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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4 내 아이는 책을 좋아합니다 나는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해 엄청난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많은 부분이 아마도 교육에 의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집의 책장을 가득 채운 각종 전집을 읽으라는 부모님의 권유(?)에 시달렸다. 학교에선 어마무시한 양의 필독도서를 통해 아이들을 독서의 길로 압박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니, 독서가 성공의 지름길이니 하며 마치 독서는 바른생활 지표의 가장 바로미터인 듯하게 여겨지며 우리 어린 학생들을 압박해 왔다. ​ 위의 톤에서 느껴지듯, 난 독서와 친한 편의 사람은 아니다. 정말 맘만 먹으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도 살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반대로 바로 저 위의 교육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십 줄을 넘은 지금까지도 독서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낀다. 책을 읽어야 .. 2023. 6. 8.
D+290 미국에서 비가 오면 차고에서 차를 뺀다 날씨가 따뜻해진 5월 이후로 화창한 날씨가 이어진다. 4월 말까지 계속 쌀쌀한 날씨가 계속됐기에 햇살 가득한 화창한 날씨는 말 그대로 축복이다. 따스한 햇살과 시원하게 부는 바람, 그리고 한껏 오른 기온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미국에 오고 봄을 맞을 때 가장 크게 기대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미세먼지 없는 나날들’이었다. 한국에서 살 때, 다른 모든 편리함을 뒤로하더라도 미국에 빨리 가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미세먼지 속에서의 숨 막히는 삶 때문이었다. 팬데믹 때문에 조금 무뎌지긴 했었지만, 마스크 없이 밖을 나갈 수 없고 목이 너무 까끌까끌 해서 고통스럽던 날들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새롭게 정착하게 된 미국 동부의 이 도시는 사실 공기가 좋은 도시는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미국 산업화 시대에.. 2023. 6. 6.
D+282(2) 마케도니아 식빵 누나의 집요함과 대담함 앞 글에서처럼, 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어학 수업에서 가족을 초청해 함께 포트락 파티를 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같은 시기 미국에 처음 온 북마케도니아 출신 동급생 남사친 T와, 그의 엄마이자 아내와 내가 식빵 누나라 부르는 당찬 유럽 여성 V도 같이 모임에 참석했다. 농구선수 출신인 남편 K가 모 아카데미에서 저녁에 농구 코치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우리 차를 타고 함께 모임으로 향했다. ​ 최근 몇 주 동안 V를 볼 일이 거의 없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우리 딸이 그 집에 놀러 가거나 T가 우리 집으로 놀러 와서 자주 보고, 주말에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도록 플레이 데이트도 꽤 했는데, V는 업무가 갑자기 바빠져서 정신이 없었고, 우리 딸은 방과 후 클래스 때문에 하교를 늦게 해서 주중에.. 2023. 5. 30.
D+282 여기 한국인이 이렇게 많았어? 몇 달 전부터 딸아이의 초등학교 어학 수업에서 가족 초청 모임을 계속 안내했었는데 날씨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계속 밀리다가 학년을 거의 마쳐가는 5월이 되어서야 그 스케줄이 확정되었다. 저녁 여섯 시부터 시작하는 모임이어서 ‘포트락’으로 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눈다고 해 음식도 준비해 가야 하는 모임이었다. ​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어학 수업을 듣는 한국 사람은 우리 딸뿐이다. 학교에 한국인이 우리 딸 뿐인지는 잘 모르겠다. 모든 학생들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 하니까. 다만 어학 수업엔 우리 딸 뿐이고, 얼마 전까지 같은 아파트의 석사 공부를 하시던 분의 2학년 딸이 한 명 있었는데, 그분이 과정을 모두 마치셔서 이번 주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이번 모임은 아이의 학교만 모이는 모임이 아니라, 이 지역 .. 2023. 5. 23.
다양성을 강조하고 성 역할을 확장한 뉴 클래식 피터팬 안녕하세요, ‘애니 보는 아빠’의 ‘제이콥 와이’입니다! 2주 전, 디즈니 플러스에서 피터팬 앤 웬디를 공개했는데요.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좋은 작품인지, 좋은 작품이라면 몇 살 정도 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할지, 작품을 함께 둘러보며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피터팬 앤 웬디’는 1911년 제임스 매슈 배리가 쓴 소설 ‘피터와 웬디’와 1954년 디즈니의 원작 피터팬을 원작으로 제작한 실사영화예요. 뉴질랜드 출신의 알렉산더 몰로나가 피터팬 역을, 밀라 요보비치의 딸이자, 블랙 위도우에서 스칼렛 요한슨 아역을 맡았던 에바 앤더슨이 웬디 역을, 이젠 중년으로서의 매력을 뽐내는 주드로가 후크 선장의 역할을 맡았답니다. 감독은 2016년 또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 .. 2023. 5. 12.
D+270 나의 최근 게으름에 대한 4가지 핑계 지난주, 브런치, 블로그 글을 건너뛰었다. 회사 퇴사 이후에 미국 이주 과정과 우리의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작년 6월 이후 한 주도 쉬지 않고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올려 왔는데, 지난주 처음으로 글을 올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분명 글쓰기의 열정과 부지런함이 조금 줄어든 것은 분명한 것 같지만, 몇 가지 변명거리는 있다. 단순해진 생활 ‘미국 정착 일기’라는 매거진/카테고리 이름만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하고 일상생활에서의 비슷한 점, 다른 점들을 다양하게 풀어내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었다. 처음 글을 쓰는 한국 출국 일주일 전부터 첫겨울을 나기까지는 정말 버라이어티 한 일들이 많았다. 한국 생활 정리하고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이곳까지 와서 의식주를 이슈 없이 해결하기 전까지, 아내가 아이가 학교 잘.. 2023. 5. 5.
D+257 40대 박사학생 가족이 미국 대학 축제를 즐기는 법 아내가 다니는 대학교는 학구열로 유명한 대학교다. 특히 과학, 공학 분야, 그리고 경영 분야에서의 성과가 뛰어나고 대학원의 연구 성괴가 워낙 좋아 그 명성을 떨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으니, 공부 이외의 다른 생활에 대한 부분이 매우 부족하단 점이다. ​ 미국 대학을 다니는 것의 묘미는 학교 스포츠팀 응원, 수많은 굿즈 착용, 넓은 캠퍼스와 대학 주변의 다양하고 저렴한 먹거리 등을 떠올린다. 웬만한 미국의 종합 대학을 다니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들이다. 하지만 아내의 학교는 이런 것들이 거의 없다. 종합 대학 치고는 규모도 조금 작은 편이기도 하고, 특별히 학생들이 모일만 한 주변 먹자골목도 없다. 스포츠팀도 엘리트 스포츠팀이 아니어서 다른 학교와의 라이벌전 같은 것도 없다. 내가 대학이나 .. 2023. 4. 20.
2주 먼저 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리뷰 * 이 글은 유튜브로도 시청하실 수 있어요! 많은 시청 부탁 드려요~ https://youtu.be/K-vITfQnImo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애니 보는 아빠 제이콥 와이입니다. 지난주 아이가 스프링 브레이크여서 아이의 절친과 함께 갓 개봉한 신작 영화를 보고 왔는데요. 여러분들도 엄청 기대하실 일루미네이션과 닌텐도가 합작한 기대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입니다! 미국은 아이들의 봄방학 시즌을 맞아 조금 일찍 개봉했는데요. 그럼 작품은 어땠을지, 한번 들어가 보시죠! 마리오와 루이지는 브루클린에서 배관공 사업을 시작하고 의욕적으로 방송 광고도 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요. 의욕적으로 나선 첫 출장에서도 사고만 칠 뿐이었죠. 어느 날 브루클린 시내가 배관 사고로 인해 물바다가 되자 기회라고 생.. 2023. 4. 15.
D+245 스프링 브레이크와 슈퍼 마리오, 그리고 이스터 미국의 학사 일정은 한국과 달라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 몇 가지 있다. 9월에 시작하는 학년이 가장 대표적이고, 거의 의미가 없이 짧은 겨울 방학도 적응하기가 어렵다. 그런 학사 일정 중에서 또 적응하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스프링 브레이크다. 스프링 브레이크는 한국말로 직역하면 봄방학이다. 그런데 이 봄방학이 한국에서의 봄방학과는 차이가 있다. ​ 학창 시절, 겨울 방학이 끝나고 나면, 2월 초에 의미 없는 등교를 2~3주 했었다. 수업의 진도를 나가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보거나 중요한 과제를 하는 등의 대단한 학사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해는 지났는데, 아직 학년은 전년도의 학년이다. 나이는 먹었는데, 아직 학년은 그대로인 아주 이상한 상태. (물론 이런 건 이제 만 나이 정착으로 없어진다고는.. 2023. 4. 13.
D+242 미국의 초등학교 픽쳐 데이와 필드 트립 미국에서 아이가 초등학교 생활을 하면 한국과 다른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픽쳐 데이(사진 촬영일)다. 한국의 졸업앨범과 비슷한 ‘이어 북’(Year Book)을 위한 사진 촬영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졸업 학년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매년 찍는다는 것이다. 가끔 교포 출신의 연예인들의 흑역사 사진은 바로 이 픽쳐데이 때 촬영한 이어 북 사진들이다. ​ 과거에는 집집마다 카메라가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픽쳐데이가 처음 생겼다고 하며, 이어 북은 학교에 대한 추억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는데, 모두 19세기부터 시작된 전통이라고 한다. 요즈음같이 일주일간 찍는 사진이 수백 장을 넘어가는데도, 아직도 픽쳐 데이의 전통을 이어가는 .. 2023.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