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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28 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로망1: 점심시간과 도시락

by jcob why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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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미국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나름 미국 학교에 대한 로망을 가진 것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점심시간과 도시락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교 버스 등하교였다.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커다란 강당 같은 식당에서 미국식 밥을 사 먹거나 도시락을 싸와서 친구들과 먹는 장면은, 우리도 미드에서 흔히 봐 온지라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은 할 수 있다. (물론 늘 그 장면은 비슷한 문화를 가진 이들끼리 모여 앉아, 잘 나가는 아이들과 찐따들의 자리가 막 다르고, 마치 신분 상승의 이야기 뭐 그런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곤 한다) 아이도 학교에 가게 되면 그렇게 밥을 먹는 것을 유치원 때부터 상상해 왔던 듯하다. 그런데 오히려 한국 학교에서는 급식을 먹기도 하고, 생각했던 분위기와 학교 식단이 많이 달라서 적잖이 실망했었다. 하지만 이젠 미국 학교에 등교하니까 자신이 영상에서 봐 왔던 그런 모습의 식당에서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 모양이다.

 

등교 날이 다가오자, 아이는 매우 구체적으로 도시락을 요구했다. (건방진 뇨속!) 샌드위치가 딱 들어가는 타파 통에 샌드위치를 넣어서 종이백으로 싸 달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많이 쓰는 누런, 손잡이도 없는 위로 긴 종이백이 있다. 이름도 심지어 런치백이다) 나는 장을 보면서 아이가 딱 원하는 바로 그 식재료와 샌드위치 타파 통, 그리고 종이백을 사기 위해 마트를 헤집고 다녔다. (그래, 샌드위치 비닐에 싸 달라고 하지 않은 게 어딘가) 놀라운 건, 아직 마트의 레이아웃이 익숙하지 않아 시간은 걸렸지만, 아이들 점심 도시락을 위한 모든 재료가 다 있다는 점이다. 샌드위치 타파, 종이백뿐만 아니라, 도시락용 샌드위치 빵, 도시락용 치즈, (이건 우리나라 노란 치즈랑 똑같다. 다른 치즈는 종류도 많고 가격도 세서 움찔했는데, 이건 매우 저렴하다) 도시락 샌드위치 햄, (이것도 마찬가지. 일반 햄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이렇게 다 파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찾지 못해서 다른 식재료들을 잔뜩 카트에 담았었는데, 다 되돌려 놓았다.

 

그렇게 싸준 샌드위치 도시락. 처음엔 싸면서 ‘이걸로 되나?’ 싶었다. 고작 빵 두 조각에 샌드위치 햄, 치즈, 그리고 토마토소스나 딸기잼이 전부인데… 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에서 급식을 먹을 때 반찬이 맘에 안 든다고 밥만 먹고 온 적도 많았기에, 다 먹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타파 통에 넣어 종이백에 넣으니, 바로 우리 딸이 생각하던 바로 그 도시락이다. 하지만 그렇게 싸갈 수만은 없고, 도시락 가방에 넣어 주었다. 아이가 그렇게 경험해보고 싶어 했던 포춘 쿠키와 함께.

 

다행히도 아이는 도시락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잘 먹었다. 맛도 좋았다고 한다. 제법 보람이 있었다.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는 일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샌드위치 하나 정도가 부담될 정도는 아니다.

 

학교의 (카페테리아라고 흔히 부르는) 식당에서는 밥을 사 먹을 수도 있다. 일반 학생은 3불이 안 되는 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고,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공짜로, 혹은 형편에 따라 저렴한 가격으로 사 먹는다. 물론 한국은 급식이 모두 공짜니까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그래도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좋았다. 현금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 번호나 학생 카드를 사용해서 지불하기 때문에 가정 형편이 드러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도 있다. (이건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가 미국에 오면서 식사를 할 때 먹을거리가 많이 바뀐 편이다. 한국에선 아무래도 밥을 많이 먹었고, 반찬도 한국 음식이다. 시켜서 먹을 때를 제외하면 다른 음식을 먹을 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점심 도시락의 변화처럼, 평소의 먹을거리도 많이 바뀌었다. 여기서는 밥을 한 적도 없고, 밥과 반찬으로 식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밥솥을 또 사는 게 은근히 부담된다) 한 달 동안 거의 매끼 빵과 함께 식사를 했다. 꼭 밥을 안 먹이겠단 다짐을 한건 아니었지만, 끼니마다 밥을 하는 건 꽤나 귀찮은 일이다.

 

그래도 아이는 싫지는 않은 눈치다. 어제 지인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아 갔을 땐, 심지어 샐러드도 입에 댔다. (입에 댔다는 표현이 딱 적당하다. 샐러드 중에 양상추 하나를 먹어본 듯하다. 소스도 없이. 그다음엔 안 먹긴 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그저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도 하고 그러면, 쑥쑥 잘 자랄 것 같다.

 

Photo by Mario Gog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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