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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주7

2-3 장밋빛 해외 이주 준비? 과호흡 유발할걸? 오랫동안 기대려 왔던 미국행이 확정되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 이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사를 해도 마찬가지지만 이주를 준비하는 것은 투 트랙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하나는 국내의 지금 생활을 정리하는 것,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의 미래 생활을 준비하는 것이다. 초반에 설레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까? 한국생활의 정리보다는 미국 생활의 준비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미국 생활의 준비는 대부분 뭘 사고, 살 집을 구경하고 이런 일들이라서 훨씬 더 설레고 재밌는 일이기 때문이다. ​ 아내가 합격한 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나에게 익숙한 지역이나 도시는 아니었다. 이십 대 말, 삼십 대 초반을 미국에서 보냈지만, 마지막 6개월 정도의 뉴욕 생활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서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살았기 .. 2022. 11. 22.
D+44 미국 의료보험은 비싼 게 끝이 아니었다 미국에 오게 되면서 걱정이 가장 많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의료보험이다. 의료보험 하나 때문에 학교를 합격한 이후에도 미국에 와야 하나 걱정을 할 정도였다. 미국 의료보험에 대해 모두들 알고 있는 건 ‘비싸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건강보험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한국과 달리, 민간 보험을 들어야 하는 미국은 그 금액이 매우 비싸고 보장 범위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의료비가 워낙 천문학적인 금액이 드는지라,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에 가입한다. 거기에 학생 같은 경우는 보험 가입이 학교 입학의 필수 요건 중 하나다. 전에 싱글일 때는 한국에서 해외 체류 보험, 혹은 여행자 보험을 들고 왔었다. 하지만 그런 보험은 다치거나 아플 때는 보장을 해 주지만, 일반 검사나 백신, 검진 등은 보장을 해주지 않는 데다, 본인.. 2022. 11. 11.
D+33 그래도 주말엔 유재석 님이지! 어렸을 적 어학연수를 할 때, 한국 콘텐츠는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공공의 적이었다. 고작 1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기 위해, 한국어를 듣고 말할 기회를 줄이는 건 어학연수생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아내는 이십 대 초반에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동양인을 찾아볼 수 없는 오지로 가서 주중에는 한국 노래조차 듣지 않으면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주말이 되면 봉인했던 한국 노래가 들어간 MP3 플레이어를 틀어놓고 몰래 눈물 지었다던 추억을 지금도 꺼내곤 한다. 나는 조금 뒤늦은 이십 대 후반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해, 자연스럽게 석사 유학을 이어갔다. 나도 어학연수 때는 한국 콘텐츠를 보지 않으려 애쓰고, 외국인들만 만나서 .. 2022. 11. 8.
2-1 아내가 박사과정 입학 제안을 수락했다 '다 온 것 같은데?' '그래?' 차를 세우고 짐칸에서 3개의 이민 가방, 3개의 대형 캐리어, 또 3개의 소형 캐리어를 내린다. 각자 들고 있는 배낭까지 하면 짐은 총 12개다. 우리 눈앞에는 3층짜리 나지막하고 옆으로 긴 아파트가 하나 보인다. 앞으로 우리 가족이 살게 될 집이다. 7월 31일, 2년이 조금 못 되는 동안 살았던 월세집을 떠나, 인천의 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 비행,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12시간을 대기하다가, 다시 비행기에 올라 5시간을 한 번 더 비행해, 8월 2일 마침내 도착한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의 한 도시. 픽업트럭을 렌트해 아내와 아이, 그리고 한 무더기의 이민 짐을 가지고, 한 시간을 운전해 마침내 한국을 떠나기 전 계약한 아파트에 도.. 2022. 11. 8.
D+21(2) 초4 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첫 등교 아내는 박사 과정 첫 오리엔테이션으로, 나는 중고차 구매로 한창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딸아이는 미국 초등학교 첫 등교를 하게 되었다. 미국의 학제는 가을 학기에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에 ‘back to school’은 지역 사회에서 정말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리테일 샵에서는 백투스쿨 스페셜 세일을 진행하고, 각 상점마다 학교에서 필요한 준비물이나, 옷, 전자제품 등을 따로 코너를 마련해 판매한다. 한국에서도 2~3월이 되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아무래도 계절이 늦여름 시기다 보니 늦겨울인 한국보다 더 활기찬 느낌이 많이 든다. 주말에 ‘스테이플스’에서 준비물도 사고, 장 보면서 도시락으로 싸줄 샌드위치 빵, 햄, 치즈 등도 구매했다. .. 2022. 11. 3.
D-day(1) 그날이 왔다, 우리가 간다 아침이 밝았다. 그날이 드디어 왔다. 그전 며칠간에 비하면 숙면을 취한 편이다. 그래도 시간은 여섯 시밖에 안 됐다. 전에 호텔을 묵을 때는 늘 조식을 포함시키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조식도 없는 호텔이다.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이주를 위한 비행이라 기분이 많이 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기분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비행 불안에 떨고 있는 아내와 천방지축 초등학생 딸을 끌고 이 해외 이주라는 단기 미션을 무사히 마치길 바랄 뿐이다. 여행은 무지 길다. 먼저 미국 서부의 경유지로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오전에 도착해 열두 시간을 있다가 다시 국내선을 타고 목적지로 가야 한다. 체크인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샌프란에서 짐을 한 번 찾아 세관 검사를 하고 다시 부쳐야 한단다. 이런. 호텔에서.. 2022. 10. 4.
D-2 감사함이 넘치는 퇴거 준비 해외 이주에 앞서 집을 빼야 하는데, 그 날짜를 출국 당일이 아닌 하루 전날로 정했다. 정신없이 짐을 빼고 그날 바로 출국한다고는 도대체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딱 하룻밤만 공항 근처 호텔을 예약하고 집을 하루 전에 빼기로 했다. 집을 하루 전에 빼는 또 다른 이유는 혹시 ‘셋집의 보증금을 떼일까 봐’였다. 계약 날짜대로 집을 빼는 것도 아니고 뒤이어 다른 세입자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어서, 괜히 보증금을 떼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바로 출국을 해버리면 대응이 안되니 그걸 위해서라도 하루 여유를 둔 것이었다. 그런데 어젯밤 늦게 집주인이 보증금을 보내왔다. 마침 관리비 정산금과 장기수선충당금 정산도 마쳤는데 내가 정산해서 받을 돈이 만 원 아래길래 안 주셔도 된다 하려는 참이었는데, 먼저 보증금을.. 202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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