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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33

D+3 우린 외국인이고, 난 미쳐간다 우리 가족이 정착하게 될 주는 한국 면허를 미국 주 면허증으로 교환해 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다시 미국으로 오는 것을 준비하면서 운전면허를 다시 따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좀 있었는데, 면허 시험 필요 없이 면허를 받을 수 있다니까 안심이 좀 되었다. 유학할 때 면허를 네 번이나 떨어진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번거로운 것이 있었는데 영사관에서 운전면허를 번역 공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밌는 건 요새 한국 면허증의 뒷면에는 영어로 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영사관에 번역을 요청해야 한다. 이 절차는 반드시 영사관에 직접 방문해서 처리해야 하는데, 팬데믹 이후 영사관 방문은 반드시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예약 후 방문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데… 이 ‘영사민원 24’ 사이트가 어젯밤.. 2022. 10. 10.
폭풍 지원 따뜻한 날보다 추운 날이 많아지고, 점점 두꺼운 옷들을 침대 밑 보관함에서 꺼낼 때 즈음, 아내의 본격적인 학교 지원이 시작되었다. 아내의 전공은 그토록 핫하다고 유명한 컴퓨터와 관련된 공학 계열 학과였고, 워낙 핫한 전공이기에 많은 학교들이 학과를 개설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학교들에는 모두 해당 학과와 아내의 전공 박사 과정이 개설되어 있었지만, 아내와 나의 관심은 한 학교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이 학교가 안 되면 미국 안 간다는 각오로 할 거야!’ ‘아니,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는 말고~’ 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나도 다른 지역이나 학교를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역은 전에도 이야기했었지만, 약 십 년 전 내가 유학을 했던 샌프란시스코 지역과 그 지역의.. 2022. 10. 10.
나도 슬슬 준비를 시작한다 날씨가 선선해질 무렵 아내의 본격적인 대학원 입시가 시작되었고, 다양한 지역과 학교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아내가 지원할 학교와 지역은 세네 군데로 좁혀졌고, 학교 지원이 시작되었다. 아내는 머리를 감싸 쥐고 지원서류들을 정리해 검토에 들어가는 등 학교 지원 준비 과정에 돌입했다. 물론 대학원 진학은 아내가 하겠지만, 나도 준비할 것들이 제법 있었다. 물론 이주 준비, 이사 준비도 해야겠지만, 한국의 생활을 정리할 다양한 준비도 병행해야 했다. 유형의 준비 외에도 여러 무형의 준비도 해야 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짧지 않은 기간을 다닌 회사 생활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퇴사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꽤나 인정받으면서 이 회사를 다녀왔다. 좋은 기회로 입사해서, 힘들었지만 열심히 일했고, 나름 성과도 냈다. 조.. 2022. 10. 7.
D+1(2) 다시, 시작. 리셋이 싫어 이사를 하면 버릴 짐들과 그러지 말아야 할 짐들을 구별해야 한다. 그런데 그 필요가 이사 전과 이사 후가 그렇게 늘 달았던 것 같다. 주로 버리지 말아야 할 짐들엔 굉장히 삶이 윤택해지는 물건들이 많고, 버릴 짐들엔 마치 공기와 같아서 어디에 쓰는지 눈치채지 못하는 물건들이 많다. 그래서 막상 이사해서 짐을 열면 이건 왜 들고 왔지 하는 물건과 도대체 그걸 왜 버렸지 하며 후회하는 물건들이 꼭 생기게 된다. 이번에도 그런 물건이 한가득이다. 리셋의 달인인 우리 가족은 (이런 식으로 짐을 다 버리고 먼 거리 이동을 하는 이사를 한 적이 서로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합리적으로 생활에 필수적인 물건들을 잘 골라내고 지나치게 삶의 질만 연관된 물건들은 잘 버리고 왔다고 자부했다. 적어도 짐을 쌀 때는.. 2022. 10. 6.
나만 몰랐던 아내의 대학원 입시 과정 가을이 다가온다는 것은 미국 대학원 입시 과정이 절정에 다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을이 되면 각종 자격시험을 마무리하고,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내용과 영어를 첨삭받아야 하고, 지원할 학교와 과정들을 살펴보면서 지원 마감일에 맞춰 각종 서류를 준비해 접수하는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이 즈음이 되면 자신을 추천해줄 사람들을 만나 추천서 부탁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유학 준비생들은 학교에서 졸업하자마자일 테니, 대학 학부나 석사 교수님이 될 거다. 그런 분들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어색하게 추천서 부탁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내가 아는 대학원 유학 준비는 이 정도였다. 지금부터 한 15년 전에 내가 유학 준비를 할 때는 적어도 그랬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지만 나는 몰랐던 정말 중요.. 2022. 10. 6.
아내의 신박한 영단어 공부법 ‘몇 신데 아직도 일해?’ 늦은 밤, 아이를 재우고 나서 주방에 오니, 아내가 노트북을 켜놓고 뭔가를 열심히 정리하고 있다. 나한테는 그렇게 칼퇴근을 강조하는 그녀가 이 늦은 시간까지 일한다는 생각에 빽 신경질을 낼 참이었다. ‘단어장.’ 아, 공부하는 중이구나. 유학 준비 중이니까. 그런데 엑셀이다. 누가 보면 아마도 회사 업무를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유학 준비를 시작한 아내는 토플과 GRE 시험을 봐야 했다. 꽤나 까다로운 시험이긴 하지만, 아내에게 힘든 과정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GRE야 대학원 입학시험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호주 유학 경험에 외국계 회사를 꽤 오랫동안 다닌 그녀가 영어 공부를 빡세게 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뭘 .. 2022. 10. 3.
D-1 이사 나와 호텔로 밤새 더워 죽는 줄 알았다. 어제 정도의 열대야라면 당연히 에어컨을 틀고 잤을 텐데, 안타깝게도 에어컨은 없다. 침대 프레임도 빼 버려 매트리스만 깔고 잤다. 새벽 여섯 시가 되자 밝은 빛이 창을 통해 들어온다. 평소라면 커튼이나 베란다에 널은 빨래들이 적당히 빛을 가려줬겠지만 침대가 없어 시선은 더 낮아졌는데 아무것도 빛을 가려주지 못한다. 딸아이는 새벽빛에 잠을 깨서 방 안이 울린다며 계속 이런저런 소리를 내 본다. 밤새 뒤척이던 나와 아내는 아이의 소리에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린다. 결국 일곱 시부터 남은 쓰레기와 짐을 정리한다. 결국 장장 두 달에 거친 이주 준비와 홀로 이사 작전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날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짐의 무게를 확인하고, 가방 싸는 것도 끝났다. 어제까지 거의 근 한 .. 2022. 9. 30.
D-2 감사함이 넘치는 퇴거 준비 해외 이주에 앞서 집을 빼야 하는데, 그 날짜를 출국 당일이 아닌 하루 전날로 정했다. 정신없이 짐을 빼고 그날 바로 출국한다고는 도대체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딱 하룻밤만 공항 근처 호텔을 예약하고 집을 하루 전에 빼기로 했다. 집을 하루 전에 빼는 또 다른 이유는 혹시 ‘셋집의 보증금을 떼일까 봐’였다. 계약 날짜대로 집을 빼는 것도 아니고 뒤이어 다른 세입자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어서, 괜히 보증금을 떼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바로 출국을 해버리면 대응이 안되니 그걸 위해서라도 하루 여유를 둔 것이었다. 그런데 어젯밤 늦게 집주인이 보증금을 보내왔다. 마침 관리비 정산금과 장기수선충당금 정산도 마쳤는데 내가 정산해서 받을 돈이 만 원 아래길래 안 주셔도 된다 하려는 참이었는데, 먼저 보증금을.. 2022. 9. 29.
아내, 유학을 위해 직장인이 되다 ‘ㅇ 팀장이 내가 다시 회사에 왔으면 좋겠대.’ ㅇ팀장은 아내가 전의 전에 다니던 회사의 팀장이다. ‘정말? 그런데 어떻게 다녀?’ 코시국의 한 복판, 난 재택을 하지 않는 회사에 다니는데, 아이는 학교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아내는 유학 준비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우리는 아내가 다니던 회사와 더 멀리 이사까지 왔다. 출퇴근은 불가능했다. ‘재택이래. 나 그만두고 나서 계속 재택이었대.’ 응? 그래? 그러면 아이를 보면서도 일 할 수 있는 거야? 나는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내는 그 직장에서 꽤나 인정받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래서 회사 욕할 때마다 등장하는 몇몇 사람들이다)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아내가 더 좋은 .. 2022. 9. 29.
D-3 한국에서의 마지막 평일 오늘 오전엔 장기렌트를 하고 있던 차량을 반납하고, 딸아이의 휴대폰을 해지했다. 이번 미국 이주를 준비하기 전부터 언제든 해를 갈 수 있단 생각에 치를 긴 기간 할부로 구매하거나 휴대폰을 약정을 걸어놓거나 하지 않았다. 보통은 해외 이주를 하게 되면 차를 팔거나 휴대폰/인터넷 약정을 파기하는 게 꽤나 까다롭고 번거로운 일이라는데, 우린 다행히 그런 번거로운 일은 없었다. 자동차 같은 경우는 그저 아침에 탁송 기사님이 오셔서 처를 가지고 가시니 끝이었고, 아이 휴대폰은 가족관계 증명서와 내 신분증으로 십 분 만에 해지를 끝냈다. 이제 남은 건 출국 당일날 아내의 휴대폰을 알뜰폰으로 교체하는 일만 남았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티브이 인터넷 기사가 안 왔다. 내일 직영점에 모뎀과 셋톱박스를 반납해야 한다...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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