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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9

D+208 미국의 여름방학 준비는 2월부터 미국의 교육제도는 한국의 그것과 차이가 크다. 지금쯤이라면 한국에선 겨울방학이 끝나가고 한창 새 학년을 준비하겠지만, 미국의 2월과 3월은 학교 스케줄과는 큰 상관이 없다. 그저 계속 흘러간다. ​ 다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미국의 새 학년은 8월 말, 9월 초에 시작한다. 미국에서 새 학년이 봄이 아닌 가을에 시작하는 이유를 chatGPT한테 물어보니까 더운 날씨에서 쌀쌀해지는 시기가 더 학교에 적응하기 쉽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란다. (재밌는 이유인데?) 9월 초에 시작한 학기는 여름이 오는 6월 초가 되면 모두 마무리되는데, 그러다 보니 여름방학이 무척 길고 겨울방학은 거의 없다. 우리 딸 학교의 경우는 겨울방학이라곤 크리스마스 연휴뿐이다. (12월 25일 ~ 1월 1일) 그러니 2월은 그저 흘러.. 2023. 3. 2.
D+181 일 얘기에 빠진 아내들, 아이 교육 얘기뿐인 아빠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의 회사 뒤뜰엔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물고 대화가 한창이다. 대화의 테이블엔 온갖 주제가 오른다. 정치 얘기, 부동산 얘기, 주식 얘기, 해외 축구 얘기, 커리어 얘기 등. 마치 대한민국은 다 자기가 이고 있는 듯, 온갖 비판과 비난을 번갈아가면서 쏟아낸다. 집안 얘기는 잘 꺼내지 않는다. 간간히 자식 교육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저 학원비가 비싸서 허리가 휘어진다는 정도? 그러다 십여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썰물처럼 모두 사라지고 없다. 반면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자리한 아파트의 코너 골목 옆 카페에는 30대 주부 몇 명이 옹기종기 앉아 온갖 대화가 오가고 있다. 주로 아이들 학업, 성적, 혹은 학원, 특별 활동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은근 신경전이 장난 아니.. 2023. 2. 2.
D+170 29년 만에 바꾸는 냉장고, 1년도 못 쓰는 청소기 전의 글에서도 몇 번 등장한 적이 있는 조이는 딸아이 스쿨버스를 탑승할 때 정류장에서 어린이들의 안전을 관리해 주는 역할인 스쿨가드 여성이다. 60대 초반에 서른 살 아들과 스물넷 딸을 둔 평범한 백인 가정의 엄마이기도 하다. 옛날의 6년 유학 생활과, 지금의 미국 주부 생활 6개월을 통틀어 가장 가까운 일반 미국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루에 두 번, 오전과 오후 십여분씩 대화를 하다 보니, 조이를 통해 일반 미국 사람의 삶과 생각을 많이 들을 수 있다. ​ 오늘 조이가 꺼낸 화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형 가전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 자기가 결혼할 때 마련했던 대형 가전제품들이 최근에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주엔 오븐 스토브 탑이 고장 나더니, 이번 주엔 냉장고가 고.. 2023. 1. 26.
D+134 초등학교 4학년생 인생 일대의 타협 며칠 추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지난 주말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다행히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는 아니었고, 단순 감기였다. 아이가 얼마 만에 감기에 걸렸나 싶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으로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위생에 신경 쓴 덕분에, 코로나에는 걸려도 감기는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 거의 4년 만에 감기에 걸렸다. 기침 약간 하고, 열도 제법 난다. 그런데 감기에 걸린 시기가 좋지 않았다. 아이가 기다리던 이벤트를 여러 개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미국에 온 후 처음으로 동급생 친구에게 생일 파티 초대를 받았다. 주말에 트램펄린 파크에서 꽤 크게 하는 생일 파티여서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학교에서는 월요일에 진저브래드 하우스 콘테스트, 화요일엔 아이가 참.. 2022. 12. 20.
D+98 마침내 집에 온 새 가족 때문에 흥분의 도가니? 토요일에 디디를 입양하고 보호소에 디디를 남겨둔 채 집으로 온 뒤로, 아이는 어서 빨리 디디를 데리고 오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기쁘고 설레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기쁘기도 했지만, 데리고 올 방법도 없는데 계속 징징대기만 하니 이런 것만큼 힘든 것도 없다. 특히 딱히 내가 해줄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 보고 싶다, 빨리 데리고 오고 싶다, 이런 말만 5초에 한 번씩 반복하고 있는 아이를 보자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차라리 잊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시간이 더 빨리 올 텐데 하면서 말이다. 특히 이번 주 월요일 화요일은 학부모 상담 기간으로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아, 아이의 징징거림은 그 강도를 더해 간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모처럼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기간인데, .. 2022. 11. 28.
D+96 새로운 가족을 만나러 갑니다 아이는 올해 4학년이 되면서 금방 학교에 적응했다. 팬데믹 때문에 2학년 때 전학 온 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전면 등교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친구들을 만나 사귀기 시작하니까 적응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게다가 이런 적응의 문제는 비단 전학생의 문제만은 아니어서 아이에게 적응에 특별히 불리할 것도 없었다. 원래 학교를 다니고 있던 자기들끼리도 서로 잘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한 학기만에 우리 아이는 그렇게 잘 적응한 학교를 뒤로 하고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 아이는 많이 내색은 안 했지만 상실감이나 실망감이 굉장히 커 보였다. 미국에 가는 것이 자신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돌이 지난 직후 한국으로 돌아왔기에 미국에 대해서 .. 2022. 11. 28.
D+89 내 헤어 디자이너는 미국 대학원생 십 년 전 한국에 돌아오게 됐을 때,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다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 미용실에 간다는 것은 사치 중에 하나였는데, 아무래도 원래 비용이 싸지 않은 데다 디자이너에게 팁까지 줘야 하니 선뜻 미용실을 가기가 쉽지 않았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영어로 머리를 어떻게 잘라달라고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다. 나는 미국 유학을 이십 대 후반에 간 것이어서 일반 생활 영어 실력이 매우 부족한 편이었는데, 특히 자주 방문하지 않는 미용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말들을 잘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시절에도 미용실에는 정말 잘 안 가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유학 시절 6년을 미국에 살면서 단 한 번도 미용실에 가본 적이 없다.. 2022. 11. 27.
D+81 무서워서 못 하는 남자, 무서워서 해치우는 여자 '띵 띵~’ ‘응? 무슨 소리야?’ ‘타이어 기압이 안 맞는다네. 정비를 받아 봐야겠는데?’ 며칠 전, 산 지 두 달 정도 된 나의 새로운 미국차에서 처음으로 경고등이 떴다. 연식과 마일리지가 조금 된 중고차를 사면 여러 가지 정비 이슈가 생기는데, 그 첫 현상이 생긴 것이다. 내가 산 중고차는 지난번에도 말했듯, (이 글 참조) 2011년 독일 M사의 4륜 구동을 지원하는 준중형 세단이다. 참고로 이 정도 연식의 차량은 건실한 일본, 한국의 브랜드 준중형 차량보다 독일 브랜드의 준중형 차량이 더 저렴하다. 이유는 바로 일본차나 한국차의 정비가 훨씬 용이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차는 정비 비용이 비싸고 부품 수급도 쉽지 않다. 처음에는 안전한 독일차를 구매했다며 안심했다가 정비를 받을 생각을 하.. 2022. 11. 25.
D+78 미국 동부에서의 월동 준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군대 제대할 때까지, 근 20년 동안 단독주택에 살았다. 서울엔 몇몇 단독주택 단지들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인 성북구 돈암동 일대에 집이 있었다. 단독주택에 살면 왠지 엄청나게 부유한 삶을 산 게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흔히 생각하는 성북동이나 한남동의 근사한 단독주택촌이 아니라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쌍문동 동네에 더 가까운 분위기였다. 단독주택에 살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몇 가지 단점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겨울에 정말 많이 춥다는 것이다. 몇 살 때까지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짧게 연탄을 때던 시절도 있었고, 리모델링 후에는 보일러로 온돌을 땠지만 아버지가 1년에 한두 번 정도 기름을 배달해서 보일러에 넣어.. 2022.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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