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육제도는 한국의 그것과 차이가 크다. 지금쯤이라면 한국에선 겨울방학이 끝나가고 한창 새 학년을 준비하겠지만, 미국의 2월과 3월은 학교 스케줄과는 큰 상관이 없다. 그저 계속 흘러간다.
다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미국의 새 학년은 8월 말, 9월 초에 시작한다. 미국에서 새 학년이 봄이 아닌 가을에 시작하는 이유를 chatGPT한테 물어보니까 더운 날씨에서 쌀쌀해지는 시기가 더 학교에 적응하기 쉽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란다. (재밌는 이유인데?) 9월 초에 시작한 학기는 여름이 오는 6월 초가 되면 모두 마무리되는데, 그러다 보니 여름방학이 무척 길고 겨울방학은 거의 없다. 우리 딸 학교의 경우는 겨울방학이라곤 크리스마스 연휴뿐이다. (12월 25일 ~ 1월 1일) 그러니 2월은 그저 흘러가는 학기의 중간일 뿐이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워낙 길고, 또 봄이 오면서 다양한 야외, 체육 활동들이 재개되기 때문에 여러 프로그램들을 검색해서 신청해야 하는 달이 또 2월이기도 하다.
미국의 여름방학은 길다. 정말 길다.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다. 6월 초부터 8월 말까지 거의 3달에 이른다. 미국은 맞벌이가 굉장히 일반화되어 있는 편인데, 반면 육아 안전 수칙은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일부 주에서는 법으로 만 13세 이하의 아이들을 혼자 집에 둘 수 없도록 법에 정해놓고 있고,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주에서도 12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집에 혼자 있을 수 없도록 권고하고 있다. 즉,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를 혼자 집에 둔 채, 일을 나가는 것이 안 된다는 말. 그러다 보니 3개월 동안이나 아이가 집에 있으면 직장을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리미리 여름방학 동안의 아이 스케줄을 정하고 확정 지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보는 각종 여름 캠프가 미국에서 발달한 이유다.
그런데 이 여름캠프 프로그램이 공개되는 기간이 바로 2월이다. 학교에서 뿐 아니라 각종 사설 단체에서도 캠프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보통은 학교와 똑같이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급적 학교 시간과 똑같이 운영해 부모들이 생활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학교 방학이 시작된 바로 다음 주부터 개학 바로 전주까지 주 단위로 등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면 부모들은 자신의 회사 생활 일정과, 여름휴가 일정, 그리고 가족 여행 일정 등을 고려해 아이의 캠프 프로그램을 등록한다.
봄 시즌의 체육 활동을 신청하는 것도 1~2월에 한다. 우리가 사는 이 지역은 겨울에 워낙 춥기 때문에, 스케이트, 스키와 같은 겨울 스포츠나, 체육관 스포츠 등을 제외하고는 운동 프로그램이 휴식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봄이 되면 다시 시작하는데, 각종 프로그램들이 쏟아진다. 나는 워낙 미국식 학원 스포츠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우리 딸도 그런 스포츠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1~2월이 되자 학교나, YMCA 같은 기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자 내 마음이 설렜다.
나도 온갖 브로슈어와 인터넷 페이지를 뒤져가면서 프로그램들을 서로 비교해 가면서 어떤 프로그램을 아이에게 경험하게 할지 고민했다. 아내도 학생이라 똑같이 방학을 하기도 하고, 나는 어차피 주부인 몸, 집에 있으니 사실 아무 프로그램에 들어가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아이가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원했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은 팬데믹 시즌으로 무엇이든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까 더욱이 무어라도 하면서 신나게 방학을 보냈으면 했다. 하지만 가난한 유학생 입장에서 또 비용은 큰 부담이다. 그래서 양가감정을 가진 채 여러 프로그램을 둘러보았다.
아이는 아직 뭔지도 모르는 여름캠프를 가기 싫어했다. 일단 싫다고 하고 보는 성향 때문인지, 아니면 미디어를 통해 본 선입견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기나긴 설득과 강압(?) 끝에 타협한 나와 아이는 3~4주 정도의 캠프 스케줄을 참여하기로 했다. 마침 학교에서도 여름 캠프를 제공한다. 반나절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그래도 익숙한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2주는 학교의 캠프를 등록했다. 나머지 2주는 YMCA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 건물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YMCA는 사설 단체이긴 하지만 가장 저렴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떤 분들은 아이가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기는 하던데, 그래도 프로그램 자체는 좋은 것 같아서 신청했다.
학교 체육활동도 함께 신청했다. 짧은 기간 동안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농구 교실이 있어서 신청했다. 딸아이는 하기 싫어서 뾰로통하다. 나라면 좋아서 춤을 추겠구먼. 뭐, 막상 시작하면 좋아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4회밖에 안 되니까 참고 하겠단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래도 기나긴 겨울이 가니 봄도 오고 여름도 온다. 여름방학을 이리저리 준비하는 직장인 분들을 보니, 한국에서 직장 다니던 시절 아이의 짧디 짧은 여름방학을 해결(?) 하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예측이 가능한 프로그램들로 예측 가능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곳의 프로그램이 부럽다.
Photo by Kyle Smit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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