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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8 가을이라 가을바람, 가을 축제 미국에선 가을이 되면 세 개의 큰 명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10월 말의 핼러윈, 11월 말의 추수감사절, 12월 말의 크리스마스. 이렇게 세 개의 축제를 축으로 선물이나 물건들을 구입하고, 집을 꾸미고, 여러 활동을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인 핼러윈과 추수감사절은 가을의 축제여서 약간 세트로 돌아가는 느낌이 있는데, 대형 마트에 가면 가을 느낌을 내는 여러 장식 용품과 함께 핼러윈을 상징하는 여러 무서운 장식품을 함께 진열해 놓고 판매한다. 가을 낙엽으로 장식된 현관 장식이나, 나뭇가지, 과일, 야채 등을 형상화한 물건들을 판매함과 동시에 해골, 유령, 빗자루, 묘비, 거미줄 등 핼러윈 장식을 함께 판매한다. 사실 캘리포니아에 있던 시절엔 사람들이 핼러윈이나 추수감사절을 준비하거나 장식하는 .. 2022. 11. 16.
D+61 미국에서 만난 식빵 누나의 초대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같은 아파트에 같은 학년 남자 친구 T도 처음 미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세 아이중 막내인 T는 저 멀리 유럽 마케도니아(그리스 위에 있는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에서 온 친구로, 우리 아이와 같이 ESL 클래스를 같이 듣고 바로 옆반에 버스도 같이 타고 다녀서 금방 친해졌다. T의 엄마 V는 처음 학교 버스를 태울 때 처음 만났는데, 두 아이가 같은 학년인걸 알고는 대뜸 내 전화번호를 받아 갔다. 나이는 한참 많아 보였지만, 키도 엄청 크고 언동 선수 출신 삘 나는 V의 포스는 장난이 아니었고, '와, 뭐 이런 친화력 갑인 사람이 있나' 생각했다. 번호는 가르쳐 줬어도 자주 연락이 오리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정말 하루 걸러 하루 연락이 왔다. ‘제이.. 2022. 11. 16.
D+60 루틴과 권태의 상관관계 나는 루틴에 굉장히 집착하는 편이다. 성격이 산만하고 잘 집중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루틴을 정하고 그대로 생활하지 않으면 쉬이 나태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다. 그래서 크던 작던 변화를 싫어하는 편이고, 변화가 필요할 때는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루틴을 설계하고 일주일 안에 그 루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이러한 루틴이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도시락, 커피 준비부터 씻고 옷 입고 준비해 나가는 시간까지. 철저하게 루틴에 의거해서 움직였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아침에 이메일 검토와 스케줄 관리, 업무의 순서까지 루틴대로 업무를 시작했고, 점심시간마저도 밥 먹고, 책상 스트레칭, 산책까지, 루틴, 루틴, 또 루틴이 계속되었.. 2022. 11. 14.
2-2 일상을 멈출 시기를 정하다 아내가 학교를 정한 이후,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으로 갈 준비를 해야 했는데, 미국을 가는 준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이곳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곳 생활을 준비하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처음 정해야 할 것은 우리가 언제 한국에서의 일상을 멈출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아내는 재택근무로 외국계 IT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집에서 일할 수 있어서 아이를 도우미 없이 등하교시킬 수 있었고, 몇 개 되지 않지만 학원에 등 하원도 시켜주고 있었다. (사실 정말 미친 스케줄이다) 아이는 막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갔다. 작년까지는 팬데믹으로 격일 등교, 격주 등교 등으로 스케줄이 엉망진창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전면 등교가 시작되었다. 나는 애니메이션 회사에 출퇴근 근무를 하고 있었다... 2022. 11. 14.
D+57 페런하이트와 마일, 그리고 파운드 일상생활 안에서 단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인간은 교육과 사회생활을 통해 특정 숫자에 감정과 기분 척도를 달리하는데, 이 특정 숫자 뒤에는 늘 단위가 따라붙는다. 의외로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단위는 돈 단위이다. 특정 휴대폰 브랜드가 150만 원이 넘는다며 비싸다고 생각하고, 사과 한 박스가 15,000원이면 싸다고 생각한다. 연봉이 1억이 넘으면 성공했다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모 직종에서는 실수령 월급이 200만 원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거리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도 마찬가지다. 키가 180이 넘으면 훤칠하다고 생각하고, 100km 거리는 굉장히 멀다고 느낀다. 50m 정도 거리에 있다고 하면 거의 다 왔다는 걸 알 수 있고, 책상의 길이가 1,800mm라는 설명에 살지 말지를 고민한다. 무게는 또.. 2022. 11. 13.
D+55 한국에서 온 마지막 소포 우리 가족은 정말 단출하게 짐을 싸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가구나 대형 가전은 모두 팔거나 버렸다. (초반 글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추억의 물건들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아이가 있으면 추억의 물건들이 참 많다) 세 식구의 옷가지, 일부 생필품, 소형 필수 가전들을 제외하면 특별하게 챙긴 물건들이 없다. 십 년 전 미국에서 올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미국에 갈 때도 단출했다. 처음 준비할 때 가기를 소망했던 지역은 수도 없이 말했듯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지역이었다. 내가 유학했던 곳이기도 했고, 아내와 나의 직종의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또 겨울과 여름의 온도차가 크지 않은 곳이라 특별히 두꺼운 겨울 옷이 필요 없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곳에 가게 되면 겨울 옷들은 모두 버려버리고(!) 갈 수 있.. 2022. 11. 13.
D+51 과연 우리의 등굣길은 안전했을까? 아이가 학교 버스를 타는 시간이면 오십 대 중반 정도 돼 보이시는 스쿨 가드가 나오셔서 아이들의 학교 버스 승하차와 횡단보도 인전을 도와주신다. 우리 아이가 버스를 타는 곳은 아파트 오피스 앞인데, 학군 당국에서 고용한 소셜 워커로 여겨지는 스쿨 가드 분이 아이들의 승하차를 안전하게 도와주시니 만족감이 매우 높았다. 우리 정류장에는 두 대의 학교 버스가 서는데, 하나는 일반 배정 학교로 향하는 학교 버스 한 대와, ESL 클래스가 운영되는 조금 더 큰 학교의 학교 버스, 이렇게 두 대의 다른 버스가 선다. 원래라면 첫 번째 버스를 타고 그 학교로 모두 통학해야 하지만, 외국인 학생의 경우는 영어 수업에 익숙해질 때까지 ESL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로 재배정되어 학교를 다니게 된다. 아무래도 오분 정도 간격.. 2022. 11. 12.
D+46 도시락을 잊고 간 딸아이의 점심식사 미국 초등학교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식당에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누구는 밥으로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누구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사 먹기도 한다. 우리 딸아이에게는 아침마다 샌드위치 도시락을 만들어주는데, 전의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이가 미국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처럼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 가는 것에 대해서 엄청나게 기대를 했던 터라 매우 만족스러운 점심시간을 지내고 있었다. 아이에게 싸 주는 도시락에는 그때그때 다르기는 하지만, 가장 자주 싸주는 도시락은 샌드위치 도시락이다. 토스트 빵 두 개를 토스터에 구워서 딸기잼을 바르고 거기에 샌드위치 햄과 노란 치즈를 올린 아주 기본적인 점심 샌드위치다. 맘 같아서는 양상추나 시금치를 추가로 넣어서 야채도 좀 먹게 하고 싶지만, 그러면 아예 도시.. 2022. 11. 12.
D+44 미국 의료보험은 비싼 게 끝이 아니었다 미국에 오게 되면서 걱정이 가장 많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의료보험이다. 의료보험 하나 때문에 학교를 합격한 이후에도 미국에 와야 하나 걱정을 할 정도였다. 미국 의료보험에 대해 모두들 알고 있는 건 ‘비싸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건강보험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한국과 달리, 민간 보험을 들어야 하는 미국은 그 금액이 매우 비싸고 보장 범위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의료비가 워낙 천문학적인 금액이 드는지라,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에 가입한다. 거기에 학생 같은 경우는 보험 가입이 학교 입학의 필수 요건 중 하나다. 전에 싱글일 때는 한국에서 해외 체류 보험, 혹은 여행자 보험을 들고 왔었다. 하지만 그런 보험은 다치거나 아플 때는 보장을 해 주지만, 일반 검사나 백신, 검진 등은 보장을 해주지 않는 데다, 본인.. 2022. 11. 11.
D+42 미국에서 처음 맞는 아이의 생일 사실은 첫 번째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세 번째라고 해야 하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리고 첫 번째 생일, (보통 돌이라고 하지)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아이의 열 번째 생일. 하지만 다시 미국에 와서 맞는 첫 번째 생일인 건 맞으니까. 아이가 가장 행복해했던 생일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생일이 아닌가 싶다. 그때가 팬데믹 전이기도 했고 초등학교도 처음 들어가서, 아이의 반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 파티를 열어주었다. 우리 아이는 안 먹지만, 피자에 치킨에 김밥에 케이크까지 생일파티에는 응당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구색을 갖추어 차려주었다. 아이는 먹지는 않아도 주인 노릇을 똑똑이 해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시 생일은 북적북적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아이의 생일이 학년이 시작한 지 불과 .. 2022.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