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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니피디다!/애니 만드는 남자

음악이 주는 마법

by jcob why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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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중점을 두고 만드는 것이 다른데요, 그래서 프로듀서는 각 단계마다 카멜레온처럼 변해가면서 일을 진행해야 해요. 맨 처음 단계에서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해요. 작가와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스토리와 대사를 조각해 나가죠. 그다음에는 눈에 보이는 것들, 즉 디자인, 애니메이팅, 특수 효과 등에 집중하면서 앞 단계에서 만든 이야기가 시각적으로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들어요. 그다음에는 귀에 들리는 것들을 만드는데요, 목소리 연기와 음향 효과, 그리고 음악을 제작하는 거예요.

 

모든 과정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정인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하게 될까요?

 

영상 콘텐츠 안에 들어가는 음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O.S.T. 즉 주제가고요, 다른 하나는 B.G.M. 즉 배경음악이에요. 주제가와 배경 음악은 모두 콘텐츠에 들어가는 음악이지만 그 역할과 기능이 조금씩 다르답니다.

 

주제가는 그 콘텐츠를 대표하는 음악/노래라고 할 수 있어요.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주제가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죠. 전주 시작 부분만 들어도 무슨 작품인지 바로 알 정도니깐요. 제가 어렸을 적 보던 애니메이션들도,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전주나 첫 가사만 들어도 바로 그 작품을 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아침 해가 빛나는~'(피구왕 통키),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슬램덩크),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촉~'(날아라 슈퍼보드),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세일러문) 등 음악만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들이에요. 요즘 작품들도 마찬가지죠. '노는 게 젤 좋아 친구들 모여라~'(뽀롱뽀롱 뽀로로), '용감한 구조대 로보카 폴리~'(로보카 폴리), '고고! 최강 전사 미니 특공대~'(최강전사 미니 특공대) 등 요즘 아이들이 보는 작품들도 주제가는 바로 그 작품을 떠올리게 해요. 그러다 보니 제작자 입장에서도 주제가 제작에는 혼신의 힘을 다한답니다.

 

유아동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 때 좋은 주제가의 특징 중에 하나는 어린이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도 중요하고, 음악적으로 훌륭한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쉽고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 그리고 반복적이고 발음하기 쉬운 가사가 필수적이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의 주제가들은 대부분 멜로디가 따라 부르기 좋고, 가사도 기억하기 쉽답니다.

 

그런데 이게 제작자 입장에서는 쉽지가 않아요. 보통 제작자들이 주제가의 가사를 쓰는데, 쉽고 반복적이면서도 발음도 쉽고, 하지만 작품의 특징과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은 강조해야 하죠. 쉬운 가사라는 것이 아무래도 제한된 어휘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 와중에 그 가사들로 저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니, 참으로 어렵더라고요. 쉬운 가사를 쓴다고 다 써놓고 보면 너무 진부하고, 특징을 잘 살려서 가사를 쓰면 이번엔 가사도 많고 어려운 단어도 너무 많아요.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길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 얼마나 보람찬지 몰라요.

 

배경 음악은 이 글의 제목과 같이 마법과 같은 존재예요. 모든 제작 공정의 절차상, 배경 음악 작업은 맨 마지막에 진행하게 되는데요. 제작자들은 중간중간 작업물을 계속 확인할 수 있잖아요. 배경 음악 작업이 되지 않은 상태의 영상도 다른 요소들을 검토하기 확인하는데요. 사실 아직 음악이 없더라도 작품을 이해하거나 재미를 느끼기엔 충분하거든요. 그런데 배경 음악 작업이 완료된 영상을 보잖아요? 그럼 정말 마법처럼 캐릭터의 감정이 살아나고, 마법처럼 이야기의 긴장감이 살아나는 거예요. 음악이 주는 엄청난 힘을 느꼈어요.

 

물론 한편으로는 굉장히 조심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이미 캐릭터의 연기와 영상 연출들로 충분히 표현해줬는데, 불필요하게 감정이나 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도록 음악을 과하게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오히려 담백하게 어린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비워줘야 할 필요도 있는데, 너무 과하게 배경 음악을 쓰게 되면 감정과 분위기의 홍수에 빠지게 되죠. 그래서 제작자들은 적절한 음악의 사용을 하기 위해 많이 조절하는 편이에요.

 

주제가도, 배경 음악도 작품을 풍성하게 해 줘요.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기게 해주는 거죠. 그래서 음악의 힘은 정말 강력한 것 같아요.

 

또 하나 덧붙여 유아동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동요 애니메이션이에요. 몇 년 전, 한 국내의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만든 동요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큰 인기를 누렸었죠. 굉장히 단순한 캐릭터와 특징이 없는(?) 애니메이션 영상, 그리고 반복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전 세계를 뒤집어 놓았어요. 그 이름도 유명한 '아기 상어'랍니다. 이 단순한 불과 2분 정도밖에 안 되는 애니메이션이 수 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 주었어요.

 

사실 이 작품 전에도 많은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동요 콘텐츠를 만들어 왔어요. 그만큼 어린이들이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아직 두뇌가 발달 중인 어린이들은 긴 시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고 금방 지루해지기 때문에 짧은 이야기들로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야 하는데요, 동요 애니메이션은 짧고 반복적이고, 음악과 노래, 춤과 같은 흥미로운 요소가 많기 때문에 동요 애니메이션을 참 좋아해요. 아마 식당이나 밖에서 어린아이들이 부모님의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 장면을 보신다면 거의 동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을 거예요. 그만큼 유아동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동요 애니메이션은 중요하답니다.

 

영상 콘텐츠는 애니메이션이든 실사 영상이든, 한 가지 감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아요. 눈에 보이는 것과 귀로 들리는 것, 그리고 자신의 뇌에서 소화해낸 것들이 어우러져서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받아요. 음악은 작품을 보면서 그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켜주는 가장 좋은 도구예요. 애니메이션 보실 기회가 있을 때, 아니면 드라마나 영화를 보실 때에라도 한 번 음악에만 귀를 기울여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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