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애니피디다!/애니 만드는 남자

애니 기획자의 하루

by jcob why 2022. 10. 14.
728x90

오늘도 하루가 시작됐어요. 아침 6시. 출근 시간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J피디는 6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요. 일어나자마자 커피 물을 올리고,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죠. 아침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점심엔 다이어트 때문에 마시는 단백질 요구르트와 두유, 그리고 단백질 파우더를 먹어요. 종합 비타민과 유산균도 잊지 않아요. 그렇게 준비한 도시락은 가방에 넣고 커피를 보온병에 준비한 후, 씻고 옷을 챙겨 입고는 출근하죠. 6시 50분엔 출발해야 해요. 팬데믹 시즌 이후, 회사에서 출근 시간의 밀도를 낮추기 위해 8시부터 10시까지 순차 출근을 시행하고 있어요. J피디는 8시까지 출근하고 있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출근 시간, J피디는 유튜브로 '금쪽 상담소'나 '금쪽같은 내 새끼'를 청취(!)해요. 육아 신 오은영 선생님의 설명을 듣노라면 아이들을 잘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우리 아이의 육아를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만, 저같이 유아동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주 타겟층인 유아동의 논리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방송을 통해 알게 된 논리의 흐름을 제 작품의 캐릭터들의 행동 양식에 잘 적용하면 그만큼 어린이 시청자들이 제 캐릭터도 잘 이해할 수 있겠죠?

 

회사에 도착하니 업무 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았어요. 자리에 앉아 사무 피씨를 켜고 어제 퇴근 이후  메일을 체크해요. 어제 사장님께 보냈던  작품의 시놉시스에 대한 피드백이 도착해 있어요. 오후에 미팅을 하자고 하시네요.  번에 통과되어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으면 좋으련만, 2~3 정도 수정 시간을 쳐야 하니 스케줄에 무리가 없는지 확인해요. 당연히 약간의 일정 압박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쩔  없어요. 캘린더에 사장님 미팅 시간을 입력하고 남은 이메일도 체크해요. 제작사에선 애니메이션 디테일 영상 수정본과 렌더 합성 1 영상을 보내왔어요. 외주 작가님에게선 시나리오 초고  편도  있네요. 오늘은 바쁜 하루가 되겠어요. 후임에게 일정이 급한 합성 영상 1차를 먼저 검토하라고 지시한 , 하루 일정을 정리하죠.

 

점심 전에 외주 작가님과의 화상 미팅이 잡혀 있어서, 일단 오전엔 작가님이 보낸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해요. 초고라서 대사나 영상 연출을 면밀하게 살펴야 해요. 초고 단계에서 꼼꼼하게 수정을 의뢰해야지, 수정고 단계에서 수정하기가 더 어렵거든요. 에피소드의 의도에 맞게 캐릭터들이 행동하는지, 성격에 맞는 톤으로 대사를 하고 있는지, 혹시 이야기가 너무 꼬이거나 이해하기가 어렵지는 않은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요.

 

수정의견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보니, 그 사이 사업팀에서 업무 협조 요청이 왔어요. 시즈널 온라인 행사 홍보 그래픽 작업을 위한 원본 이미지를 요청하네요. 고화질 이미지 작업이 되어 있는지 아카이브를 확인하고, 가능한 이미지부터 공유하는 메일을 보냈어요. 간단히 업무를 처리하고 제작사에서 온 애니메이션 디테일 영상을 검토하려고 했는데, 벌써 외주 작가님과의 화상 회의 시간이에요. 다급하게 열어둔 영상을 뒤로한 채, 화상 미팅실로 향해요.

 

시나리오 회의가 시작됐어요. 오전에 정리했던 몇 가지 수정의견을 이야기하고, 작가와 함께 토론을 진행해요. 피디가 문제점만 지적해서는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어요. 대안을 미리 준비해서 원래의 시나리오 내용과 대안 그리고 반론 등이 같이 오가면서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죠. 오늘은 작가님도 준비를 많이 해 오셔서 의미 있는 대안으로 결론이 났어요. 이번 주말까지 수정고를 주시기로 하고 회의를 잘 마쳤답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에요. 팀의 작가들과 피디들은 모두 식사를 하러 나가고, 전 자리에 남았어요. 아침에 싸온 요구르트와 단백질 파우더를 두유에 타서 먹은 뒤, 잠깐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점심 먹으면서 틀어 놓은 유튜브에 정신이 팔려 시간이 후딱 가버리고 말았어요. 어느덧 45분. 점심시간이 15분밖에 남지 않아서 잠깐 산책을 나가요. 사무실에만 앉아 있다 보면 노곤 노곤해지니 바람이라도 잠깐 쐬야 해요.

 

오후엔 오전에 열어놓은 애니메이션 디테일 영상을 검토해요. 1차 영상에서는 워낙 수정의견이 많았던 터라 수정이 잘 되었는지 확인을 꼭 해야 해요. 동작이 어색했던 부분은 개선이 됐는지, 입모양이 대사와 잘 맞지 않았던 부분은 수정했는지, 물리 법칙에 어긋났던 움직임을 자연스러워졌는지 검토해요. 다행히 대부분 잘 조정됐는데, 몇 가지 수정이 되지 않은 부분은 추가적으로 의견을 작성해요. 마지막으로 영상을 재생해 보는데, 아뿔싸. 지난번에 검토 때 발견되지 않았던 추가적인 수정 포인트가 발생했어요. 안 고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하는 수 없이 제작사 제작 피디와 감독님께 전화를 걸어 우는 소리를 조금 하면서 부탁을 드렸어요. 시나리오와 마찬가지로 뒤늦게 수정 의견을 추가하면 제작사에서는 매우 곤란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1차 영상에서 모든 수정의견을 보내려고 노력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추가 의견이 있네요. 그럴 땐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죠.

 

어느덧 사장님과의 미팅 시간이 되었어요.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해 늘 강조하시는 사장님은 아직도 모든 작품의 스토리를 직접 검토하세요. 이번엔 시놉시스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잔뜩 긴장한 채 사장님실 문을 두드려요. 중요한 스토리의 포인트 몇 가지와 캐릭터의 톤 앤 매너 이슈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다른 의견이 있어 몇 가지 의견을 나누었는데, 받아들이시는 것도 있고, 사장님 뜻을 굽히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 금요일까지 수정해서 다시 검토받기로 하고 회의를 마치고 나왔어요.

 

자리에 돌아와 보니 후임이 렌더 합성 1차 영상에 대한 수정의견을 정리해 메일로 보내왔어요. 으음... 퇴근 시간이에요. 그건 내일 해야겠어요. 제작사도 퇴근 시간이니, 지금 정리해서 보내나 내일 오전에 보내나 큰 차이는 없어요. 일단 전체 의견 분량을 체크해보니 내일 오전 중에 회신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여요. 5시가 땡 하고, 전 회사를 나서죠.

 

유연 근무 덕분에 러시아워는 피할 수 있어 좋아요. 하지만 길이 또 아주 안 막히는 것은 아니죠. 퇴근길에는 딸아이 학원 픽업을 해야 해서 마음이 늘 급해요. 다행히 아이 학원 끝나기 5분 전에 학원에 도착하고, 무사히 아이를 픽업해서 집에 돌아왔어요.

 

저녁 시간, 식사 준비는 제 담당이에요. 아내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등하교, 학원 등 하원을 책임지고 있으니, 식사 준비는 제가 하는 게 맞죠. 그 사이 아내는 청소를 해요. 저녁밥이라고 해봐야 뭐 특별할 건 없고, 밥에 반찬에 뭐 그래요. 사 먹기도 하고, 간단하게 냉장고에 있는 반찬과 식사를 하기도 해요. 식사를 마치면 저는 설거지, 아내는 빨래를 개요.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내나 저나 다이어트를 한다고 실내 자전거를 3~40분 타요 그 사이 아이는 학원 숙제를 하죠. 뭐, 이상적일 때는 그렇고, 같이 티브이에 눈을 꽂고 꼼짝도 안 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9시가 가까워오자 아이가 분주해요. 아이가 저와 한 약속이 9시 10분까지는 잘 준비를 마치고 누워서 기다리는 것이거든요.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양치를 했는데, 아이가 책상 정리를 깜빡했어요. 내일은 꼭 책상 정리를 하기로 약속하고 아이는 잠자리에 누웠죠. 저는 방에 들어가 간단한 마사지와 함께 기도를 해 주고 방을 나와요. 저와 아내가 하루씩 돌아가면서 기도를 해주고 나오고 있답니다.

 

드디어 육퇴예요. 진정한 퇴근이죠. 9시 반이 조금 안된 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저와 아내는 넷플릭스를 보면서 맥주 한 잔을 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기도 해요. 그리고는 12시 즈음이 되면 잠을 청하죠.


여기까지가 애니 기획자 J피디의 하루예요. 뭐 늘 이상적이지는 않아요. 회사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중요한 일을 놓치기도 하고, 유튜브 등에 정신이 팔려 점심 산책은 가볍게 패스하죠. 집에 와서도 저녁 준비가 너무 귀찮아 다이어트는 깜빡 잊고 배달 음식으로 폭식을 하는 날도 많아요. 육퇴 하고 나면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틀어놓고는 꾸벅꾸벅 졸다가 침대로 기어 들어가기도 하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의 하루는 여느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모양이 다른 일을 할 뿐, '일'을 하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 뭔가 창의적이고 색다른 느낌으로 일을 할 것 같지만, 또 막상 회사에서의 생활을 보면 여느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오늘 하루도 또 이렇게 가네요. 그럼 또 출근하기 위해 일찍 잠에 들어야겠네요.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 분들 파이팅입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