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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와이프 따라 미국 가는 남자 1

아내의 학교 선택

by jcob why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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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싫어.’

 

‘왜?’

 

‘미드 ㅇㅇㅇ에서 악당 ㅁㅁ이 거기서 살았대.’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유학원에서 본인의 과가 있는 다양한 학교를 보내주었다며, 아내는 나에게 해당 이메일을 포워드 해 주었고, 나는 메일의 리스트를 보면서 가면 좋을 것 같은 학교들을 선정해서 아내에게 추천해 주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돌아온 대답은 위와 같았다. 이보세요. 그 학교가 얼마나 전도유망한 학교인지 아세요?

 

앞선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아내는 심각한 길치이자 방향치이다. 아내가 길치인 것은 학생 시절 지리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단 점에 기인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는 어렸을 적부터 사회과 과목에 대한 관심이 많고, 특히 한국 지리, 세계 지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고 알게 되는 것을 즐기곤 한다.

 

하지만 아내는 사회탐구 영역에서 모든 것을 암기로 때우려는 무식한 과목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고, (사실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모든 과목을 외우라고 하긴 했었다) 지나친 암기 강요에 대한 반항심과 오기가 발동한 아내는 과감하게 사회탐구 내신을 자신의 성적표에서 지워버렸다. 결론적으로만 보자면 그녀는 지금 미국 대학원 톱 학교의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그녀의 선택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적어도 학업에 있어서는.

 

하지만 사회탐구 영역에 대한 알레르기는 지리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고, 심각한 길치와 방향치가 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명이나 특징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대강이라도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다. 심지어 충청도나 전라도가 어디 있는지도 잘 구별하지 못한다.

 

한국 지리도 그럴진대, 미국 지리는 어떻겠는가? 지리를 잘 알 필요는 사실 없지만, 그래도 학교를 정할 때 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특징을 살펴보기라도 할 텐데, 그런 것에 대한 관심은 1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UC Davis가 어디 있어?’

 

‘북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바로 옆이야.’

 

‘어? 거기 싫어. 멘탈리스트에서 늘 범죄가 일어났어.’

 

그런 식이면 CSI에 나오는 각종 도시는 다 가면 안 되게? 이런 식이다.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는 아예 모른다. 문화적 특성도 모르고…

 

‘거기 샌프란에서 한 시간 반 거리야.’

 

‘그래? 그럼 좋아.’

 

샌프란시스코는 내가 유학을 하던 곳, 우리가 신혼을 보낸 곳이다. 아무래도 익숙한 곳이고 좋은 추억이 많아 선호하는 곳이다. 그래도 그렇게 굳건하던 호불호가 크게 달라져선 안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아내가 학교와 전공 외에도 지역이나 분위기 등 여러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판단한 뒤 학교를 정하기를 바랐지만,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할 것 같아 보였다. 결국 그런 고민은 내 차지가 되었고, 아내는 학교를 쓸지 말지를 결정할 때마다 나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물어보았다.

 

결국 아내는 학교와 전공만 살피고 학교 선정 여부를 결정하고 난 아내가 결정한 학교의 지역과 환경들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학교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나름 의미 있는 분담이었다. 물론 나중엔 너무 초조한 나머지 어딘지도 모른 채 지원서를 폭풍 남발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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