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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131 미국 에너지 요금은 미쳤다

by jcob why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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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에서도 추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아, 물론 최근 한국 날씨를 보니까, 지금은 한국이 더 춥다. 온도만 보면 확실하다. 한국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반해 여긴 그저 영하 1~2도 수준이다. 이곳 사람들은 계속 아직 진짜 겨울은 시작도 안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체감 온도는 여기가 더 추운 듯하다. 이유는 집이 춥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온이 우리나라 강원도와 더 비슷한 지역의 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열도 난방도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바닥 난방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온풍기 만으로는 정말 겨울을 나기가 어렵다. 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면서 온풍기가 거의 하루 종일 틀어져 있는데, 그럼에도 집안 온도를 20도 이상으로 끌어올리기가 어렵다. 정말 이렇게 계속 틀어도 되나 싶어서 계속 틀고 있지도 못한다. 하지만 아이나 아내가 감기가 걸리니 집안은 그래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12월 초까지의 한 달 동안의 가스비와 전기세 고지서가 날아왔다. 이럴 수가, 전기세와 가스비 모두 지난달의 두배 가까이 요금이 나왔다. 전기세는 조금 어쩔 수 없다 싶었다. 날씨는 추워지는데, 아예 난방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난방기 온도계를 20도에 맞추고 살았는데도 요금이 이렇게 나왔다. 그것도 안방과 작은 방의 웃풍이 너무 심해서 낮 시간 동안에는 거의 문을 닫고 거실에서만 생활했다. 한 달간의 전기 사용량은 약 370 kwh.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한국에서였다면 전기 사용량이 누진세 적용 구간을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양이고, 요금도 5만 원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의 요금은 100불. 거의 세배의 요금이 나왔다.

가스비는 더 놀랍다. 집에서 가스를 쓰는 부분은 오직 온수 급탕뿐이다. 스토브 탑도 전기고, 난방을 위해 가스를 쓰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직 온수 사용만으로 가스비가 100불이 나왔다. 화장실에 밖으로 난 창이 있어서 춥다 보니 온수 사용량이 늘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가스비가 두배라니. 무섭다.

에너지 요금을 아낄 방법을 생각해 봤다. 가족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아낄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해 봤다. 첫 번째는 식기 세척기 사용 줄이기다. 물론 이건 실질적인 에너지 사용 절약과는 관계가 없다. 왜냐면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식기 세척기 대신에 직접 설거지를 하면 물 사용량이 월등히 늘어난다. 유감스럽게도, 수도 사용료는 정액, 전기세는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그래서 손으로 설거지 하기를 선택했다. (죄송합니다) 두 번째는 나 혼자 있는 시간 동안은 난방기 사용을 줄였다. 우리 집 난방기인 온풍기는 소리가 무척이나 시끄러운데, 나 혼자 있을 때 돌아가는 온풍기 소리는 마치 돈을 허공에 날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차라리 담요로 온몸을 싸더라도 난방기 사용은 조금 아껴야겠다. 세 번째는 찬물 사용이다. 샤워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찬물만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찬물, 얼음장처럼 차갑지만, 뭐 군대에선 우스웠지. (강한 척은)

마지막 네 번째는 바로, 벽난로 사용이다. 우리 집은 아파트지만 꼭대기 층이라 거실에 벽난로가 있다. 요즘은 벽난로가 대부분 가스스토브로 개량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정말 장작을 때는 벽난로다. 처음 집에 이사를 오면서 크리스마스 같은 때 때면 운치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난방 용도로 벽난로를 사용하리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가스비, 전기세가 너무 비싸다. 다행히 땔감을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심지어 마트에서도 장작을 판다. 마트에서 장작이라니, 어색하긴 하다.

주말 오후 시간에 벽난로를 땠다. 다행히 장작을 때기 위한 스타터 키트가 잘 되어 있어서 벽난로를 때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굴뚝도 잘 되어 있어서 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벽난로를 땐다고 집이 많이 따뜻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난방을 하기 위해서 땐 건데… 예상대로 운치는 있고 좋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림이니까.

아직 진짜 추위는 오지도 않았는데 걱정이 많다. 크리스마스 주에는 이곳도 영하 15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추워지면 난방은 어쩌며 전기, 가스비는 어쩐단 말인가? 가뜩이나 가족 모두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마음이 추운데, 몸도 너무 추울까 걱정이다.

Photo by Vidar Nordli-Mathis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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