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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와이프 따라 미국 가는 남자 1

나만 몰랐던 아내의 대학원 입시 과정

by jcob why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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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다가온다는 것은 미국 대학원 입시 과정이 절정에 다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을이 되면 각종 자격시험을 마무리하고,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내용과 영어를 첨삭받아야 하고, 지원할 학교와 과정들을 살펴보면서 지원 마감일에 맞춰 각종 서류를 준비해 접수하는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이 즈음이 되면 자신을 추천해줄 사람들을 만나 추천서 부탁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유학 준비생들은 학교에서 졸업하자마자일 테니, 대학 학부나 석사 교수님이 될 거다. 그런 분들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어색하게 추천서 부탁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내가 아는 대학원 유학 준비는 이 정도였다. 지금부터 한 15년 전에 내가 유학 준비를 할 때는 적어도 그랬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지만 나는 몰랐던 정말 중요한 과정이 더 있었다. 다행히도 아내는 그 과정을 알고 있었고, 착실하게 유학원 도움을 받으면서 입시를 준비했다.

 

바로 지원할 학교의 학과 교수들의 논문을 요약하고, 그 내용을 검토하면서 자신이 공부하게 될, 혹은 공부하고 싶은 내용과 잘 매칭이 되는지 확인하고, 그렇다면 그 교수님들이 새로운 학생들을 뽑을 의사가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그냥 듣기만 하는 것으로도 ‘아니 뭐 그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특히 이 시기(작년 이맘때)엔 막 아내가 재택이긴 하지만 회사에 재입사를 하기도 했고, 아이가 오랜 팬데믹 재택 수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일주일에 3~4일 정도 학교를 나가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웃기는 게, 이때 하루 확진자 수가 요즘 확진자 수의 10분의 1도 안되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학교를 아예 안 갔던 적도 있었다) 직전 여름엔 아이에게 코비드 블루 증상을 보이기도 해, 나도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재택을 하다가, 개학을 하면서 아이의 증세가 호전되어 다시 출근을 하면서 정신이 없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갑작스러운 생활 패턴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였고, 다들 조금씩 예민해져 있었다. 나도 퇴근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지치는데 은근히 쌓여있는 집안일에 불만도 늘어갔다. 말로는 하지 않아도, ‘집에 있으면서 이 정도는 조금 해 놓지’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올 때였다. 그러다 다툼이 되기도 헸다.

 

그런데 그러는 중에 아내는 회사 일을 하면서,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혹은 아이의 온라인 수업 과정을 봐주면서, 밥도 차리고, 또 회사 화상 미팅도 하고, 그 와중에 지원하는 학교의 페컬티들의 논문도 보고 있었던 거다. (게으른 놈, 회사 갔다 와서 밥 하는 게 그리 억울하더냐?)

 

난 그저 일상을 살 뿐이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일 하고, 밥 먹고, 동료들이랑 커피도 한 잔 하고, 일 농땡이도 좀 부리고, 그러다가 가족 핑계로 칼퇴근. 그런데도 출퇴근이 힘들다고, 회사 사람들 치이는 게 힘들다고, 집에 오면 좀 쉬면 안 되나, 이런 팔자 좋은 소리를 하고 앉아 있었던 거다.

 

아내는 그렇게 읽은 교수들의 논문과 연구 과제, 일부 강의 샘플을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에 한 번 더 녹여내어, ‘이봐요, 여기 당신 연구에 찰떡인 내가 니 학교를 지원하니, 당장 뽑으시오’하는 아우라를 강하게 내비쳐야 하는 것이다.

 

이게 과연 육아를 하면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나 같이 나이브한 남편을 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새삼 아내의 지난 일 년이 더 대단해 보인다. 요즘 아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잘나고 어린 동기들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리고 고통스러워한다. 넌 이렇게 어마어마한 과정을 통해 거기까지 갔어. 이런 상태로 준비해서 이 자리까지 온 널 누가 우습게 생각할 수 있겠니? 열등감을 접으렴.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도 넌 대단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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