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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와이프 따라 미국 가는 남자 1

나 보다 어린 나이야

by jcob why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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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보다 보면 터무니없는 계기로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인생의 경로를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와~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결정을 했대? 대단하다 야.’

몇 번의 공부할 시기를 놓친 주인공들은 절체절명의 순간 결국 공부의 길로 가게 되었고,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공부의 길에서 여러 고생을 한 끝에 성취를 이루고 삶의 경지에 이른다.

그런 이야기를 읽거나 보거나 들으면, 거의 대부분은;

‘아, 참 대단한 사람이다.’

하고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그날도 비슷한 경우였다. 유명 엠씨가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한 저명한 인물이 출연했고, 뒤늦게 박사 과정을 하게 된 계기와 어려움들, 그리고 그 이후의 바뀐 삶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봐, 그러니까 우리도 지금 하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어.’

난 아내의 용기를 북돋기 위해 이런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 뒤에 아내가 한 말은 내게도 충격이었다.

‘나 보다 어린 나이야.’

‘응?’

그렇다. 출연자는 늦은 나이에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마치고 나니 이미 사십 대가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이미 사십을 넘은 나이다. 모르긴 몰라도, 합격을 해도, 공부를 잘해도, 빨리 끝내도, 박사를 따면 사십 대 후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그, 그럼 저 사람보다 자기가 더 대단한 거네. 그럼 자기도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 되겠네~’

아내는 영 씁쓸한 표정이다.

하지만 난 정말 그렇게 상상했다.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수많은 성공 스토리를 쌓아 올려,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국민 엠씨 앞에서 호들갑을 떨며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을. 아내는 오십이 넘고 육십이 넘어도 그럴 사람이다.

하지만 새삼 느낀다. 과거의 눈으로 보기에 우리가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걷는지. 과거엔 우리보다 어린 나이로 만학을 하여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무래도 기대 수명은 짧고 세상도 지금처럼 급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리라.

우리 세대,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지만 MZ세대의 앞 끄트머리에 위치한 우리 세대부터는 한 가지 천직으로 인생을 살다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아내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한 번은 꺾어야 할 인생의 길, 내리막에서 꺾는 것보다는 지금 꺾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난 믿는다. 나와 아내의 길이 옳았다고. 그녀는, 적어도 내 아내는 국민 엠씨를 만나 호들갑을 덜 그날을 상상케 만드는 엄청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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