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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와이프 따라 미국 가는 남자 2

2-7 편도 비행기표를 산다는 것

by jcob why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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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비행기표를 편도로 끊을 기회는 많지 않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더라도 대부분은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나도 대부분은 왕복 티켓을 끊었다. 처음 편도 티켓을 끊었을 때에는 미국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다시 미국으로 향할 때였다. 그때는 사실 대단한 감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다음 한국에 올 일정이 1년이 넘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오픈티켓은 대부분 1년 기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왕복 티켓이 편도 티켓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단기 어학연수 정도라면 왕복 티켓 구매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유학생으로 신분이 변하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첫 티켓을 편도로 끊고, 그다음부터 한국을 방문할 때 왕복으로 티켓을 예매해서 오가곤 했다.

 

이번에 다시 미국행을 확정 지으면서 비행기표를 예매해야 했다. 오랜만의 미국행이라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비자를 먼저 받고 티켓을 끊었던가? 비자 없이도 비행기 티켓을 살 수 있었던가? 비행기 티켓이 먼저인지, 비자가 먼저인지 헷갈렸다. 하지만 한심한 나는 빨리 알아보지 않고, 차일피일 티켓 구매를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6월이 되어서야 비행기 티켓을 빨리 구매해야겠다는 마음에 각종 사이트나 앱들을 찾아보았다. 내가 가는 곳,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의 중견 도시.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 편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럴 수가. 큰일이다. 아내가 비행 공포증이 있어서 장기간 비행이 안 그래도 걱정인데, 한 번 갈아타기까지 해야 한다니. 갑자기 걱정이 태산이다.

 

설상가상으로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오랜 팬데믹으로 인해 비행기 스케줄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해외여행으로 준비한다는 점이었다. 이 두 가지가 겹쳐지면서 티켓 가격이 정말 많이 올랐다. 세 가족이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사자니 그 금액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유 티켓이다 보니 어디를 얼마큼 경유해서 목적지를 향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미국의 중소도시를 갈 때는 다른 나라의 경유지가 아닌 미국 대도시를 경유지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명한 도시들이 선택지가 된다. 뉴욕, 댈러스, 캐나다 토론토. 이런 도시들 중에서 한 도시가 눈에 띈다. 내가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했던 도시, 샌프란시스코다. 아무래도 마음이 익숙한 곳으로 향한다. 경유시간이 12시간에 이르지만, 또 12시간이라는 경유시간 덕에 옛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게 되었다. 또 첫 비행이 10시간 정도로 아무래도 가장 짧기도 하다. 첫 긴 비행을 마치고 12시간 정도를 쉬고 다시 목적지로 향하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렇게 시간과 경유지, 목적지를 모두 정하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사실 모든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 믿고 경유지와 경유시간 등을 선택한 것이지만, 이 모든 것들도 단점이 너무 많았다)

 

너무 큰 금액이라 선뜻 결제에 손이 가지 않았다. 한도가 500만 원인 나의 신용카드로는 결제가 되지도 않았다. 왕복 티켓도 아닌 편도 티켓에 가격이 이렇게 비싸다니. 마지막 해외 방문이 2017년이었으니 물가도 조금 올랐겠지만, 티켓 가격만으로 이미 압도되어 버렸다.

 

보통 유학으로 미국에 가게 되면 입학 허가서에 나온 입학일로부터 한 달 전부터 입학일 전까지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 미국의 정규 학기는 늘 8월 말, 9월 초에 시작하니까, 미국 입국일은 필연적으로 8월일 수밖에 없다. 한창 여름휴가로 사람들이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말 그대로의 성수기 티켓을 사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비싸질 수밖에 없는 티켓.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카드 한도를 올리고 티켓을 결제한다.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이주나 유학 등 아동을 동반한 큰 결심을 했을 때 흔히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라고 표현한다. 티켓을 구매하는 행위가 결심이라는 내적 행위를 잘 표현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아내가 대학원에 지원서를 낼 때나 내가 회사에 사직서를 낼 때 더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지만, 비행기 티켓의 결제버튼을 누르고 난 뒤처럼 많은 감상을 가지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편도 티켓이다. 돌아오는 티켓은 없다. 괜히 비장해진다. 사실 나는 뒷바라지하러 가는 건데. 내가 비장해질 필요가 없는데도. 모든 부담은 아내가 지고 있는데도. 

 

내 할 일은 그저 아내가 자신의 연구와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아이가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내조를 잘하는 것일 게다. 한 번 실패의 경험이 있기에 아내도 나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티켓은 끊었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Photo by Amir Hann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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