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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299 아파트 수영장 오픈 날, 겨울 옷 정리를 하다

by jcob why 2023.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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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북반구 38도선 주변의 기후는 비슷하다. 1, 2월에는 춥고, 7, 8월엔 덥다. 주변 지형의 차이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덥고 추운 것은 불변한다. 하지만 그 디테일은 차이가 크다.

내가 사는 이곳도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다. 겨울엔 서울보다 아주 쪼오끔 더 추운 듯했다. (한국은 역대급으로 추웠다고 하던데) 이번 이곳 겨울이 역대급 따뜻했다 하니, 한국 강원도 겨울 날씨인 듯하다. 여름엔 30도를 웃돈다. 하지만 40도에 육박하지는 않는다. 장마나 태풍은 없다. 1년 365일 균등하게 비가 오는 탓에 더 자주 비가 오는 느낌이지만, 강수량은 한국이 월등히 많다. 전반적인 느낌은 한국의 기후와 비슷하다.

그런데 뜯어보면 꽤나 다른 것이 있으니, 하루하루 기온이 엄청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한겨울에도 15-20도가 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이번 봄 (4-5월)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정리를 끝냈어야 할 겨울 옷 정리를 아직도 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언제 하나 고민하던 중 이번 주에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메일을 하나 받았다. 이번 주 토요일 아파트의 수영장을 오픈한다는 것. 여름이 되어 아파트 수영장 마저 오픈하는데, 내 옷걸이엔 아직 롱패딩이 걸려 있다. 마침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부턴 기온도 거의 30도에 가깝다 한다. 이젠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주말에 겨울 옷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미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독주택에 살고 워크인 클로짓을 갖추고 사는 사람들이 많기에, 따로 겨울옷이나 여름옷을 꺼내고 넣을 필요가 없이 지낸다. 우리도 그러면 좋겠지만 아파트에 사는 우리에게 그런 멋진 공간은 없다. 그나마 좁아도 옷을 정리해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는 것만으로 지금은 감사다.

발열 내복이나, 두꺼운 소재의 스웨터, 기모 바지, 롱패딩, 푸퍼 재킷 등 겨울이 아니면 절대 안 입을 옷만 정리해 세탁하고 넣었는데도 대형 이민 가방 두 개가 꽉 찼다. 팬시한 코트나 멋진 겨울옷 따윈 하나도 없다. 모두 순수하게 보온과 발열 같은 기능성만 신경 쓴 옷들이다. 지난 4월 미리 정리했던 방한부츠와 썰매, 제설 도구까지 하면 이민 가방만 세 개다. 이걸 6월이 내일 모레인 이제야 정리하다니, 정말 기가 차다.

겨울옷을 꺼내면서 여름옷을 꺼냈다. 여름옷을 꺼내다 보니 작년 한국에서 오던 때가 떠올랐다. 짐 안에서 한국에서 급하게 샀던 이런저런 여름옷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딸아이의 옷을 보면서 작년 한국 학교 다닐 때 즐겨 입던 옷이나 이런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뭔가 이질감도 조금 들고.

오늘이 수영장 오픈날이었는데, 정작 수영장은 못 갔다. 겨울옷을 정리하고 여름옷을 꺼낸 날, 아이가 기침감기에 걸린 탓이다. 5월 말의 어느 날, 수영장은 오픈했고 이제야 겨울옷을 정리했으며, 여름옷을 꺼냈지만 아이는 감기에 걸렸다. 참 희한한 날이다.

Photo by Dan Gol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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