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1995년 작 ‘토이 스토리’는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혁신과 같은 작품이에요. 기존의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고 해야 하겠어요. 시청자들에게 3D 애니메이션이란 신문물을 소개했거든요. 그 전에도 몇몇 실사 영화에서 부분적으로 3D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은 있었지만 (그리고 그 작품들도 모든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지만) 전체 영상을 모두 3D 이미지를 활용해 만든 장편 작품은 ‘토이스토리’가 처음이었어요.
‘토이 스토리’가 관객들에게도 커다란 충격을 선사했지만, 애니메이션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어요. 셀이라는 종이에 연속적인 움직임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는 기존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저무는 해가 되어 버렸죠. 2D 애니메이션은 지금도 여전히 제작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제작방식으로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아요.
그렇다면 3D 영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끔,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 볼게요. 제가 워낙 설명충이라 너무 어렵게 설명할 수도 있는데, 만약 너무 어렵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더 쉽게 소개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3D 애니메이션(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아요. 과거엔 종종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이었는데, 요즘은 잘 보이지 않네요. 아무래도 3D 애니메이션과 그 결과물이 유사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과거 유명했던 작품은 ‘월러스와 그로밋’이라는 작품이고요. 십수 년 전 무한도전 꼭지에서도 나온 적이 있어요.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퍼펫을 만들고, 그 퍼펫을 움직여가면서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 영상을 만드는 애니메이션 기법이에요. 이 모든 과정을 컴퓨터 3D 프로그램 안에서 만든다고 생각하면 돼요.
먼저 화면에 나올 여러 구성물을 입체 이미지로 만들어요. 캐릭터도 만들고, 배경도 만들고, 소품도 만들죠. 그리고 움직여야 하는 구성물이라면 뼈대를 만들고 관절을 만들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줘요. 영상에 나올 구성물들이 많을수록 만들어야 할 것도 많겠죠? 찰흙을 빚어서 형태를 만들고, 뼈대를 세우고, 색칠을 하고, 질감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듯, 3D 프로그램에서도 똑같은 과정을 거친답니다. 이 과정을 모델링이라고 해요.
그다음에는 세트를 구성해 줘야 될 거예요. 배경 구성물들의 위치를 정해서 세트를 만들어 주는 거죠. 건물이나, 자연물, 땅의 형태, 하늘과 태양 등, 시청자들의 눈에 보이게 될 여러 구성물들을 잘 위치시켜요. 이때 캐릭터들의 위치도 정해지죠. 또 중요한 것이 바로 카메라의 위치예요. 시청자들에게 보이는 것은 모두 카메라를 통해 보이니, 카메라의 위치도 정해줘야 해요. 제작 실무자들은 카메라 밖의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지만, 시청자들은 카메라에 담기는 장면만 볼 수 있답니다. 이 과정은 통상적으로 레이아웃이라고 한답니다.
이제 캐릭터, 소품 등을 움직이면서 장면 장면을 찍어줘야 해요. 보통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는 아주 조금씩 움직여가면서 카메라를 이용해 한 장 한 장씩 사진을 찍는데요, 3D 프로그램 안에서는 그럴 필요는 없어요. 시간을 변경해 가면서 구성물들을 움직여주고, 이를 저장한 뒤에 (이때는 이 움직임에 대한 정보 데이터만 저장이 돼요) 나중에 한꺼번에 사진을 찍게 돼요. 이렇게 구성물들을 시간에 따라 움직임을 주는 것을 애니메이팅이라고 하죠. 실제 퍼펫을 잡고 움직임을 주듯, 3D 구성물들을 잡고(그랩) 움직여 주면서(드래그) 움직임 데이터를 저장해요.
이제 움직임 데이터를 모두 저장했으니 진짜로 사진을 찍어야겠죠? 이 작업은 렌더링 작업인데, 사진을 찍는 것은 단순한 것 같지만, 그전에 또 많은 공정이 들어가야 해요. 일단 구성물들의 움직임 데이터를 고정시켜주고, 불필요한 데이터는 제거해줘야 해요. 렌더링 작업은 굉장한 연산 작업이기 때문에 수많은 데이터들의 간섭으로 오류가 생기는 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데이터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리고 조명도 쳐 줘야 해요. 애니메이팅 작업을 할 때까지는 구체적인 고화질 영상으로 작업을 하지 않고 일명 ‘뻥 조명’ 상태로 작업을 하는데, 시청자들에게 보일 이미지는 예쁘게 조명을 쳐준 상태로 찍어야 하겠죠? 그러고 나면 렌더링이라는 어마 무시한 시간이 드는 작업으로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줘요.
이 한 장 한 장 찍은 사진들을 이어 붙이면 3D 애니메이션 영상이 완성돼요. 물론 영상 작업이 모두 끝난 것은 아녜요. 색보정을 해야 하죠. 렌더링 된 이미지는 조명을 예쁘게 쳐 주어도, 작품의 분위기를 주고 서로 맞추기 위한 보정은 필수예요. 영상 효과도 추가해야 해요. 2D로 그린 효과나, 3D로 만들어진 다양한 효과가 삽입되어야 하죠. 3D 효과는 따로 만들어서 합성하기도 하고, 렌더링 전에 추가해서 함께 렌더링 하기도 해요.
이해가 잘 되시는지 모르겠네요. 나름 쉽게 설명한다고 하긴 했는데, 너무 복잡한 것 같기도 해요. 지금까지 설명한 부분은, 사실 전통적인 2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에요. 애니메이션보다는 차라리 실사 영화를 만드는 방식과 더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그렇기 때문에 원래 애니메이션 전공이 아닌 영화 전공을 한 제가 업계에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거든요. 하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획자로서 가급적이면 전 부분을 한 번씩은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큰 숙제를 끝낸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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