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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21(1) 미국 중고차 구매 대작전2: 전화위복

by jcob why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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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이 이루어지는 날. 우리 집 세 식구가 모두 중요한 하루를 앞두고 있다. 부디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딸아이는 미국 초등학교에 첫 등교를 하게 된다. 아이의 말을 빌리자면, ‘학교에 가기 싫지만, 학교에 빨리 가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은 금방 적응하니까, 하나도 걱정할 것 없어요.’

 

라고 주변에서 말들 하곤 하지만, 그들도 결국은 걱정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우리 아이가 학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나도 걱정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다행히 지난 금요일에 영어 테스트도 곧잘 보고 와서 ESL을 오래 듣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걱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늘 걱정은 부모의 몫이다.

 

아내는 학과 박사 과정 신입생들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된다. 지난주까지는 외국인 학생 오리엔테이션이었지만, 이번 주부터는 교수 지정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학과 내의 일들이 시작되기 때문에 아내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사 과정임에도 워낙 고스펙의 어린 친구들이 많아 잔뜩 쫄아 있는 모습을 보고 그만큼 네가 대단한 거라고 위로를 건넸지만, 여전히 아내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실 난 나 나름의 태스크를 앞두고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구매하기로 하고 집으로 가져온 차가 주말 동안 말썽을 일으켰다. 엔진 경고등과 엔진과열 경고등이 함께 들어온 것이다. 어쩌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십 년 전 미국 생활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문제 중에 하나가 차량 고장 문제였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차를 또 고른 것이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나 엔진 과열 경고등은 불만 들어온 것이 아니라 경고음까지 계속 울려댔는데, 하필이면 아이와 함께 나갔을 때 경고음이 나기 시작해 아이가 너무 놀라기도 했다. 오늘 난 아내와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는 동안, 차의 고장 문제를 해결하거나 다른 좋은 차를 잘 골라서 구매해야 하는 미션을 가지게 됐다.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아내는 학교에 아홉 시까지 가기 위해 일곱 시 반 버스를 탔다. 지난번의 글과 같이 수 차례의 연습과 시도 끝에 버스 정류장과 갈아타는 곳, 종착역까지 완벽히 외운 후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내가 태워주고 싶었지만, 아이의 등교시간과 완전히 겹쳐 방법이 없었다.

 

아이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늘 그래 왔기 때문에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국 학교에 처음 가는데도 설레는 마음 가득한 아이가 대견하고 신기하다. 나는 아이를 위해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고, (워낙 입이 짧아서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사 먹기 힘들 것 같았다) 외출 준비를 했다. 아마도 긴 하루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는 차(!)로 아이를 학교에 무사히 데려다주고, 딜러샵에 가려고 했는데, 타이틀 발급에 시간이 걸린다고 오후에 오라고 한다. 엔진 과열 등이 들어온 것 때문에 무사히 차를 끌고 딜러샵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일찍 가봐야 기다리기만 한다. 시간에 맞춰 가는 게 가장 좋다.

 

11시 반 정도가 되어 차를 끌고 딜러샵을 향했다. 딜러샵까지는 약 15마일 정도, 3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이다. 주행을 시작하는데, 5분이 안돼서 또다시 엔진 과열 경고등과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내 차가 아녀서 바디샵에 갈 수도 없고, 딜러샵에서는 100마일까지는 괜찮으니 몰고 와도 살관 없단다. 우쒸.

 

딜러샵까지 가는 길엔 언덕과 내리막이 계속 연속으로 나오는 길이었는데, 고속도로에 들어서기 직전 언덕에서 다른 경고등이 하나 더 들어왔다. 찾아보니, 엔진 성능 제한 경고등이었다. (엔진이 과열되었다고 뜨니 차의 컴퓨터가 강제로 차량 성능을 떨어뜨려 위험한 상황을 막는 거다) 그 불이 켜짐과 동시에 차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으앙. 진짜 죽겠구나. 제대로 못 고쳐놓기만 해 봐라!

 

약 30분 만에 가까스로 딜러샵에 도착했다. 마지막 딜러샵으로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었는데, 차 속도가 20~30킬로밖에 나지 않았다. 난 진짜 속으로 계속 기도하면서 (제발 멈추지 않게 해 주세요~) 운전했고, 마침내 딜러샵에 도착하는 데에 성공했다.

 

딜러는 미안하다며 체크업을 하고 알려주겠다고 한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란다. 미국에선 뭐만 했다 하면 기다림의 연속이다. 자체 바디샵에 보내서 점검해 봤더니, 엔진 온도 센서 오류란다. (그게 다라고?) 큰 문제는 아닌데, 오늘 고칠 수 없어서 내일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단다. 금요일 때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가벼운 이슈라면 잘 고쳐서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또 내일로 미뤄진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온도 센서를 고치거나 바꿨는데 진짜 과열 문제라면? 그땐 문제가 심각해진다.

 

거기에 내일까지 빌려줄 수 있는 임시 대여 차량도 하나도 없단다. 나는 조심스레 우려를 이야기했다.

 

‘이거, 온도 센서를 교체해도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거 아냐?’

 

‘그렇긴 하지.’

 

‘그런데 내일 받으러 와야 하는데, 빌려줄 수 있는 차도 없다면서?’

 

‘미안해. 오늘은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그러지 말고… 차라리 다른 차를 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나 사실 이 차 운전하면서 엄청 쫄았거든.’

 

‘어~어! 괜찮아, 괜찮아. 이해해. 혹시 다른 차 봐 놓은 거 있어?’

 

사실은 어젯밤에 잠을 못 자고 뒤척이면서 혹시 고치지 못해서 차를 새로 봐야 할까 봐, 같은 딜러샵의 비슷한 가격의 차를 봐 놓았다. 하나는 약 삼천불 정도 더 비싼 미국 브랜드 정통 SUV, 다른 하나는 천불 정도 더 비싼 독일 브랜드의 소형 세단이지만 사륜을 지원하는 차량이었다. 딜러에게 두 차를 이야기하자, 다행히도 둘 다 아직 차고지에 있다고 한다. 어느 차를 더 선호하냐고 물어봐서 독일 소형 세단을 말했다. 사실 두 차량 모두 로망에 가까운 차였는데, 에이전트의 리스트에는 없었다. 놀랍게도 독일 세단이 더 저렴하기도 했고, 처음 사려던 차보다 마일 수도 더 적었다.

 

다시 새로운 차의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차는 훨씬 묵직했다. 세단인지라 차체가 낮은 것이 익숙하진 않았지만, 역시 만듦새가 전반적으로 좋았다. 맘에 들었다. 이번에도 외관에 부족한 부분은 눈에 띄었지만, 그래도 깔끔했다.

 

‘나, 이 차 사는 게 좋겠어. 그 차 사실 좀 무서워.’

 

‘좋아. 우리 가게에서 차를 골라줘서 고마워.’

 

정착 에이전트는 딜러에서 문제가 있었던 만큼 다양한 혜택을 받게 해 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사실 뭐 대단한 걸 받을 수는 없었다. 워낙 중고차 가격이 오르면서 딜러들이 갑이 되기도 했고, 정찰제에 가깝게 딜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딜러나 에이전트 모두 마음을 써 주는 것은 고마웠다. (뭐 좋게 생각해야지. 그들도 얼마나 식겁했겠어. 뭐 이런 일이 있나 싶었겠지)

 

이런 결정을 하고 있는 사이, 사실 다른 쪽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또 벌어졌다. 그 사이 아이가 학교에서 하교하는 시간이 되었고, 아내는 오리엔테이션을 일찍 마치고 우버를 타고 아이 학교에 가서 아이를 픽업했다. 아내가 아이 학교까지 가는 동안 시간도 촉박해서 나는 우버 차량을 추적하면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나도 아내도 휴대폰 배터리가 다 닳도록 위치 추적을 켜고 있어서, 그것도 가슴 졸였다. 다행히 아내는 아이를 잘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갔고, 거의 동시에 나는 딜을 클로즈했다.

 

그렇게 무사히 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아내나 아이 모두 바뀐 차를 좋아한다. 우리 가족이 초기 정착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차량 구매가 드디어 끝났다. 한국에서 이곳에 온 지 21일 만에. 이젠 이곳에서의 삶을 조금 즐길 수 있을까?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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