 이게 외풍(창 틈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인지, 웃풍(벽에 스며든 한기) 때문인지 잘 몰랐지만, 그래도 영 창호가 허술해 보여서 일단 각 창문을 방풍 비닐로 덮었다. 방안이 더 따뜻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는데, 창을 덮은 비닐이 찬 기운으로 팽팽하게 부푼 것을 보니 외풍이 있었던 모양이다. 한국처럼 단열 뽁뽁이를 팔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뽁뽁이를 발견하는 데는 실패했다.

 

아마존에서 구매한 전기장판은 특이하게도 마치 매트리스 커버처럼 고무줄 처리가 되어 매트리스에 씌울 수 있게 생겼다. 한국에선 온수매트라 해도 매트리스 위에 그냥 깔아놓는 요 형태였는데, 여기 온열 매트는 매트리스를 싸는 고무줄 시트 커버 윗부분에 온열선이 설치되어 있는 형태였다. 한국에서 전기장판을 침대에 깔면 이리저리 움직여서 불편한 경우도 있었는데, 같은 용도의 물건도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게 디자인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미국에선 한국보다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거실에서도 담요를 덮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실내 온도를 한국에서처럼 23~4도로 유지할 수는 없어서, 거실용 담요를 구매했다. 하나는 일반 담요, 다른 하나는 전기담요다. 전기담요는 미국에서 많이 쓰는 거실용 담요(throw라고 부른다)에 온열선이 들어간 형태다. 재택근무를 할 때 아내가 많이 추워했었는데, 전기담요로 무릎을 덮고 있으니 훨씬 따뜻한 모양이다.

 

미국에선 워낙 에너지 사용 비용이 비싸다 보니, 갖가지 실내 방한 용품을 활용해 비용 절약을 하면서도 따뜻함을 유지하려고 애쓰게 된다. 한국에선 막판에 신축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온갖 실내 방한 용품들을 잊고 살았는데, 미국에 오니 다시 냉골인 방에서 이불 돌돌 말고 침대 안에 들어가 꼼짝도 못 하게 되었다. 이제 고작 10월 말일뿐인데… 긴 긴 겨울, 잘 생존할 수 있겠지?

 

Photo by Clint Patter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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