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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8

2-8 좋은 일도 걸림돌이 되는 순간 우리 부부에게 하나 있는 딸은, 내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태어났다. 국적에 있어서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모두 국적을 부여한다. 그래서 우리 딸은 이중국적자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지만, 이렇게 예외적으로 속지주의를 택하는 나라에서 태어난 자국민의 경우에는 22세가 되기 전 한국에서는 미국 국적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지만 복수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우리 딸은 미국인이다. 미국인 딸과 함께 미국에 가는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아이가 미국인인 게 얼마나 편하겠냐 싶겠지만, 나에게 딸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러 가지 실수나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여러 준비 업무를 진행.. 2022. 12. 31.
2-3 장밋빛 해외 이주 준비? 과호흡 유발할걸? 오랫동안 기대려 왔던 미국행이 확정되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 이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사를 해도 마찬가지지만 이주를 준비하는 것은 투 트랙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하나는 국내의 지금 생활을 정리하는 것,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의 미래 생활을 준비하는 것이다. 초반에 설레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까? 한국생활의 정리보다는 미국 생활의 준비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미국 생활의 준비는 대부분 뭘 사고, 살 집을 구경하고 이런 일들이라서 훨씬 더 설레고 재밌는 일이기 때문이다. ​ 아내가 합격한 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나에게 익숙한 지역이나 도시는 아니었다. 이십 대 말, 삼십 대 초반을 미국에서 보냈지만, 마지막 6개월 정도의 뉴욕 생활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서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살았기 .. 2022. 11. 22.
D+44 미국 의료보험은 비싼 게 끝이 아니었다 미국에 오게 되면서 걱정이 가장 많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의료보험이다. 의료보험 하나 때문에 학교를 합격한 이후에도 미국에 와야 하나 걱정을 할 정도였다. 미국 의료보험에 대해 모두들 알고 있는 건 ‘비싸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건강보험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한국과 달리, 민간 보험을 들어야 하는 미국은 그 금액이 매우 비싸고 보장 범위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의료비가 워낙 천문학적인 금액이 드는지라,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에 가입한다. 거기에 학생 같은 경우는 보험 가입이 학교 입학의 필수 요건 중 하나다. 전에 싱글일 때는 한국에서 해외 체류 보험, 혹은 여행자 보험을 들고 왔었다. 하지만 그런 보험은 다치거나 아플 때는 보장을 해 주지만, 일반 검사나 백신, 검진 등은 보장을 해주지 않는 데다, 본인.. 2022. 11. 11.
D+42 미국에서 처음 맞는 아이의 생일 사실은 첫 번째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세 번째라고 해야 하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리고 첫 번째 생일, (보통 돌이라고 하지)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아이의 열 번째 생일. 하지만 다시 미국에 와서 맞는 첫 번째 생일인 건 맞으니까. 아이가 가장 행복해했던 생일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생일이 아닌가 싶다. 그때가 팬데믹 전이기도 했고 초등학교도 처음 들어가서, 아이의 반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 파티를 열어주었다. 우리 아이는 안 먹지만, 피자에 치킨에 김밥에 케이크까지 생일파티에는 응당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구색을 갖추어 차려주었다. 아이는 먹지는 않아도 주인 노릇을 똑똑이 해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시 생일은 북적북적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아이의 생일이 학년이 시작한 지 불과 .. 2022. 11. 11.
2-1 아내가 박사과정 입학 제안을 수락했다 '다 온 것 같은데?' '그래?' 차를 세우고 짐칸에서 3개의 이민 가방, 3개의 대형 캐리어, 또 3개의 소형 캐리어를 내린다. 각자 들고 있는 배낭까지 하면 짐은 총 12개다. 우리 눈앞에는 3층짜리 나지막하고 옆으로 긴 아파트가 하나 보인다. 앞으로 우리 가족이 살게 될 집이다. 7월 31일, 2년이 조금 못 되는 동안 살았던 월세집을 떠나, 인천의 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 비행,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12시간을 대기하다가, 다시 비행기에 올라 5시간을 한 번 더 비행해, 8월 2일 마침내 도착한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의 한 도시. 픽업트럭을 렌트해 아내와 아이, 그리고 한 무더기의 이민 짐을 가지고, 한 시간을 운전해 마침내 한국을 떠나기 전 계약한 아파트에 도.. 2022. 11. 8.
아내의 학교 선택 ‘거긴 싫어.’ ‘왜?’ ‘미드 ㅇㅇㅇ에서 악당 ㅁㅁ이 거기서 살았대.’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유학원에서 본인의 과가 있는 다양한 학교를 보내주었다며, 아내는 나에게 해당 이메일을 포워드 해 주었고, 나는 메일의 리스트를 보면서 가면 좋을 것 같은 학교들을 선정해서 아내에게 추천해 주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돌아온 대답은 위와 같았다. 이보세요. 그 학교가 얼마나 전도유망한 학교인지 아세요? 앞선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아내는 심각한 길치이자 방향치이다. 아내가 길치인 것은 학생 시절 지리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단 점에 기인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는 어렸을 적부터 사회과 과목에 대한 관심이 많고, 특히 한국 지리, 세계 지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고 알게 되는 것을 즐.. 2022. 10. 4.
D-day(1) 그날이 왔다, 우리가 간다 아침이 밝았다. 그날이 드디어 왔다. 그전 며칠간에 비하면 숙면을 취한 편이다. 그래도 시간은 여섯 시밖에 안 됐다. 전에 호텔을 묵을 때는 늘 조식을 포함시키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조식도 없는 호텔이다.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이주를 위한 비행이라 기분이 많이 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기분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비행 불안에 떨고 있는 아내와 천방지축 초등학생 딸을 끌고 이 해외 이주라는 단기 미션을 무사히 마치길 바랄 뿐이다. 여행은 무지 길다. 먼저 미국 서부의 경유지로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오전에 도착해 열두 시간을 있다가 다시 국내선을 타고 목적지로 가야 한다. 체크인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샌프란에서 짐을 한 번 찾아 세관 검사를 하고 다시 부쳐야 한단다. 이런. 호텔에서.. 2022. 10. 4.
처음엔 막연하게 망상했다 ‘그래, 가자. 이제는 정말 가자.’ 여기서 죽도록 살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막연한 동경에 빠져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좀 늦긴 했지만 직장에서 자리도 잘 잡았고, 이제는 진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정말 지옥 같았던 육칠 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조금씩 행복이 느껴지는 삶을 살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오히려 해외로 나가게 되면 고생길이라는 것도 알았다. 난 이십 대 후반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상태로 유학생활을 했고, 젊은이의 낭만으로 그 시절을 버텼을 뿐 절대 쉬운 생활이 아녔다. 지금 가게 되면 그때와 다름없는 여러 문제를 떠안은 채 책임질 식구는 더 늘게 된다. 직장을 바라고 가는 것도 아니다. 지출에 대한 대강의 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백 프로는 아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 .. 2022.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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