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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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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cob why 202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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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 오게 되면서 아내는 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직장생활을 10년 이상 한 사람이 갑자기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에만 갇혀 있으면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10년 전 미국 생활 마지막 때,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원래 살던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뉴욕에 살게 되었는데, 당시에 돌이 안된 갓난쟁이 딸아이 때문에 내가 집에만 갇혀 있다가 우울증과 비슷한 증세를 보인 적이 있기도 했다. 아내는 내가 이번 미국 생활에서도 그럴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 나는 고민 끝에 소일거리도 하고 수익화에 성공해 ‘학원비’라도 벌어볼 겸(?) 블로그(브런치)와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했다.

새로운 소일거리 도전이라 했지만 나의 유튜브 도전기는 꽤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위에서 말했던 10년 전 미국 생활에서도 유튜브를 해 보리라 생각했었다. 콘셉트는 미국에서 한국 요리하는 남편 콘셉트이었는데, 이리저리 시도만 하다가 포기했던 전력이 있다. 한국에 오고 나서도 집안일 열심히 하는 남편 콘셉트로 영상을 타임랩스로 찍어 올리려고 도전했는데, 너무 창피하기도 하고 반응도 없어서 몇 번 올리다가 말았다. 재작년인가에도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려고 도전했는데, 이땐 또 진짜 실력자들이 죄다 유튜브를 하는 통에 제대로 뭘 해보지도 못하고 그만두었다.

사실 개인 유튜브는 완전 초짜지만, 회사에선 유튜브 쪽에 꽤나 일가견이 있는 편이었다. 키즈 콘텐츠 쪽에서는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에서 천만 구독자를 대상으로 1억 뷰를 밥 먹듯이 했더랬다. 내가 만든 작품이 글로벌 채널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고, 구글 유튜브 아태지역 관계자도 회사 제작자 대표로 만날 정도? (후훗, 내가 이 정도였지 - 하… 무슨 의미가 있나) 꽤나 어깨 뽕이 있었던 터라, 이제까지야 직장인이라 바빠서 그랬지, 시간과 노력만 투자하면 금방 십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무슨 콘텐츠를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나의 전문 분야를 살려보기로 했다. 키즈 콘텐츠를 십 년이나 만들었다. 육아 대디와 맘들의 구원자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이쪽에서는 그래도 방귀 꽤나 뀌는데. 그걸 한 번 살려보자 싶었다. 안 그래도 요즘 리뷰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키즈 콘텐츠를 리뷰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사실 부모된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인데, 가이드가 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면 조회수가 괜찮을 것 같았다. 마침 유튜브에 그런 영상도 거의 없었다. (실상 그 뜻은 해당 분야의 인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용기 있게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피디였던 만큼, 애니메이션으로 영상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영화를 리뷰하는 콘셉트로 제작했다. 마치 아이들이 좋아하는 ‘윔피키드’처럼, 종이 위의 낙서 캐릭터가 움직이는 그런 콘텐츠다. 나름 귀엽고 재밌는 모양새로 나왔다. 애니메이션을 애니메이션으로 소개하고 리뷰한다, 너무 신박하다고 생각했다. 한 일 년 하면 수만의 구독자와 수십만의 조회수를 누릴 수 있을 거라 망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꼬박꼬박 일주일에 영상을 한 개씩 두 개씩 올렸지만, 일반 영상은 기껏해야 수십 건, 쇼츠 영상은 100~200을 왔다 갔다 했다. 구독자도 가장 최신 구독자 수가 33명(오늘 2명 줄었다ㅠㅠ). 그중에서 내 다른 계정이 세 개다. 일부러 주변 지인에겐 알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민망할 수준이다. 아무리 최신작, 인기작을 리뷰한 영상을 올려도 반응이 전혀 없었다. 벌써 첫 영상을 올린 지도 1년이 다 되었고, 영상도 거의 수십 개인데, 전혀 발전이 없는 듯보인다.

브런치와 블로그는 더 전부터 시작했다. 이건 더 민망한 수준이었다. 하루에 조회수가 수십 건에 지나지 않았다. 재직 중에는 일주일에 한두 개의 글을 꼬박꼬박 올렸고, 회사 그만두고 나서는 일주일에 많게는 10개까지도 꾸준히 올렸다. 하지만 이것도 거의 반응이 없었다. 다행히 너무나도 부끄러울 시점, 몇 개의 글이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 소개됐고, 덕분에 구독자는 100명을 넘겨 너무 부끄럽지는 않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그저 민망함이 조금 가시는 정도?

우리 집에 나 말고도 브런치와 유튜브를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아내다. 아내는 만화를 주로 그리는데, 제법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는 편이다. 미국에 있던 2012년 13년 신혼 초엔 네이버 웹툰 베도(베스트 도전 만화)에서 제법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맞벌이에 바빴던 아내는 하다 말다 하는 통에 흐지부지 됐었다. 세월이 흘러 팬데믹이 오고 직장을 잠깐 그만뒀을 때, 브런치와 유튜브로 다시 조금씩 시작했는데, 구독자와 조회수가 금방 훅훅 올라갔다. 물론 전문 크리에이터만큼은 아니었지만, 참 대단하다 싶었다.

은근 이게 나의 열등감을 자극했다. 아내는 다른 일들을 미친 듯이 하면서도 그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초등학생 육아와 집안일, 박사 준비와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렇게 브런치는 2,000명에 이르는 구독자, 유튜브 구독자도 3~400명에 이르렀다. 한편 지금의 난, 거의 전문 크리에이터 수준의 시간을 쓰고 있다. 주부로 집안일을 하고는 있지만, 낮 시간은 콘텐츠 제작과 업로드 일정으로 빼곡하다. 리뷰 영상뿐 아니라, 브이로그도 올리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글과 영상 업로드 개수가 총 일곱 개, 숨 쉴 새 없이 낮시간이 지나간다. 하지만 받아 든 성적표는 초라했다. 조회수는 늘 그 자리고, 구족자는 한 달 동안 그대로다. 반면, 그동안 콘텐츠 업로드를 쉬고 있던 아내는 박사 과정 중에 느낀 점, AI 연구 등을 통해 알게 된 부분들을 다양한 AI 툴을 활용해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새로운 채널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게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조회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구독자 수도 조회수도 금방 추월해 버렸다. 그전에 하던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뿐만 아니라, 유튜브도 모든 채널에서 따라가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제도권 미디어에서 콘텐츠를 제작해 나름 성과를 거뒀던 내 자존심은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아내는 그 어려운 미국 박사 유학을 하는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데, 난 집에 앉아서 놀고먹으며 마치 직장인처럼 시간을 쓰고 있는데도 지지부진하니… 속이 상하다. 물론 크리에이터라는 일이 노력만큼 보상받지 않는다. 아내는 재밌는 사람이고, 난 재미없는 사람이다. 난 오랫동안 다 갖추어진 상태에서 많은 제작비와 오랜 제작기간이 드는 작품만을 만들었다. 유학 전에 했던 드라마나, 돌아와서 했던 키즈 애니메이션 작품이 모두 그랬다. 어쩌면 유튜브 영상 제작에 적응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속은 상하다.

조금이나마 조회수가 오르고 구독자가 늘면 하루가 신명 난다. 그 숫자가 고작 수백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브런치가 그랬다. 몇몇 글이 포털 메인에 걸리고, 하루에 수만에 이르는 조회수를 받아 들면 날아갈 것만 같다. 그런데 구독자 수도 조회수도 제자리인 지금의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은 사람을 엄청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원래 콘텐츠 업계에 종사했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회사 시절 2~3년간 뉴미디어 제작 부서에서 콘텐츠 제작 업무를 한 적이 있는데, 매일 유튜브, IPTV 운영 부서에 가서 조회수, 구독자, 판매액을 확인했었다. 은근히 재미있으면서도 피를 말리는 기간이었다. 숫자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약간 미쳐간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그대로면 그대로인 대로…

너무 속상해서 (하하, 그렇다) 주저리주저리 하게 되었다. 꾸준한 거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서, 아마도 이렇게 하소연을 하고서도 칼같이 정해진 시간에 영상과 글을 업로드할 것이다. 너무 민망해서 다른 유명 크리에이터처럼 구독해 달라고, 좋아요 눌러달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내 태도도 원망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이제부턴 과감히 구걸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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