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하고 놀라운 FX의 세계

애니메이션은 세상에 없는 이미지를 활용해 만드는 동영상 콘텐츠예요. 과거에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종이에 그림을 그렸고, 연속적인 움직임을 여러 장의 종이에 그려 빠르게 넘기면서 사람들에게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착시를 일으켰죠. 캐릭터뿐만 아니라, 배경, 소품, 또는 여러 가지 움직임 효과들이 여러 장의 그림을 빠르게 전환시키면서 애니메이션 효과를 불러일으켰어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방법도 많이 달라졌죠. 앞선 글에서 언급했던 3D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었어요. (적어도 3D 애니메이션에서는 말이죠)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더 실재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여러 오브젝트를 사전에 만들고 그 오브젝트를 움직이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되었어요.

 

애니메이션에는 여러 효과가 들어가요. 물이나 불, 파편과 같이 물리적 현상이 효과로 들어가고, 레이저 빔이나 마법, 혹은 파장과 같은 만화적 효과도 들어가게 되죠. 예전에는 이런 효과를 모두 손으로 그려 넣었어요. 하지만 효과를 삽입하는 것도 기술이 발달하면서 엄청 많이 달라지게 되었죠. 

 

애니메이션의 그림이 점차 실사 이미지에 가까워지면서, 효과도 정말 실제처럼 보여야 했어요. 그런데 일일이 애니메이팅을 통해 효과를 표현하다 보면 실제처럼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물과 같은 액체의 움직임이나 불꽃의 섬세한 움직임, 연기가 피어오르거나 섬광과 같은 것들을 일일이 애니메이팅을 하면 그 움직임이 너무너무 어색하거든요. 그래서 이와 같은 효과들은 애니메이팅이 아닌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미지를 생성해 낸답니다. 

 

시뮬레이션은 물이나 불과 같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을 계산을 통해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 결괏값에 맞추어 사전에 세팅한 색상이나 밀도 등을 토대로 생성해 주는 과정이에요. 불이 난다면 발원지가 있을 것이고, 그 주변의 산소나 공기의 압력, 그리고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불꽃이 생기는 모양이 다 달라지잖아요? 그런 부분을 사전에 정보 값을 통해 계산해서 이미지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거죠. 

 

액체도 마찬가지예요. 액체 자체의 밀도나 점성 등이 있고, 그 액체가 있는 곳의 경사나 이런 것에 따라 흐르는 모양이 달라지죠. 만약에 테이블 위에 물이 있다면 표면 장력 때문에 동그랗게 볼록한 모양이 나오게 될 수도 있어요. 이런 부분들을 모두 계산에 의해 만들어서 이미지로 출력하게 돼요.

 

폭발 장면 같은 장면에서도 FX가 들어가는데요. 건물이 폭파하거나 그러면 그 조각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잖아요. 조각들이 어떤 물리적 힘에 의해 만들어지고 물리적 힘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나게 되는지 계산을 거치게 되죠. 중력과 같은 외부적 요인도 들어가면서 사방팔방으로 튀는 파편들을 만들어내요. 

 

이렇다 보니 3D FX를 만드시는 전문가들은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 실무자와 일의 형태가 많이 달라요. 모델러나 애니메이터, 라이팅 아티스트 분들은 그래도 이미지에 직접 손을 대가면서 작업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FX 작업자 분들은 물질에 대한 다양한 특성 파악과 물리적 힘에 대한 수학적 계산을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죠. 동영상 이미지를 생성하고 나면 각종 오류를 파악하고, 물리 값을 조정하면서 이미지의 움직임을 조정해요. 직접 물의 방향을 끌어 움직이거나, 불꽃의 움직임을 바꾸는 게 아니죠.

 

그렇게 생성한 효과 동영상을 애니메이션 동영상에 합성하면, 하나의 멋진 장면이 완성돼요. 캐릭터들이 모닥불을 쬐며 앉아있거나, 캐릭터가 컵에 담긴 물을 쏟거나 하는 장면조차도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답니다. 

 

물론 만화적인 톤 앤 매너를 가진 작품이라면, 3D 애니메이션이라도 2D FX를 많이 가미하는 편이에요. 3D FX라도 물리적 계산에 의해서만 나오지 않는 효과는 합성 단계에서 그림을 직접 손보기도 하죠. 하지만 1차적으로는 정밀한 물리 계산에 의해서 이미지가 생성된답니다.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사실 FX는 워낙 전문 분야라서 기획 프로듀서가 그 세부적인 작업 방법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아요. 저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 정도만 이해하고 있답니다. 사실 티브이 시리즈 애니메이션에서는 극장판만큼 정교한 3D FX를 많이 쓰지는 않는데, 제가 했던 작품에서는 물이나 불과 같은 효과가 종종 들어가서 효과 감독님과 작업할 기회가 조금 있었어요. 그때마다 멋진 불 효과나 물 효과를 만들어주셔서 보다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답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은 다양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요. 때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도 사용되고 말이죠. 애니메이션 제작에 수학이 쓰일지 누가 알았겠어요.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작품이 나오도록 수고하시는 모든 실무자 분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