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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17(1) 미국 운전면허 교환기1: 한 번에 되면 교통국이 아니지

by jcob why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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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초기 정착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차량 구매의 가장 중요한 단계인 미국 운전면허 교환을 위해 주 교통국을 찾았다.

 

미국의 여러 주를 걸쳐서 거주지를 옮기다 보면 도대체 이놈의 나라가 과연 다 같은 나라인지 매우 의심스러울 정도로 각 주마다 제도나 법이 다 다른데, 어쩌면 미국에 살면서 가장 많이 방문할지도 모르는 주 교통국마저도 각 주마다 그 명칭이 다를 정도로 그 차이가 크다.

 

전에 미국에 있을 때 세 개의 주를 넘나들며 생활할 때도 각 주마다 교통국을 방문했는데, (유일한 신분증이라 할 수 있는 운전면허를 따거나 교환하려면 꼭 가야 한다) 늘 사람이 많고 행정도 느리고 오래 걸리기도 해서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자자했다. 오죽하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주토피아)에서 비꼴 정도였으니까. 아침 일찍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무실이 열기를 기다리고, 번호표를 받고 나서도 반나절은 우습게 지나가는 곳이다.

 

교통국 방문은 미국에서 꽤나 스트레스가 가득한 업무 중 하나였기에, 전날 밤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서류가 잘 준비됐는지 여러 번 확인하고 체크하고 그래도 잘 안될까 봐 걱정되고 그러더니, 결국 새벽에 잠에서 깨 잠을 못 이루는 상태에 이르렀다.

 

사실 너무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는데, 그저 한국 면허증을 미국 면허증으로 바꾸는 일일 뿐인데. 뭐가 그렇게 긴장되는지, 이런 내가 너무나도 싫다. 어쩌면 다른 미국인들처럼 그저 미국 행정이 그지 같다고 욕만 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잘못되면 내 손해라는 생각이 지배하다 보니, 그저 아무 문제없이 처리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결국 새벽에 한참을 뒤척이다 정신 차릴 겸 샤워를 하고, (사실 운전 면허증을 받으려면 사진도 찍어야 하니 꽃단장을 해야 하긴 하다) 옷을 갈아입고 보니 일곱 시 반이다. 다행히도 교통국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고 아침에 여덟 시 반에 여니까 삼십 분 전에 가서 기다리면 되겠지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교통국에 도착하고 보니 내가 아는 풍경과 많이 달랐다. 다른 주에서의 교통국은 명칭은 달라도 모두 별도의 건물과 주차장으로 이루어진 행정 건물이었는데, 여긴 쇼핑몰 건물 한켠의 작은 사무실에 ‘운전면허 센터’라 적혀 있을 뿐이었다. 또, 다른 주의 교통국에선 이른 시간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오픈 이십 분을 남겨 도착한 내 앞엔 고작 다섯 명(그중 둘은 일행-아빠와 아들)뿐이었다. 참으로 생소한 광경이었다.

 

여덟 시 반이 되자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씩 교통국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면허 교환하러 왔다고 리셉션에게 말하자 번호표를 뽑아준다. 사람이 거의 없어 정말 바로 창구에 가서 요구하는 서류를 전달했다. 긴장을 풀려고 ‘교통국에 오는 건 괜히 긴장된다’ 말하며 아이스 브레이킹도 하면서 ‘이대로 잘 마무리되나?’ 기대하고 있는데 시력 검사를 해야 한단다. 운전면허 발급이니까, 적성검사 생각하며 검사를 받으러 자리를 옮겼다.

 

직원이 가리킨 자리에는 뭔가 처음 보는 커다란 기계가 있었다. 안경을 쓴 채, 두 눈을 대고 보자 아홉 개의 박스 안에 세 개의 숫자가 적혀 있는데, 가로 세 줄 모두 중간 박스에는 아무런 숫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직원이 숫자가 아홉 개인데 왜 여섯 개만 읽느냐며 다시 읽어보라고 한다. 난 ‘장난치나?’ 싶었다.

 

‘음, 지금 면허 못 주고 병원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뭐라고? 병원?

 

(다음 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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