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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33

D+105 나이 많은 세탁기와 건조기 한국에 있을 때 미국에서 살 집을 보면서 유념하면서 체크했던 것들 중에 하나가 집에 주요 가전제품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거의 대부분의 집에 가전제품을 사거나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마련해 들여와야 하지만, 미국에선 세놓는 집의 경우에는 주방 가전은 완전히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세를 놓는다. 그래서 부동산 앱이나 사이트의 공고문 내용을 보면 가전제품은 무엇이 있는지, 언제 교체했는지, 얼마나 새 거인지 써 놓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글을 보면 흰색 주방가전 완비, 은색 주방가전 완비, 이런 식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은색 주방가전이라고 하면 아, 가전제품이 신형으로 마련되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기본적으로 스토브 탑, 오븐, 전자레인지, 냉장고, 식기세척기와 같은 주방 가.. 2022. 12. 1.
D+100 100일간의 미국 정착, 우리는 정착했을까?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날이 2022년 8월 1일, 그날로부터 100일이 지났다. 정확하게 100일이라고 못 박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착에 필요한 여러 세팅을 마무리하는데 100일 정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얼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모든 미국 생활의 세팅이 마무리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오늘 달력을 보니 미국에 온 지 100일이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벌써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일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이주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출국하기 일주일 전부터다. 우리 가족의 귀한 시간을 잘 남겨놓고 싶었고, 사진도 동영상도 좋지만 당시의 생생한 감정을 잘 남겨 놓고 싶었다. 늘 작심삼일에 용두사미, 계획만 거창하게 하고 흐지부지 되는 일이 많았던.. 2022. 12. 1.
2-4 입학 허가 서류 어서 주세요 ‘주소에 아파트 동호수를 안 적었다고?’ ​ ‘그럼 안 되는 거야?’ ​ ‘당연하지. 왜 개인정보를 정확하게 안 적어?’ ​ ‘내 정보를 다 주는 게 그렇단 말이야. 프라이버시도 몰라?’ ​ ‘그럼 학교 서류는 어떻게 받을 건데? 다 우편으로 올 텐데, 그거 받아야 할 거 아냐.’ ​ 아내는 어디에 주소를 낼 때 항상 아파트 동호수를 적지 않는다. 다른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병원에서 주소를 요구하거나, 상업적인 곳에서 요구를 받을 때면 나도 멈칫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범위가 훨씬 넓다. 아내는 이번에 대학원에 지원하면서 주소를 적을 때 아파트 동호수를 하나도 적지 않았다. 나는 사실 이런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주소라는 것은 개인 정보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중요.. 2022. 11. 29.
D+81 무서워서 못 하는 남자, 무서워서 해치우는 여자 '띵 띵~’ ‘응? 무슨 소리야?’ ‘타이어 기압이 안 맞는다네. 정비를 받아 봐야겠는데?’ 며칠 전, 산 지 두 달 정도 된 나의 새로운 미국차에서 처음으로 경고등이 떴다. 연식과 마일리지가 조금 된 중고차를 사면 여러 가지 정비 이슈가 생기는데, 그 첫 현상이 생긴 것이다. 내가 산 중고차는 지난번에도 말했듯, (이 글 참조) 2011년 독일 M사의 4륜 구동을 지원하는 준중형 세단이다. 참고로 이 정도 연식의 차량은 건실한 일본, 한국의 브랜드 준중형 차량보다 독일 브랜드의 준중형 차량이 더 저렴하다. 이유는 바로 일본차나 한국차의 정비가 훨씬 용이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차는 정비 비용이 비싸고 부품 수급도 쉽지 않다. 처음에는 안전한 독일차를 구매했다며 안심했다가 정비를 받을 생각을 하.. 2022. 11. 25.
D+78 미국 동부에서의 월동 준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군대 제대할 때까지, 근 20년 동안 단독주택에 살았다. 서울엔 몇몇 단독주택 단지들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인 성북구 돈암동 일대에 집이 있었다. 단독주택에 살면 왠지 엄청나게 부유한 삶을 산 게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흔히 생각하는 성북동이나 한남동의 근사한 단독주택촌이 아니라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쌍문동 동네에 더 가까운 분위기였다. 단독주택에 살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몇 가지 단점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겨울에 정말 많이 춥다는 것이다. 몇 살 때까지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짧게 연탄을 때던 시절도 있었고, 리모델링 후에는 보일러로 온돌을 땠지만 아버지가 1년에 한두 번 정도 기름을 배달해서 보일러에 넣어.. 2022. 11. 25.
해는 뜬다! ‘자기야’ ‘응?’ ‘나, 붙었나 봐’ ‘응?’ 저녁 8시, 집안일을 모두 마친 뒤, 아내는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며 휴대폰의 이메일을 정리하고 있었고, 난 그 옆의 실내 자전거에 올라 운동을 하고 있었다. ‘ㅇㅇ대학의 박사과정 담당자인데 축하한다는데?’ 아내가 캘리포니아의 꿈꾸던 학교에서 불합격 소식을 들은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나는 7년 근속으로 받은 리프레시 휴가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아이와 함께 시간도 보내고 아내가 재택근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쓴 휴가였다. 아이가 방학 동안 집에만 있다 보니 아내의 업무가 많이 어려워진 상황이었는데, 학기가 시작되면 그나마 학교 가 있는 동안은 일이 수월해질 수 있을 것 같아, 방학 동안에 아내.. 2022. 10. 28.
희망이 산산조각 나다 사람은 자기 스스로 만든 암시에 쉽게 잘 속아 넘어간다. 계속 스스로 어떠한 믿음이 있으면 정말 그렇게 된다고 믿는다. 아니, 그렇게 됐다고 믿는다. 나와 아내가 그랬다. 오랫동안 고생해서 유학을 준비해서인지, 이제야 겨우 학교 지원을 모두 마친 상태였지만 이제 곧 합격자 발표를 줄줄이 받을 거란 기대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나는 나대로 이전 글에서 썼듯, 남몰래 회사 미국 지사 설립, 혹은 크리에이터 활동 등을 하겠다는 계획을 새운 뒤, 벌써 그렇게 되었다고 나 스스로 믿은 듯했다. 아직 사장님께 말씀 한 번 드린 적이 없는데, 혼자서는 벌써 그렇게 하기로 한 사람인 듯 생각이 들었다. 물론 머리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도 기분만은 그랬다. ​ 새해가 밝고 이제는 본격적인 기다림의 시간이 되었다. 새로운.. 2022. 10. 21.
희망 회로 2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장래 희망을 정한 후로 난 20년이 넘게 영상과 관련된 공부와 일을 하면서 살았다. 대학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방송국에서 조연출을 했고, 유학을 가선 영화과를 다니며 애니과 사람들과 단편 애니 프로듀싱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선 누구나 다 아는 그 애니메이션 만드는 회사를 다니며 애니메이션을 기획 제작하는 프로듀서로 8년을 다녔다. 미국행을 결정하면서 아내가 공부하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해 봤는데, 앞의 글에서처럼 그런 작전(?)이 먹히지 않으면, 유튜브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사실 유튜브라는 매체가 내게 잘 어울리는 매체는 아니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단편 영화만을 만들었다. 짜인 각본에 의한 연기를 찍고, 이를 기민한 편집으로 잘 만들.. 2022. 10. 18.
D+6 주말에도 멈추지 않는 정착 전쟁 맞벌이 직장인들에게 주말은 치열하게 쉬어야 하는 이틀이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각종 업무와 인간관계에 시달리고, 또 집에 돌아와서는 밀린 집안일과 엄마 아빠 노릇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점점 피로가 쌓이면 주말에는 결국 꼼짝도 못 하고 휴식에 전념하게 된다. 미국으로 이주를 하고 첫 주말을 맞았다. 불과 지난 월요일 인천에서 비행기를 탄 후, 화요일 새벽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그리고 그 후 4일 동안 정착하게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들이 쌓여 피로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주말이라고 낮잠도 좀 늘어지게 자고, 브루노 마스의 노래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끊이지 않는 아마존 배송과 수많은 가구 조립, 그리고 청소 등으로 인해 주말도 정.. 2022. 10. 18.
희망 회로 1 아내가 얼추 대학원 지원을 마무리하고, 합격 여부, 혹은 인터뷰 요청 연락만을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학교를 쓰기만 하면 다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디는 가면 불편해서 못 산다며 지원서를 쓰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어디는 학교가 싼 티 난다며 지원을 꺼려하기도 했다. 이렇게 쓴 모든 학교에서 다 합격하고 나면 어디를 가야 하나 행복 회로를 돌려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아서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학교에 지원하지 않은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미국을 가기로 결정을 하면서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경력 단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했다. 이제는 아내의 합격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고 나니, 나의 퇴..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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