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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33

D+226 해외에서 아프면 서럽다? 15년 전 이십 대 후반에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왔을 때,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는 등, 몸이 아픈 일이라도 있으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보험 여부에 따라 의료비의 차이가 워낙 큰 미국의 특성상,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든 것도 한몫을 하기도 했지만, 설사 병원에 간다 하더라도 몸이 어떻게 아픈지 설명하기도 어렵고 내가 어떤 치료를 받는지 잘 알기도 어려우니, 타지 생활을 하는 것을 여실히 느낀다고나 할까?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에 홀로 누워 있다 보면 괜히 눈물도 나고 했다. 가족이 그립고 집이 그립고 한국의 의료제도가 그립고, 막 그랬다. ​ 약 10년 전 삼십 대 초반에 결혼하고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아팠을 때도 그랬다. 모든 환경이 낯설고 오롯이 남편인 나와 아내가 이 모든 상황을 이.. 2023. 3. 23.
2-18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허점은 있더라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결정을 하고, 한국에서 십 년간 살면서 닦아놓은 기반을 다 포기하고, (특별히 포기한 것이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만) 모든 것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과정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엄청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각이 부족했다. 워낙 성격이 괴팍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일상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평일의 일상 루틴과 주말의 일상 루틴이 거의 깨지지 않은 상태로 마지막 일주일까지 맞이했다. ​ 마지막 날까지 일상은 일상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몇 가지 무리한 결정이 우리를 괴롭게 했다. 가장 큰 것이 집과 자동차였다.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을 조금 더 빨리 정리하고 호텔에서 며칠 생활하거나 아니면 조금 멀긴 해도 친척 집에서 며칠 묵을 수 있었으면 조금.. 2023. 3. 7.
2-15 비자 인터뷰, 아는 게 더 무섭더라 어찌어찌 여러 준비 사항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고, 가슴 졸였던 각종 서류의 굴레에서도 벗어났지만, 우리 앞에 나타난 다음 관문은 비자 발급이었다. 관광이 아닌 목적으로 미국을 가본 사람들이라면 미국 비자 발급은 굉장히 긴장감을 주는 과정 중에 하나다.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해외 출입국이 제한되는 상황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비자 발급을 받는 절차도 과거와 차이를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비자 인터뷰의 규모가 확 축소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 비자 인터뷰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물론 우편을 통한 인터뷰 면제 비자 신청 방법도 생겼지만, 여러 조건 상 우리는 그대로 인터뷰를 보기로 했다) 모든 서류를 모두 구비한 시점이 6월 초였는데 그때 예약할 수 있는 인터뷰 시점이 8월이었다. 이럴 수가. 비.. 2023. 2. 14.
2-14 취학(의무교육) 유예자가 된 딸아이이 우리나라의 초등, 중등 교육은 의무교육이다. 뭐, 너무 당연한 소리다. 모든 국민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의무 교육은 사실 이를 뛰어넘는 이야기다. 모든 국민은 초등, 중등 교육을 받을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한 예외 사항은 아주 제한적이다. 거의 백 퍼센트에 가까운 학령인구의 어린이들이 의무교육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기에, 어린이 보호 법규와 제도 장치도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위기 가정의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점검도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고, 가정 폭력도 학교를 통해 발견된다. 이런 사회적 장치가 문제가 있거나, 불편하거나, 예외적 상황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식상한 단어라고나 할까? 그저 선언적인 내용이라고만 생각한 것이다. 도대체 누가 초등학.. 2023. 2. 7.
2-13 아내의 예방 접종 기록을 찾습니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입학 예정 학생들에게 예방 접종 기록을 요구한다. 기억이 다 나지는 않지만, 대부분 필수 예방 접종을 위주로 해서 기록을 요구한다. 거기에 팬데믹 시기라 코로나 19 예방 접종 기록 역시 요구했다. 미국에 가서 학교에 다니게 되는 사람이 두 명, 한 명은 아내, 다른 한 명은 우리 딸이다. 아이 같은 경우에는 예방 접종 기록이 전산화되어 있어서 기록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우리 딸 같은 경우는 돌까지 미국에 있었는데, 미국에서 받았던 접종 기록 같은 경우는 (실물) 접종 카드를 처음 방문했던 소아과에서 보고는 전산 기록으로 넣어 주셨다. 그래서 만 열 살인 지금까지의 기록이 잘 남아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질병청) 홈페이지에서나 정부 24를 통해 예방 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되었기 때문.. 2023. 1. 31.
D+165 딸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첫 학기 결산 나나 아내는 20대부터 해외 생활 경험이 많았다. 아내는 20대 초반에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어학연수와 유학 생활을 했고, 나는 20대 후반에 미국에서 대학원 유학 생활을 했다. 그래서 10년을 한국에서 지냈어도 다시 미국에 가기로 했을 때, 두려움이 많지 않았다.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이 있을지 예측이 가능하고, 어떤 장애물이나 어려움을 겪을지 알기 때문에 마음에 각오를 다지기에도 좋았다. ​ 미국 유학 시절 태어난 딸아이는 달랐다. 미국에서 태어나 서부 끝에서 동부 끝까지 이주하는 엄청난 일들을 겪었음에도, 그 모든 일들은 고작 첫돌도 지나기 전의 일들이다. 돌이 막 지난 13개월 때 한국으로 들어온 뒤, 약 10년, 정확히는 9년 동안 한국에서 한국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당연히 미국에서의 생활은 .. 2023. 1. 19.
D+152 올 한 해는 행복했나? 2022년 한 해가 밝았다. 올해는 우리 가족에세 정말 많은 변화가 있을 한 해일 거다. 아마도 나는 직장과 돈벌이를 그만 두게 될 것이고, 우리는 모두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겠지. 결혼 10년 만에 그동안의 어려움과 지지부진한 struggle을 내려놓고 새로운 희망으로 도전해 보고자 한다. 아마도 지금의 금전적 안락함은 다시 포기해야 할 것이다. 아내는 학교 때문에 바쁠 것이고, 나는 아이가 새로운 곳에 적응시키는 일에 집중해야겠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장애물이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끼리 행복해야 한다는 것. 없는 것에 괴로워하거나 부족한 것에 집중하지 말고, 지금 가진 것에 행복해 하고 감사하자. 올해 목표는 아내에게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길 듣는 것이다. 올해 1월 1일 쓴 .. 2023. 1. 4.
D+147 ‘미국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의 악몽 (3) 결국 크리스마스이브 날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보낸 탓에, 온 가족은 감기에 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엔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이불속에만 박혀 있게 되었다. 아이는 열이 38도에 기침을 계속했고, 아내나 나도 두통에 시달렸다. 도저히 무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이는 크리스마스 예배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결국 가지 못했고, 집에서 푹 쉬기만 했다. 다행히 다음날 아내나 나는 조금 괜찮았는데, 아이는 아직 열이 계속 오르내렸다. 그래도 정신은 조금 차렸는지, 먹고 싶은 것도 조금 생기고 낮 시간 동안 제법 놀기도 해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 아이가 돌을 막 지나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갑자기 축 늘어지는 바람에 알아차리고 응급실에 갔다가 폐렴을 발견해 치료를 받았던 경험을 한 뒤로는, 아이가 쳐.. 2023. 1. 2.
D+131 미국 에너지 요금은 미쳤다 미국 동부에서도 추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아, 물론 최근 한국 날씨를 보니까, 지금은 한국이 더 춥다. 온도만 보면 확실하다. 한국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반해 여긴 그저 영하 1~2도 수준이다. 이곳 사람들은 계속 아직 진짜 겨울은 시작도 안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체감 온도는 여기가 더 추운 듯하다. 이유는 집이 춥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온이 우리나라 강원도와 더 비슷한 지역의 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열도 난방도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바닥 난방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온풍기 만으로는 정말 겨울을 나기가 어렵다. 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면서 온풍기가 거의 하루 종일 틀어져 있는데, 그럼에도 집안 온도를 20도 이상으로 끌어올리.. 2022. 12. 17.
D+124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에 진심인 미국 사람들 추수감사절이 지나자마자 이곳 사람들이 엄청 분주해졌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마당에 내어 놓을 여러 장식들을 정비한다. 혹시 고장이 나거나 추가적으로 필요한 장식이 있다면 대형 마트에 가서 한 보따리를 구매한다. 집안 거실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선물 꾸러미, 선물이 담길 양말을 준비한다. 전에 미국에 살 땐 크리스마스 시즌에 약간 김이 새는 느낌이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아무래도 겨울이 겨울답지 않아서 크리스마스라 해도 춥지도 않고 눈이 올 리도 없다. 한국의 봄이나 가을 날씨 정도에 크리스마스를 맞다 보니 크리스마스 정취를 느끼기 쉽지 않다. 또 겨울이 우기이기도 해서, 비가 오는 탓에 장식을 밖에 많이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사는 곳은 겨울이 거의 한 달 전에 ..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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