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학원유학26

D+226 해외에서 아프면 서럽다? 15년 전 이십 대 후반에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왔을 때,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는 등, 몸이 아픈 일이라도 있으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보험 여부에 따라 의료비의 차이가 워낙 큰 미국의 특성상,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든 것도 한몫을 하기도 했지만, 설사 병원에 간다 하더라도 몸이 어떻게 아픈지 설명하기도 어렵고 내가 어떤 치료를 받는지 잘 알기도 어려우니, 타지 생활을 하는 것을 여실히 느낀다고나 할까?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에 홀로 누워 있다 보면 괜히 눈물도 나고 했다. 가족이 그립고 집이 그립고 한국의 의료제도가 그립고, 막 그랬다. ​ 약 10년 전 삼십 대 초반에 결혼하고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아팠을 때도 그랬다. 모든 환경이 낯설고 오롯이 남편인 나와 아내가 이 모든 상황을 이.. 2023. 3. 23.
2-20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온 지도 벌써 8개월이 되어간다. 미국 이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나서 비행기를 탈 때까지도 놀라움의 연속이었지만, 미국에 오고 나서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일들은 대부분 주부남편아빠의 미국정착일기에 적었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해피 엔딩으로 그 이야기를 마칠 것 같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지 않다. 삶은 이어진다. ​ 지난 몇 개월동안 우리 가족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기쁜 일도 속상한 일도, 그리고 마음을 어렵게 하는 일도 계속됐다. 지금은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것도 같지만, 여전히 오늘도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일들이 존재한다. 사십 넘어 박사 과정을 도전하는 아내의 여정도 장애물의 연속이고, 고작 사십에 직업을 은퇴하고 새로운.. 2023. 3. 21.
D+181 일 얘기에 빠진 아내들, 아이 교육 얘기뿐인 아빠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의 회사 뒤뜰엔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물고 대화가 한창이다. 대화의 테이블엔 온갖 주제가 오른다. 정치 얘기, 부동산 얘기, 주식 얘기, 해외 축구 얘기, 커리어 얘기 등. 마치 대한민국은 다 자기가 이고 있는 듯, 온갖 비판과 비난을 번갈아가면서 쏟아낸다. 집안 얘기는 잘 꺼내지 않는다. 간간히 자식 교육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저 학원비가 비싸서 허리가 휘어진다는 정도? 그러다 십여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썰물처럼 모두 사라지고 없다. 반면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자리한 아파트의 코너 골목 옆 카페에는 30대 주부 몇 명이 옹기종기 앉아 온갖 대화가 오가고 있다. 주로 아이들 학업, 성적, 혹은 학원, 특별 활동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은근 신경전이 장난 아니.. 2023. 2. 2.
2-13 아내의 예방 접종 기록을 찾습니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입학 예정 학생들에게 예방 접종 기록을 요구한다. 기억이 다 나지는 않지만, 대부분 필수 예방 접종을 위주로 해서 기록을 요구한다. 거기에 팬데믹 시기라 코로나 19 예방 접종 기록 역시 요구했다. 미국에 가서 학교에 다니게 되는 사람이 두 명, 한 명은 아내, 다른 한 명은 우리 딸이다. 아이 같은 경우에는 예방 접종 기록이 전산화되어 있어서 기록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우리 딸 같은 경우는 돌까지 미국에 있었는데, 미국에서 받았던 접종 기록 같은 경우는 (실물) 접종 카드를 처음 방문했던 소아과에서 보고는 전산 기록으로 넣어 주셨다. 그래서 만 열 살인 지금까지의 기록이 잘 남아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질병청) 홈페이지에서나 정부 24를 통해 예방 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되었기 때문.. 2023. 1. 31.
2-12 출국을 앞두고 아내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미국은 의료보험도 비싸고, 의료비도 비싼 나라다. 출국하기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워낙 악명이 높았기에, 미국 출국이 확정된 이후로는 아내와 나, 딸아이까지 필요한 건강검진을 열심히 받았다. 아내는 회사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지원해 줘서 이를 예약해서 받았고, 나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2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는데, 다행히 올해가 검진받는 해여서 재빠르게 검진을 신청했다. 평소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검진을 미루다 미루다 연말이 되어서나 받고는 했는데, 올해(2022년)는 해가 넘어가자마자 검진을 신청했다. 아이는 초등학교에서 의뢰한 소아과 검진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보다 중요한 치과와 안과를 별도로 검사를 진행했다. ​ 건강 검진은 언제 받아도 겁이 난다. 괜히 몸 어디에 이상이 있을 것만 같고, .. 2023. 1. 24.
D+165 딸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첫 학기 결산 나나 아내는 20대부터 해외 생활 경험이 많았다. 아내는 20대 초반에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어학연수와 유학 생활을 했고, 나는 20대 후반에 미국에서 대학원 유학 생활을 했다. 그래서 10년을 한국에서 지냈어도 다시 미국에 가기로 했을 때, 두려움이 많지 않았다.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이 있을지 예측이 가능하고, 어떤 장애물이나 어려움을 겪을지 알기 때문에 마음에 각오를 다지기에도 좋았다. ​ 미국 유학 시절 태어난 딸아이는 달랐다. 미국에서 태어나 서부 끝에서 동부 끝까지 이주하는 엄청난 일들을 겪었음에도, 그 모든 일들은 고작 첫돌도 지나기 전의 일들이다. 돌이 막 지난 13개월 때 한국으로 들어온 뒤, 약 10년, 정확히는 9년 동안 한국에서 한국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당연히 미국에서의 생활은 .. 2023. 1. 19.
2-11 미국 가는 이삿짐, 소포 박스 여섯 개 10년 전 뉴저지에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나와 아내가 최종적으로 싼 짐은 소포 박스 여섯 개였다.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다 보니 많지는 않았지만 침대니 서랍장이니 해서 짐이 꽤나 늘어났었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한 이상 모든 짐을 다 처분해야 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정말 염가로 가지고 있던 가구나 전자제품들을 모두 처분했고, 꼭 가지고 가야만 하는 짐만 추리고 보니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짐을 제외하고 가장 큰 소포 박스 여섯 개가 나왔다. 그렇게 육 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올 때 내게 남은 것이 소포 박스 여섯 개였다. 10년 만에 다시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향하게 되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챙길지가 또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10년 전에는 갓난쟁이.. 2023. 1. 17.
D+159 우리 집에 초대합니다 누구든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에서 도를 이동, 아니 시에서 시로 이동만 하더라도 쓰레기 분리배출에서부터 사소한 행정 복지 시스템, 아파트 관리 규정들이 미세하게 달라서 은근히 불편함을 야기하곤 한다. 이웃과의 거리감이 점차 멀어지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모르는 것들을 이웃에게 물어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짧지 않은 시간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심할 때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한국 내에서 시에서 시, 도에서 도로 이동한다 할지라도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나라에서 나라로 이주를 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일들이 얼마나 많았으랴. 처음 이곳에 오고 나서 약 한 달 동안은 정말 잠도 잘 자지 못할 정도였다.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도 온 가족이 함께 삶의 터전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2023. 1. 11.
2-10 서울 횡단 대환장 파티 ‘아아아악!! 어떡해~!’ ‘왜, 왜, 왜?’ ‘졸업 증명서, 성적 증명서 제출일이 이번주 금요일 까지잖아!’ 아내가 학교 지원할 때 성적 증명서와 졸업 증명서를 스캔본으로 제출했었는데, 합격통지 때 원본 서류를 모월 모일까지 제출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워낙 이주 준비로 정신이 없을 때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이 수요일, 금요일까지 도착할 방법이 무엇일까? 국제 특송 업체를 검색해 보니, 이틀 안에 발송이 가능하다는 말에 일단 안심했다. 미국 업체 F사는 미국으로 특송을 보낼 때 빠르고, 유럽 업체인 D사는 구대륙(유럽, 아시아) 쪽이 빠르다고 한다. 증명서들이 있으면 바로 보내면 될 텐데, 서류가 없으니 발급부터 받아야 한다. 그런데’ 오피셜’ 영문 성적 증명서와 졸업 증.. 2023. 1. 10.
D+152 올 한 해는 행복했나? 2022년 한 해가 밝았다. 올해는 우리 가족에세 정말 많은 변화가 있을 한 해일 거다. 아마도 나는 직장과 돈벌이를 그만 두게 될 것이고, 우리는 모두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겠지. 결혼 10년 만에 그동안의 어려움과 지지부진한 struggle을 내려놓고 새로운 희망으로 도전해 보고자 한다. 아마도 지금의 금전적 안락함은 다시 포기해야 할 것이다. 아내는 학교 때문에 바쁠 것이고, 나는 아이가 새로운 곳에 적응시키는 일에 집중해야겠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장애물이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끼리 행복해야 한다는 것. 없는 것에 괴로워하거나 부족한 것에 집중하지 말고, 지금 가진 것에 행복해 하고 감사하자. 올해 목표는 아내에게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길 듣는 것이다. 올해 1월 1일 쓴 .. 2023. 1. 4.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