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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81 무서워서 못 하는 남자, 무서워서 해치우는 여자

by jcob why 2022.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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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띵~’

 

‘응? 무슨 소리야?’

 

‘타이어 기압이 안 맞는다네. 정비를 받아 봐야겠는데?’

 

며칠 전, 산 지 두 달 정도 된 나의 새로운 미국차에서 처음으로 경고등이 떴다. 연식과 마일리지가 조금 된 중고차를 사면 여러 가지 정비 이슈가 생기는데, 그 첫 현상이 생긴 것이다.

 

내가 산 중고차는 지난번에도 말했듯, (이 글 참조) 2011년 독일 M사의 4륜 구동을 지원하는 준중형 세단이다. 참고로 이 정도 연식의 차량은 건실한 일본, 한국의 브랜드 준중형 차량보다 독일 브랜드의 준중형 차량이 더 저렴하다. 이유는 바로 일본차나 한국차의 정비가 훨씬 용이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차는 정비 비용이 비싸고 부품 수급도 쉽지 않다. 처음에는 안전한 독일차를 구매했다며 안심했다가 정비를 받을 생각을 하자 아차 싶었다. 10년이 넘은 중고차, 생각보다 이슈가 많을 수 있는데…

 

 그러고 보니 엔진 오일은 언제 갈았는지 싶었는데, 다행히 전 소유주가 엔진오일 교환 시기를 스티커로 앞 유리에 붙여 놓았다. 엔진 오일 교체 시기까지는 대략 500마일 정도다. 타이어 공기압 체크도 받고 엔진오일도 갈아야겠다 싶었다. 

 

차를 맨 처음 샀을 때 검색해 봤는데, 내 차는 엔진오일을 갈 때 비용이 두 배라고 한다. 엔진오일도 고급 엔진오일이 들어가고, 원래의 엔진오일을 빼는 것도 더 복잡하다나? 으, 아까운 내 돈. 잠깐 살 때의 우쭐함이 정비 때의 지질함을 낳는다.

 

연식 오래된 중고차를 구매하면, 첫 정비를 받을 때 상당한 두려움을 안게 된다. 타이어 공기만 넣으려고 했는데 타이어를 통으로 다 갈아야 한다든지, 엔진 오일을 갈려고 갔는데, 브레이크 패드를 갈아야 한다든지 하는, 전에는 알지 못했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곤 한다.

 

나는 그런 두려움이 생길 때, 어떻게든 그 일을 피하려고만 한다. 안다 알아. 그런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 하지만 인간이 어리석어도 그 두려운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하고 만다. 그래서 더 큰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대략 십 년 전 결혼하기 전 나는 20년 된 아주 낡은 스포츠 세단을 몰고 있었다. 구닥다리 오래된 차지만 멀고 먼 학교까지 나를 데려다주는 아주 고마운 친구였다. 이 차는 이천 불이 안 되는 금액으로 구매해서 거의 2년 가까이 나의 발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속도로를 타고 교회 동생들을 집에 데려다주고 있었는데,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서고 말았다.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차가 그렇게 서 버리자, 나는 그야말로 패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차는 캠 벨트라는 곳이 끊어져 버렸는데 회생이 불가능했고, 그렇게 그 차를 보내야만 했다.

 

보낸 건 그 차만이 아니었으니, 바로 내 멘털이었다. 그 뒤로도 형편상 중고차를 구매해야 했고, 이미 수년을 운행한 중고차들은 이런저런 이슈가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큰 문제가 있을까 봐 안절부절못했고, 결국 큰 문제가 생길 때까지 전전긍긍하다가 일만 키우곤 했다. 문제가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두려웠고, 무서워서 이를 피하고 도망가는 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이런 나와 완전 반대의 성격을 가진 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아내다. 이 사람도 겁이 많은 사람이다. 사소한 일에도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걱정하고,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성격이다. 세상에서 불확실함을 가장 싫어하고, 가장 확실할 때까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무섭고 겁이 많은  것은 똑같은데, 다만 행동은 완전히 반대다. 무서운 것이 너무 싫어서 가장 빠른 시간에 가서 확인하고 체크하고 문제가 있다는 것, 혹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지만 직성이 풀린다.

 

차에 공기압 경고등이 들어온 것은 며칠 됐다. 평소의 나라면 아마도 타이어의 바람이 완전히 빠져 버려서 타이어를 교체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차에서 다른 어떤 문제가 불거져 나올지 모를 노릇이었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결혼하고 나서 많이 바뀌었으니,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해 거기까지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주일이 지나기 전인 오늘 이를 손 보러 정비소를 향했다.

 

반면 아내는 며칠 전부터 들어온 경고등에도 오늘에야 정비소에 가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아내도 성격이 많이 변한 지라, 오늘까지 나에게 조급하게 어서 정비소를 가라 재촉하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정비소로 향했다. 다행히 차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엔진 오일 가격이 역시나 비싸긴 했지만, 타이어도 모두 확인해 주었고, 우리가 점검하려 했던 타이어나 엔진 오일 외에도 다른 부분에서도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둘이 만나, 한 명은 무섭지만 조금씩 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되고, 다른 한 명은 무서워도 조급함과 맞설 수 있게 된다. 이 상황에서의 함정은 그래도 서로 완전히 만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더 맞추어야 한다.

 

Photo by Tim Mosshold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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