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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68 가을이라 가을바람, 가을 축제

by jcob why 2022.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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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가을이 되면 세 개의 큰 명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10월 말의 핼러윈, 11월 말의 추수감사절, 12월 말의 크리스마스. 이렇게 세 개의 축제를 축으로 선물이나 물건들을 구입하고, 집을 꾸미고, 여러 활동을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인 핼러윈과 추수감사절은 가을의 축제여서 약간 세트로 돌아가는 느낌이 있는데, 대형 마트에 가면 가을 느낌을 내는 여러 장식 용품과 함께 핼러윈을 상징하는 여러 무서운 장식품을 함께 진열해 놓고 판매한다. 가을 낙엽으로 장식된 현관 장식이나, 나뭇가지, 과일, 야채 등을 형상화한 물건들을 판매함과 동시에 해골, 유령, 빗자루, 묘비, 거미줄 등 핼러윈 장식을 함께 판매한다.

 

사실 캘리포니아에 있던 시절엔 사람들이 핼러윈이나 추수감사절을 준비하거나 장식하는 일에 굉장히 열정적이지는 않았다. 이유는 잘 몰라도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여러 민족의 사람들이 많이 섞여 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핼러윈이나 추수감사절에 진심인 사람들이 적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계절에 따른 날씨 변화도 크지 않아, 가을에 대한 정취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곳이 캘리포니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 펜실베이니아에선 핼러윈이나 추수감사절에 진심인 사람이 진짜 많은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외출할 일이 있어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많은 집들이 핼러윈 장식을 엄청 과하게 하거나, 가을 장식품들로 현관과 마당에 한가득 꾸며 놓은 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단순히 마트에서만 관련 제품들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가을의 여러 축제들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핼러윈과 추수감사절을 함께 관통하는 공통 물건이 하나 있다면 그건 호박(펌킨)이다. 엄청나게 크고 둥글 납작한 주황색 호박은 10~11월이 되면 정말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데, 핼러윈 때는 핼러윈 자체를 상징하는 ‘잭 오 랜턴’을 통해, 추수감사절 때는 수확의 기쁨을 상징하는 여러 작물들 중 하나로 호박을 많이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호박의 수확량이 워낙 많은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호박 연관 식품들이 많은데, 가장 보편적인 호박 파이부터 시작해서, 정말 오만가지 음식 앞에 ‘pumpkin spice ~’를 붙여서 판매한다. 그야말로 호박의 향연이다.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과일은 사과다. 사과는 미국 동부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과일 중에 하나다. 영국인들이 미국 땅에 처음 와서 파이가 먹고 싶었는데, 파이 안에 넣을 것이 없어서 애플파이를 만들었다는 일화가 유명할 정도로 사과가 흔하다. 마트에 가면 사과의 종류만 10가지가 넘을 정도로 언제든지 맛과 풍미가 다른 여러 종류의 사과를 즐길 수 있다. 역시 사과도 핼러윈과 추수감사절 시즌이 되면 다양한 제품으로 나오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애플파이와 애플 사이다, 그리고 온갖 ‘apple cinnamon ~’이 붙은 음식들이 있다. 

 

날씨가 쌀쌀해진 가을을 맞아 우리 가족도 특별한 체험을 하고 싶었다. 가을을 맞아 아이를 둔 가족들이 가장 많이 하는 체험 활동은 바로 위 두 개의 과일과 작물에 관계된 것인데, 하나는 ‘pumpkin patch’, 다른 하나는 ‘apple picking’이다. 늘 영어로 쓰면 그럴듯하지만, 그냥 ‘호박 줍기’, ‘사과 따기’ 정도 되겠다. 주말을 맞아 근처 과수원에서 이 두 가지 체험을 모두 할 수 있는 행사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아침 일찍부터 그 과수원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과수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미국에 와서 이렇게 많은 인파를 본 것이 거의 처음이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한국에서 체험활동을 하러 갔을 때처럼 사람이 많을 수는 없다) 차를 언덕의 잔디밭 주차장에 대고, 내려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체험을 하러 과수원을 방문했다. 재밌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모두 교복처럼 옷을 입고 있었다. 위엔 플란넬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부츠를 신었다. 정말 농장 사람들 모습이라고나 할까? 많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과수원에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거의 대부분이 백인 방문객이라는 사실이었다. 캘리포니아나 뉴저지 등에 살았던 나에게는 매우 낯선 풍경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농장은 직접 재배한 호박과 과일을 납품하기도 하지만, 이런 체험 관광 활동이 매우 활발한 곳이기도 했다. 자체 마켓도 가지고 있어 사과 호박과 같은 작물과 파생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기도 하고, 커다란 농장 부지를 활용해 어린이들의 농장 체험 및 놀이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제주도에 방문하면 비슷하게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농장들이 있어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 환경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다는 것 정도? (그만큼 우리가 시골에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들어가는 길목에는 판매하고 있는 호박이 정말 많았다. 손바닥만큼 작은 크기의 호박부터 우리 아이만 한 크기의 호박까지 정말 다양한 크기의 호박을 팔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색깔과 모양도 다양해서, 마치 뾰루지 같은 것이 덕지덕지 난, 조금은 징그러운 모양의 호박도 많고, 완전 인공적인 느낌의 하얀색의 호박도 있었다. 작은 크기의 호박은 주로 장식품이나 관상용으로, 중간 크기의 호박은 음식 재료 용으로, 커다란 크기의 호박은 마당의 장식이나 ‘잭 오 랜턴’ 제작용으로 팔고 있었다.

 

언덕을 오르니 커다란 과수원이 시작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 경계선에서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거리들이 있었다. 아이는 짚더미 미로 같은 것에 관심이 있었지만, 아이만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다음에는 친구와 함께 와야 더 잘 즐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위엔 트랙터를 타고 과수원 이곳저곳을 누비는 체험이 있었다. 1인당 4불이었는데, 무얼 할 수 있는지도 모르고 재밌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세 가족 모두 트랙터에 올랐다.

 

농장 트랙터라고 특별할 것이 있겠는가. 트랙터에 달린 짐칸을 개조해 집으로 간이 의자를 만들고 거기에 관광객들이 둘러앉아 그저 열차 놀이처럼 돌고 오는 것이 다겠지 하며 탔는데, 사실은 이 트랙터가 ‘사과 따기’ 체험을 하러 가는 이동 수단이었다. 안 그래도 ‘사과 따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지 계속 찾고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트랙터가 한 장소에 다다르자, 운전사는 이곳에서 ‘사과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며 승객들을 내려 주었다. 다음에 오는 트랙터를 타고 내려오면 된다면서. 보니까 사과를 담을 수 있는 봉지를 하나당 6불에 팔면서 직접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 담아가도록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는 득템을 한다기보다는 체험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봉지를 하나만 구매했다.

 

아이와 함께 다니며 잘 익은 사과를 찾아 돌아다녔다. 한쪽에서 보기엔 정말 잘 익은 사과로 보여도 햇살을 받지 못한 쪽을 노랗거나 파랬다. 완전히 붉은 사과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 벌레 먹은 사과들을 걸러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실 구멍 하나만 나 있어도 그 벌레가 그 안에 있는 것일 테니.. 이래 저래 한 봉지를 가득 채워 다시 트랙터에 올랐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 황금시기에 (아이가 즐겁게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 때) 팬데믹이어서 아무것도 즐길 수가 없었다. 그 전에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어디를 가도 충분히 즐기지를 못하고 있다가, 코로나가 퍼지기 직전에 제주도에 가서 여러 경험을 처음 시켰었는데, 더 좋은 경험을 많이 시켜야겠다고 다짐하자마자 아무 곳도 갈 수가 없는 게 아닌가. 그렇게 집에만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아이는 야외활동을 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팬데믹도 이제 끝나가고, (사실 미국 사람들은 없는 것처럼 살고 있기는 하다) 다양한 야외활동이 가능하니까, 여러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 며칠 전에는 공원에 나갔다가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계시는 노인 분이 계셨는데, 아이가 그 옆에 딱 붙어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실제로 낚시를 하는 것을 눈으로 처음 보는 것이었다.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하도록 돕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가을이 참 좋은 정취를 가진 계절이듯, 미국 동부도 가을이 참 좋다. 지난 미국 생활에서 미국의 가을을 경험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었기에, (캘리포니아에선 가을이란 느낌이 별로 없고, 뉴저지에선 가을이 되기 전 한국에 돌아왔었다) 미국의 가을을 마음껏 즐기게 해주고 싶다. 

 

Photo by Donna 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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