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보다 추운 날이 많아지고, 점점 두꺼운 옷들을 침대 밑 보관함에서 꺼낼 때 즈음, 아내의 본격적인 학교 지원이 시작되었다. 아내의 전공은 그토록 핫하다고 유명한 컴퓨터와 관련된 공학 계열 학과였고, 워낙 핫한 전공이기에 많은 학교들이 학과를 개설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학교들에는 모두 해당 학과와 아내의 전공 박사 과정이 개설되어 있었지만, 아내와 나의 관심은 한 학교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이 학교가 안 되면 미국 안 간다는 각오로 할 거야!’
‘아니,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는 말고~’
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나도 다른 지역이나 학교를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역은 전에도 이야기했었지만, 약 십 년 전 내가 유학을 했던 샌프란시스코 지역과 그 지역의 유명한 주립 대학교였다. 내가 유학을 하긴 했지만 나는 예술학 전공이었고, 미국의 전반적인 대학원 환경을 잘 알지는 못했다. 그저 당시 유학을 할 때, 그 주립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하시거나, 포닥을 하고 계시는 형님, 누님들을 보면서 그 학교에 대한 엄청난 로망을 가진 것이 계기였다. 물론 어디 그것뿐이겠나. 그 학교가 아내의 전공으로 매우 유명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을 갈 때는 이 지역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모든 입시는 해당 주립 대학교의 전형 내용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그리고 나머지 지원 학교는 그 내용을 중심으로 각 학교에 맞게 적절히 수정 보완하면서 지원하는 것으로 전략을 짰다.
최초에 아내가 생각한 학교는 모두 세 군데 정도였다. 위에서 말한 주립 대학교와 북서부에 위치한 다른 주의 주립 대학교, 그리고 남동부에 위치한 유명 공과 대학교, 이렇게 세 곳의 학교를 선정했다. 북캘리포니아 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잘 모르는 지역이었지만, 학교 학과의 명성과 아내가 원하는 연구를 잘 진행할 수 있는 곳으로 선정했다.
가장 먼저 샌프란시스코 지역 주립 대학교를 지원하고, 하나씩 지원서를 등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세 학교에 대한 지원이 마무리되면서, 아내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유학 준비생들의 다양한 지원 후기를 읽어본 모양이었다.
‘보통 박사 과정 지원하면 열 군데에서 열다섯 군데 정도 지원한대.’
‘그렇게 많이?’
‘응. 나도 더 지원해야 하는 거 아냐? 만약 다 떨어지면 어떡해?’
‘아냐~ 네 연구 분야와 잘 맞는 곳이 중요하지.’
나도 그렇게 얘기하기는 했지만, 조금 불안하기는 했다. 아직까지 올인하고 ‘미국 가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뭐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국에 ‘돌아갈’ 마지막 기회라는 점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아내는 홀로 추천서와 학업 계획서, 자기소개서를 추가적으로 준비해, 몇몇 이름 있는 학교에 폭풍 지원하기 시작했다. 위 세 학교는 유학원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준비했던 학교고, 나머지는 아내 홀로 준비했다. 갑자기 너도나도 다 아는 유명 사립 대학교에,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지원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시작된 행동이었지만, 그렇게 여러 학교를 조사하고 지원하면서 기존에 지원했던 학교보다 연구 주제가 더 잘 어울리는 학교도 추가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언감생심 못 갈 거라고 생각했던 학교까지 폭풍 지원했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뽑는 건데 내가 고민을 왜 해? 그 사람들이 보고 고민하라 그래.’
그래, 맞다. 어차피 뽑혀야 가는 거다. 지원한다고 다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고민한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자기들에게 맞는 학생을 뽑는 것은 그들의 과제! 그들이 할 고민을 우리가 할 필요는 없었다.
결국 처음에 세 학교에만 지원하려고 했던 아내의 계획은 미 전역의 십수 군데의 학교에 지원하는 것으로 급수정되었다.
그리고 그런 아내의 계획 수정은 우리에게 엄청난 ‘나비효과’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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