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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18 미국 중고차 구매 대작전1: 이제 차만 사면 되는데…

by jcob why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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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이 되면 딸아이의 학교가 개학을 한다. 아내도 본격적으로 박사 과정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한다. 아이도 학교에 가고 아내도 학교에 가면… 난 집에서 자유다!!!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이의 학교는 ELS 때문에 처음에 어싸인되었던 학교와 다른 학교로 재배정이 되어서, 스쿨버스 스케줄이 조정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딸아이의 학군을 생각하다 보니 집은 아내의 학교가 위치한 도심과는 약 십여 마일 떨어진 외곽 지역이고, 아내가 학교에 가려고 해도 라이드가 필요하다. 즉, 차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바로 전날 극적으로 운전면허를 손에 넣은 나는 정착 에이전트의 도움으로 바로 중고차를 구매하기로 하고, 원하는 예산과 차의 종류를 알려주고 약 10대의 선택 리스트를 받아 들었다. 예산이 워낙 적었던 데다, 최근 미국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기사에서도 많이 봤을 거다) 특히 중고차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 미국에 올 때 생각했던 차량들보다 연식이나 마일 수가 많이 올라가는 차량이 많이 보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차는 필요하고 시간적 여유나 예산은 부족하니, 가능한 선에서 해야지.

 

우리가 정착한 곳은 겨울에 많이 추운 동부지역이라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오기 전부터 많이 걱정을 했었다. 그래서 차를 상 때도 첫 번째로 고려한 것은 사륜구동이 되는 차량을 염두에 두었다. 사는 지역에 언덕도 많고 눈도 많이 오는데, 앞바퀴 굴림이나 특히 뒷바퀴 굴림 차량들은 잘못하면 그런 환경에서 아주 취약하기 때문이다. 리스트도 사륜구동만 보면서 차를 골랐다.

 

아내와 상의하면서 고른 차는 총 4종이었는데, 1순위는 일본 3대 메이커에서 출시했던 독특한 모양의 SUV, 2순위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보이는 미국 브랜드의 소형 SUV, 3순위는 국내에는 없지만 미국에서 왜건으로 유명한 일본 브랜드의 SUV, 4순위는 약간의 로밍을 곁들인 미국 정통 SUV 차량으로 골랐다. 순위가 높은 차들은 사륜구동 SUV면서도 아내도 같이 운전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춘 차들이다.

 

에이전트는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일을 진행해 주었고, 내가 면허를 받자마자부터 바로 딜러들을 접촉해 약속을 잡아 두었다. 오늘 오전에 아이 영어 테스트가 있어서 스케줄이 굉장히 타이트했는데 그래도 가급적이면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와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아침엔 굉장히 바빴다. 일단 아이의 영어 시험을 위해 아내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어야 했고, 거의 20여 일 동안 타고 있던 렌터카를 반납해야 했다. 그리고는 우버를 타고 딜러샵에 가야 했다. 아내는 출장을 오면서 우버를 탄 적이 조금 있었는데, 나는 우버가 처음이어서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 그런데 에이전트가 자신이 라이드를 해주겠다고 해서 편하게 딜러샵을 향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차에 태워주는 것을 굉장히 꺼린다. 책임 보험 규정이 까다롭고, 사고가 나면 보상의 범위가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1순위와 3순위로 두었던 차들이 다른 소비자들에게 팔렸다는 딜러의 연락을 받았다. 특히 1순위로 두었던 차는 컬러도 흰색이고 엉뜨에 내비, 후방카메라까지 있어서 매력적이었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2순위의 차를 보러 향했다.

 

딜러샵에 도착해 흑인 딜러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준비된 차량을 둘러봤다. 차량 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마일 수는 조금 있었지만, 리스트의 차량 중에 연식도 가장 짧았기 때문에 상태가 좋아 보였다. 실내도 깨끗했고, 시운전을 해 보았을 때도 액셀을 밟는 대로 부드럽게 운행하는 것이 괜찮았다. 한국에서도 소형 SUV를 몰았는데, 아무래도 미국 내수용 차량은 엔진도 크고 사륜구동이어서 그런지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몇몇 미관상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이 차를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고 에이전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다. 내 운전면허로는 차를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뭐라고? 왜? 이유인즉슨 내 운전면허에는 ‘interim’이라는 일종의 ‘임시’ 면허라는 표시가 있는데, (이게 또 ‘temporary’랑은 또 다르단다. 아~ 복잡해) 면허증에 이 표시가 있으면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없어 차 구매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무슨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란 말인가? 그럼 면허증을 받을 때까지 차를 살 수 없단 말인가? 2주는 걸린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솔루션은 빨리 나왔다. 교통국에 가서 아이디를 만들어 오면 그걸로 구매할 수 있단다. 미국에선 워낙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운전면허가 있어서 거의 쓰지 않지만, 교통국에서 포토 아이디 발급도 해준다. 운전면허 기능은 없는 신분증인데, 면허증이랑 거의 똑같이 생겼다. 그걸 받아오면 된단다. ‘Interim’ 면허를 가지고 가면 바로 발급해 준단다.

 

그래서 딜러에게 차는 일단 홀드해 달라고 부탁하고, 차량 대금을 지급할 캐셔스 체크(일종의 자기 앞 수표. 금액을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받는 대상을 정해서 발행할 수 있다)도 발행해 올 겸, DMV와 은행으로 향했다. DMV에 먼저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완전 황당해한다.

 

‘인터림이라 차를 구매할 수 없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게 운전면허이자 아이디야. 당연히 구매할 수 있어.’

 

‘그래도 아이디를 발급받아 오라는데?’

 

‘원하면 발급은 가능한데… 참 이해가 안 되네…’

 

다행히도 아이디 발급은 바로 되었다. 안내 직원이나 창구 직원이나 잔뜩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디를 발급해 주었다. 피 같은 30불을 추가로 지급해야 했지만, 지금 이슈는 그저 문제 해결과 차량 구매다.

 

다음에는 은행에 가서 캐셔스 체크를 발행했다. 만불 단위의 돈을 쓰는 게 미국에서 거의 처음이라, 잔뜩 긴장이 되었다. 개인 체크와 다르게 캐셔스 체크를 발행하면, 그 순간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 (거기에 수수료도 있다. 수수료 천국 미국이다)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무사히 수표 발행을 마치고 딜러샵으로 향하려 하는데, 딜러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타이틀이 없어. 타이틀이 옆 주의 타이틀이야.’

 

타이틀은 우리나라로 치면 차량등록증 같은 건데, (엄밀히 말하면 등록증이랑은 또 살짝 다르다) 이게 주마다 다 달라서 다른 주의 차를 구매할 수가 없다. 만약 다른 주의 차를 구매하고 싶으면 판매자가 먼저 주를 옮겨서 차 등록을 변경하고 타이틀을 받아 판매를 해야지만 그 주의 사람에게 차를 판매할 수가 있다.

 

타이틀은 월요일 오전이면 해결된단다. 하지만 난 지금 당장 차가 필요하고 월요일에 딜러샵은 또 어떻게 온단 말인가? 에이전트는 현란한 말솜씨로 너희가 잘못한 일이니 얘가 지금 당장 차가 필요한 것을 해결해라. 그러면 월요일에 와서 정상적으로 차를 사겠다라며 딜러를 압박했다. 딜러는 매니저에게 물어보겠다더니 일단 월요일까지는 내가 사기로 한 차를 무료 임시 대여로 쓰고 월요일에 서류가 완료되면 명의 이전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 그럼 됐지.

 

결국 나는 에이전트와의 상의 끝에 딜러의 제안대로 하기로 하고, 임시 대여 계약에 사인하고 대금 지급 없이 차를 받아 왔다. 아이디 이슈와 타이틀 이슈가 동시에 터지는 바람에 조금 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정착의 마지막 단추를 거의 잠갔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뒤에 생길 더 큰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채…

 

Photo by Kazuo ot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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