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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29 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로망2: 학교 버스

by jcob why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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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이 학교가 개학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워낙 처음부터 잘 적응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지낸 터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아이의 학교 버스 스케줄이 확정되지 않은 점이었다.

 

노란색 클래식한 모양의 학교 버스. 미국 영화에서 미국 학교의 학교 버스가 등장하면 뭔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물론, 배트맨 다크나이트에서 나오는 장면은 그렇지 않다) 커다란 나무가 우거진 공원 사이에 고즈넉하게 난 길에서 지나가는 학교 버스, 그리고 거기에서 내리는 아이. 내가 상상했던 미국에 오게 되었을 때 상상한 모습 중에 하나다.

 

아이도 그랬다. 그 노란색 학교 버스를 그렇게 타고 싶어 했다. 심지어 한국에서 학원 버스조차 타고 싶어 했다. 학원이 집 바로 앞에 있는데도, 내가 데려다줄 수 있는데도. 그런데 여기선 저 운치 있는 클래식 학교 버스라니, 너무 기대한 듯 보였다.

 

그런데 등교 첫날부터 꼬였다. 바로 직전 주에 학교가 바뀌면서 아이의 버스 스케줄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첫 주엔 내가 직접 학교에 데려다주어야 했다. 아이가 다니는 꽤 큰 학교여서 전교생이 한 700여 명 되는데, 그중에 부모나 조부모가 데려다주는 학생은 5~60명 내외인 것 같았다. 그만큼 학교 버스 이용률이 높다. 아이는 내심 서운한 눈치였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 마침내 학교 버스의 시간표가 나왔다. 그런데 시스템의 오류인지, 스케줄이 나왔다는 이메일은 왔는데, 정작 스케줄이 적힌 URL엔 접근이 불가능했다. 주말 동안에 학교 관계자와 연락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했고, 결국 월요일에도 내가 학교에 데려다주어야 했다.

 

월요일 오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아이 손에 아래와 같은 메모를 들려 보냈다. 아무래도 수업 중에 연락은 어려우니까.

 

‘학교 버스 담당자가 메일을 보냈는데, 우리 스케줄 열람이 안돼요. 선생님이 접근 가능하시면 좀 알려주세요.’

 

메모를 보내면 아이가 하교할 때 알려줄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전에 선생님한테 이메일이 왔다. 아이 학교 버스 스케줄과 함께. 그뿐 아니라, Principal’s Secretary(뭐라고 해석해야 하나… 교감?)에게도 버스 스케줄 메일이 왔다. 의외였다. 바로바로 메일을 보내는구나. 수업 중일 텐데 이게 가능한가? 모르겠다. 선생님 전화번호도 안 알려주는데, 꽤나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에 적잖이 놀랐다. 그 뒤로도 버스 태그(어떤 버스를 타는 학생인지 확인하기 위한 가방 태그) 만드는 일이나 이것저것 관련해서 답장을 보냈는데, 그때마다 꽤나 신속하게 답장이 왔다. 아이가 올 때까지 조마조마할까 봐 걱정했는데, 바로 해결이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게 아이의 학교 버스 스케줄이 확정되고, 마침내 오늘 아이가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는 날이 되었다. 아이는 잔뜩 설레는 맘을 애써 감추고 덤덤한 척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귀여웠다. 초등학교 4학년, 아직 사춘기는 아니지만 요즘 부쩍 다 큰 척 건방진(?) 모습으로 어른인 척하는데, 오늘도 그 모습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잔뜩 긴장한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귀여웠다.

 

버스가 선다는 아파트 사무실 쪽으로 가자, 벌써 몇몇 아이들과 부모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스쿨 가드 유니폼을 입으신 한 여성분이 교통정리를 하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해 주시고 계셨다. 학생들의 안전을 무엇보다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 앞에서야 그럴 수 있지만, 학교버스가 서는 집들 곳곳마다 스쿨 가드가 배치되다니. 물론 일부는 파트타임, 일부는 자원봉사자겠지만, 한국에서 녹색 학부모회란 명목으로 강제로 시키는 자원봉사(?)를 경험했던 우리는, 그분의 노고가 매우 존경스러웠다.

 

사실 우리가 가는 학교는 원래 우리 아파트의 배정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은 ESL 클래스가 필요한 국제 학생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학부모들도 대화가 많지 않았다. (다들 영어가 짧다 보니 ㅋ)

 

곧 학교 버스가 도착했다. 바로 그 클래식 노란 학교 버스다. 잔뜩 긴장한 아이는 학교 버스에 올랐다. 순식간에 떠나 버린 학교 버스. 그렇게 아이의 버스 등교가 지나가 버렸다.

 

하교도 버스 타고 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들은 모두 각자 자신들이 타는 버스 번호가 적힌 태그가 달려 있었는데, 우리 아이도 그 태그 덕분에 학교에서 처음 타는 버스였음에도 잘 안내를 받아 버스를 탈 수 있었다고 한다. 학교의 온 구성원이 합심해서 등하교 시간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좋다. 또 하나의 로망을 이뤄준 것 같아 뿌듯하다. (뭐, 내가 한 건 없다) 하지만 요 녀석 조금 컸다고 기쁨의 표현이 너무 약하다. 맘에 안 들어…

 

Photo by Megan Le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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