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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와이프 따라 미국 가는 남자 2

2-3 장밋빛 해외 이주 준비? 과호흡 유발할걸?

by jcob why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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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대려 왔던 미국행이 확정되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 이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사를 해도 마찬가지지만 이주를 준비하는 것은 투 트랙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하나는 국내의 지금 생활을 정리하는 것,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의 미래 생활을 준비하는 것이다. 초반에 설레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까? 한국생활의 정리보다는 미국 생활의 준비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미국 생활의 준비는 대부분 뭘 사고, 살 집을 구경하고 이런 일들이라서 훨씬 더 설레고 재밌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합격한 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나에게 익숙한 지역이나 도시는 아니었다. 이십 대 말, 삼십 대 초반을 미국에서 보냈지만, 마지막 6개월 정도의 뉴욕 생활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서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살았기 때문에, 새로 가게 될 펜실베이니아 지역과 도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같은 미국인데 뭐가 다르겠나 싶겠지만, 마지막 6개월을 보냈던 뉴욕 생활을 통해 우리 가족은 미국 안에서도 주별로 얼마나 다른 제도와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경험했다. 하지만 평소 같으면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가득했을 이러한 환경조차도 설렘이 가득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큰 모험이라는 영화와 같은 장밋빛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런 설렘을 안고 미국 이주 준비랍시고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부동산 사이트로 집 알아보기였다. 박사과정으로 학교에 가면 학교에 따라 대학원생 하우징을 지원하는 학교가 있기도 하지만, 아내의 학교에서는 연구비를 더 지원해 주는 대신 하우징은 따로 지원해 주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집 구하기는 어떨까? 10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전세가 없는 나라, 집 사려면 무한정 모기지를 갚아야 하는 나라, 월세도 보증금은 적지만, 월세가 비싼 나라. 하지만 공간은 정말 넓은 나라. 이런 몇 가지 특징만 기억하고 있는 채로 부동산 사이트를 둘러보았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미국 동부의 중소도시,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편으로 보였다. 하나하나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월세가 어마어마해 보이지는 않았다. 10년 전 물가를 생각해보면 딱 그 정도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은 22년 들어서 물가가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극에 달했고, 그 여파는 우리나라에까지 미쳤다. 그 뒤는 뉴스에서 보신 바 대로다. 미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동네에 10년 전 물가 대비 10년 후 미국 중소도시 물가, 팬데믹과 인플레이션만 없었다면 22년 중소도시 물가가 12년 샌프란/뉴욕 물가보다 저렴했을 거다. 오히려 중소도시에 가게 된 것이 우리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그래서인지 기분이 좋아져서는 마치 쇼핑을 하듯 지도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집들을 둘러보았다. 진짜 귀염 뽀짝 한 집들도 있고, 도심 한가운데에 근사해 보이는 도심형 아파트도 있다. 그렇게 이 집 저 집 포스팅을 옮겨 다니며 우리 세 가족이 어떤 삶의 모습을 살게 될지 상상해 보는데, 그 들뜨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또 즐거운 준비 중 하나는 중고차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30대 초반을 보냈던 10년 전엔 차를 살 때 많은 돈을 들이지 못해서, 정말 굴러만 가는 차들을 구해서 타고 다녔더랬다. 15년은 족히 된, 십수만 마일의 마일리지를 가지고 있는 그런 차들을 탔는데, 한국이라면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다.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탔던 차가 2001년식의 혼다 오디세이였는데, 마일리지가 15만 마일(23만 킬로미터)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부양가족도 있고 하니, 한 만 오천 불 정도 돈을 써서 중고차를 구매하려고 했다. 그 정도면 10년 안쪽 연식의 차를 수만 마일 마일리지 상태로 구매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그래서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그 정도의 돈으로 어떤 차들을 구매할 수 있을지 둘러보며 세 가족이 차를 탄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사이트와 사이트, 페이지와 페이지를 옮겨 다니면서 구경하기만으로 수일을 보냈다. 하지만 아직은 4월. 집을 당장 계약하지도 않고, 차를 당장 사는 것도 아니다. 아주 불필요하면서도 마음만 들뜨게 하는 불필요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씩 현실적인 부분을 알아보다 보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여러 행정적 절차들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많았는데, 그런 행정적 절차의 순서와 소요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로 미국을 갈 준비는 진짜 미국에 가는 날로부터 불과 한 달, 한 달 반 만에 다 마무리를 해야 했다. 집을 계약하려면 학교의 무슨 서류가 필요하고, 차는 미국에 가야지만 살 수 있고, 비자가 없으면 무슨 절차를 진행할 수 없고. 이런 식으로 제약이 너무나도 많았다. 거기에 행정적 절차가 미국 이민성과 연결된 것들이 많아서 우리를 잔뜩 겁먹게 하기도 했다. 행정적 절차가 끝나지 않았으니 한국 삶을 정리하기도 어려웠고, 미국 삶을 준비하는 건 학교와 이민성의 행정절차가 완료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꿈만 꾸는 이주 준비는 불과 3일 만에 끝나 버렸다. 그리고 아내의 합격한 학교와의 서류 수령 작전과 미국 비자 신청 작전 등, 진짜 고통스러운 이주 준비에 집중해야 했다. 해야 할 일을 리스트업 해 보니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과호흡이 올 정도였다. 미국 이주를 알아보는 중에 단순히 집 구하고, 차 사는 준비 따위는 정말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수많은 투두 리스트에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First things first. 장밋빛 미국 생활에 대한 꿈은 잠시 뒤로 미루고,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처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 관련 서류를 수령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가장 똥줄이 타는 일이다.

Photo by Glenn Carstens-Peter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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