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기획자의 리프레시 지금 근무 중인 회사에 재직한 지 일정 기간이 되어, 회사로부터 리프레시 휴가를 받았어요. 제가 새로 기획하고 있는 작품이 기획 초기 단계이기도 했고, 팬데믹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아내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돌본 지 꽤 긴 시간이 흐른지라, 다들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방학 동안에 아이와 추억도 쌓고 아내의 짐도 덜어줄 겸, 설날에 붙여 리프레시 휴가를 떠나게 되었답니다. 꽤 긴 기간 동안의 휴가를 받았지만, 특별한 계획을 세운 것은 없었어요. 워낙 세 식구 모두 집돌이, 집순이에 가깝기도 했지만, 팬데믹에 여행을 계획하기도 쉽지 않고, 평소에 가장 평범한 것들에 행복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 제가 출근을 하지 않을 뿐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게 되었죠. 휴가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한.. 2022. 10. 5. D+1(1) 가까스로 풀렸던 실타래는 다시 엉키고 디 플러스 원이라고 적기는 했으나 몸이 실제로 받는 상태는 그저 하루였다. 8월 1일 오후에 출발해서 열 시간 비행하고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 8월 1일 오전, 그리고 열두 시간의 경유지에서의 친구 상봉을 마치고 밤 열한 시 비행기를 타고 네 시간 반 목적지에 도착하자 8월 2일 오전이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하니 2일 밤이 되었다. 잠이라곤 비행기 쪽잠이 전부였으니… 하루 같다. 모두 한국시간으로 환산해 보면 8월 1일 오후부터 8월 3일 점심까지 거의 48시간을 하루같이 살았다. 샌프란에서 친구도 만나고 지인도 만나고 식사도 하고 하다 보니 약간 긴장감이 풀어졌다. 긴장이 풀어져서 좋아지면 괜찮은데 늘 문제는 나빠진다는 것이다.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 2022. 10. 5. 재택 GRE/토플 시험기, 나 말고 내 아내 ‘다음 주 토요일?’ ‘응, 화이트보드 하고 세필 보드마카 만 준비하면 된대.’ ‘집에서 시험 보는 거… 괜찮을까?’ ‘안 괜찮을게 뭐가 있어? 참 걱정을 사서 하네.’ 유학을 내가 가는 게 아니니까, 당연히 토플과 GRE의 일화도 나의 체험담은 아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GRE든 토플이든 절대 다시 시험을 보고 싶지는 않다. 십수 년 전, (나의 유학생 시절은 몽땅 다 십수 년 전이구나) ETS에서 보는 모든 시험들이 컴퓨터로 보는 시험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봐야 하는 건 다르지 않았다. 나도 어학연수를 하면서 대학원 입시를 할 때 토플을 보려고 근처 시험장을 찾다 실패해 딴 도시까지 가서 시험을 보고 그랬으니까. 하지만 팬데믹이 정말 많은 문화를 바꾸었다. ETS가.. 2022. 10. 5. 매력 있는 캐릭터 만들기 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회사 프랜차이즈 작품의 후속 시즌 프로듀서로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해왔는데요. 그러다 보면 처음 작품을 만드신 분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돼요. 새로운 시즌에 새로운 캐릭터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기존 캐릭터들의 특징을 보완하거나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특징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집중하게 되죠. 아무래도 성공의 기회가 많지 않은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후속 시즌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다 보니, 유명 프랜차이즈 작품의 후속 시즌 프로듀서로서 제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기도 하지만, 작지 않은 단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중에 하나가 바로, 매력 있는 캐릭터를 새로 만드는 능력을 키울 기회가 많이 없다는 것이죠. 신작 기획을 이어오면서 제가.. 2022. 10. 4. D-day(2) 그날이 왔다! 우리도 왔다! 장장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거쳐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딸아이는 의식이 있고 나서 첫 장거리 비행이었고, 아내는 비행공포를 안고 나서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장거리 비행이었다. 모두들 마음의 부담과 걱정으로 가득 찬 채 비행기에 올랐다. 팬데믹이 살짝 풀리던 시기, 비행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 티켓을 구매해서 자리를 다 붙여서 구할 수도 없었다. 비행 공포로 자신이 아이를 돌볼 수 없다고 판단한 아내는 자신이 혼자 앉겠다며 홀로 자리를 택했고, 나는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탔다. 다행히 비행시간 동안 아내는 수면제를 먹고 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한다. 공포심에 가득 찬 채 열 시간이 넘는 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조금 나았다니 다행이었다. 물론 괜찮았다고 말해도 어.. 2022. 10. 4. 아내의 학교 선택 ‘거긴 싫어.’ ‘왜?’ ‘미드 ㅇㅇㅇ에서 악당 ㅁㅁ이 거기서 살았대.’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유학원에서 본인의 과가 있는 다양한 학교를 보내주었다며, 아내는 나에게 해당 이메일을 포워드 해 주었고, 나는 메일의 리스트를 보면서 가면 좋을 것 같은 학교들을 선정해서 아내에게 추천해 주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돌아온 대답은 위와 같았다. 이보세요. 그 학교가 얼마나 전도유망한 학교인지 아세요? 앞선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아내는 심각한 길치이자 방향치이다. 아내가 길치인 것은 학생 시절 지리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단 점에 기인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는 어렸을 적부터 사회과 과목에 대한 관심이 많고, 특히 한국 지리, 세계 지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고 알게 되는 것을 즐.. 2022. 10. 4. 예쁘면 다 디자인인가 요즈음 제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선 콘셉트 디자인이 한창이에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해지고, 이야기를 위한 주인공, 그리고 이야기가 벌어질 장소들에 대한 전체적인 세계관이 어느 정도 정해지고 나면 디자인 팀에서는 콘셉트 디자인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콘셉트 디자인이란,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들과, 주요 배경들을 작품의 콘셉트에 맞도록 스케치하고 다듬어서 작품에 등장하게 될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는 작업이에요. 제 작품도 기획 단계에서 몇 번의 위기(?)를 무사히 넘긴 끝에 콘셉트 디자인까지 들어가게 되었죠. 주인공 캐릭터 무리들에 대한 스케치도 하고, 주요 배경에 대한 디자인도 슬슬 작업이 시작되고 있어요. 사실 디자인이란 작업은 애니메이션 제작 단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죠. 여러 산업에서 제품이.. 2022. 10. 4. D-day(1) 그날이 왔다, 우리가 간다 아침이 밝았다. 그날이 드디어 왔다. 그전 며칠간에 비하면 숙면을 취한 편이다. 그래도 시간은 여섯 시밖에 안 됐다. 전에 호텔을 묵을 때는 늘 조식을 포함시키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조식도 없는 호텔이다.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이주를 위한 비행이라 기분이 많이 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기분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비행 불안에 떨고 있는 아내와 천방지축 초등학생 딸을 끌고 이 해외 이주라는 단기 미션을 무사히 마치길 바랄 뿐이다. 여행은 무지 길다. 먼저 미국 서부의 경유지로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오전에 도착해 열두 시간을 있다가 다시 국내선을 타고 목적지로 가야 한다. 체크인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샌프란에서 짐을 한 번 찾아 세관 검사를 하고 다시 부쳐야 한단다. 이런. 호텔에서.. 2022. 10. 4. 영어로 보기 좋은 유아용 애니메이션 추천 안녕하세요, 애니 보는 아빠 제이콥 와이입니다. 최근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들이 보면 좋아할 것 같은 작품을 연속적으로 소개해 드린 것 같아서 오늘은 영국에서 만든 유아용 애니메이션 “벤과 홀리의 리틀 킹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함께 들어가 보시죠. 벤과 홀리의 리틀 킹덤은 2009년 영국에서 제작하고 니켈로디언에서 제작에 참여한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이에요. 영국의 작은 애니메이션 회사인 애슐리 베이커 데이비스라는 곳에서 제작했는데요, 국내에서는 아마 페파 피그가 가장 유명할 거예요. 페파 피그와 같이 비슷한 분위기의 귀여운 캐릭터가 특징인 이 작품은 설정이 아주 재미있어요. 숲 속에 작은 요정들이 왕국을 이루고 살고 있고, 엘프와 난쟁이, 그리고 땅속 난쟁이들도 살고 있답니다.. 2022. 10. 3. 아내의 신박한 영단어 공부법 ‘몇 신데 아직도 일해?’ 늦은 밤, 아이를 재우고 나서 주방에 오니, 아내가 노트북을 켜놓고 뭔가를 열심히 정리하고 있다. 나한테는 그렇게 칼퇴근을 강조하는 그녀가 이 늦은 시간까지 일한다는 생각에 빽 신경질을 낼 참이었다. ‘단어장.’ 아, 공부하는 중이구나. 유학 준비 중이니까. 그런데 엑셀이다. 누가 보면 아마도 회사 업무를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유학 준비를 시작한 아내는 토플과 GRE 시험을 봐야 했다. 꽤나 까다로운 시험이긴 하지만, 아내에게 힘든 과정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GRE야 대학원 입학시험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호주 유학 경험에 외국계 회사를 꽤 오랫동안 다닌 그녀가 영어 공부를 빡세게 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뭘 .. 2022. 10. 3. 이전 1 ··· 50 51 52 53 54 55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