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준비생/재택 직장인/아내/엄마의 삶은 고달프다. 그녀의 하루를 읊자면 이런 식이다.
아침에 비몽사몽 깨서 아이의 등교와 자신의 출근 준비를 해서 아이와 집을 나선다. 운전을 못하는 아내는 아이와 십오 분 등굣길을 함께 걷는다.
가까스로 아이를 학교에 들여보내고, 가까운 스터디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침 아홉 시 화상 미팅을 맞추려면 집까지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터디 카페 회의실을 예약하고 가까스로 화상 미팅에 들어가면서 오전 업무를 시작한다.
점심시간 따위는 사치다. 한 시 즈음해서 하교하는 아이를 픽업해 집에 돌아오는 데만 삼십여 분이 소요된다. 등교는 지가 애가 닳아 걸음을 재촉해도, 하교 땐 세상 온갖 것에 관심을 베풀어야 한다. 집에 돌아오면 그 사이 챗으로 수많은 업무가 하달되어 있다. 아이 학원가는 세 시가 되기 전까지 다 마쳐야 한다.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은 채-사실 안 먹었다) 빛의 속도로 업무를 마친다.
아이 학원에 가야 할 시간이다. 하필이면 이 학원은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은 없거나 거리가 애매하고, 걸으면 진땀이다. 중요한 대화를 하던 중에 아이를 데려다줘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회사 노트북을 연채 들고 아이를 데려다준다. 팬데믹으로 보안이 강화되어 휴대폰으로는 회사 업무가 불가능하다. ㅅㅂㅅㅂ 욕을 달고, 하나도 안 우아한 재택 커리어 우먼으로, 아이를 학원까지 데려다주고 난 학원 옆 또 다른 스터디 카페에 안착한다. 아이의 다음 학원은 옆 건물인데, 두 건물 사이에 큰 공사장이 있다. 데려다주지 않으면 너무 위험하다. 그래도 그다음 학원은 차량 운행을 해서 학원에만 데려다주면 집 책상에 앉아 일할 수 있다.
마지막 학원에 보낸 뒤, 비로소 책상에 앉아 크런치 모드에 돌입한다. 이래저래 싸돌아다닌 탓에 일은 밀려 있다. 정신없이 업무에 몰두하고 있는데, 안경 과장은 갑자기 별 시답잖은 주제로 수다를 떨려 덤빈다. ㅅㄲ, 일해라. 그 사이, 어느새 남편ㅅㄲ(나)가 아이를 아파트 입구에서 픽업해 들어온다. 아. 하루가 끝났구나… 는 개뿔. 이제 제2의 내가 깨어나야 한다.
남편이 저녁 준비를 하고, 아이를 케어하는 동안 (이렇게 쓰지만 뭘 특별히 하진 않는다. 데일리 루틴으로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할 뿐이다) 아내는 열공 모드다. 시간은 많지 않고, 시험은 봐야 하고, 과거 이십 년 전에 한 공부들은 포맷만 다섯 번은 됐을 거다. 그래도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효율은 확실히 떨어진다.
무사히 이대로 끝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날들이 많다. 아이는 엄만 일만 하고 공부만 한다고 불만이고, 남편 ㅅㄲ(이것도 나)는 퇴근하고 집안일하는 거에 아주 유세가 대단하다. 그럼 몰아치는 하루의 생활이 끝나가는 시점에, ‘난 무엇을 위해 이 ㅈㄹ을 하고 있는가’로 마무리하고 만다.
이거… 맞게 가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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