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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day(2) 그날이 왔다! 우리도 왔다!

by jcob why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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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시간이 넘는 비행을 거쳐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딸아이는 의식이 있고 나서  장거리 비행이었고, 아내는 비행공포를 안고 나서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장거리 비행이었다. 두들 마음의 부담과 걱정으로 가득 찬  비행기에 올랐다.

 

팬데믹이 살짝 풀리던 시기, 비행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 티켓을 구매해서 자리를 다 붙여서 구할 수도 없었다. 비행 공포로 자신이 아이를 돌볼 수 없다고 판단한 아내는 자신이 혼자 앉겠다며 홀로 자리를 택했고, 나는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탔다.

 

다행히 비행시간 동안 아내는 수면제를 먹고 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한다. 공포심에 가득 찬 채 열 시간이 넘는 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조금 나았다니 다행이었다. 물론 괜찮았다고 말해도 어디 정말 괜찮았겠나. 걱정할까 봐 그렇게 말하는 거지.

 

한편 아이는 비교적 잘 시간을 보냈다. 기내 영상 시스템을 통해 영화도 두 편이나 보고, 모닝롤만 먹긴 했지만 기내식도 잘 즐겼다. 자야 할 시간 동안은 잠도 잘 잤다. 샌프란 비행은 보통 오후에 출발해 같은 날 오전에 도착(?)하는데 (그렇다, 날짜 변경선 때문에 날짜가 거꾸로 간다!) 기내에서 잘 자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런데 거의 다섯 시간 정도를 잘 잔 것이다. 그 정도면 숙면이다.

 

난… 그럭저럭 잘 견뎠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십 년 전이기는 해도 잘 아는 항공편에 잘 아는 타임 테이블로 움직이는 지라 내가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아내가 아무것도 못하기에 아이를 돌보는 것과 중요한 일들을 챙기는 것을 내가 신경 써야 했는데, 아무래도 그러다 보면 곤두서기 마련이다. 그래도 큰 사고 치지 않고 비행을 마쳤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물론 이런 안심은 곧 재앙이 되지만)

 

경유지에 도착하면 진짜 긴장되는 일의 연속이다. 일단 미국에 도착하면 가장 큰 관문은 역시 이미그레이션이다. 학교 서류를 떼면서, 비자를 주면서 그렇게 확인하면서도, 또 이미그레이션에서 그렇게 까다롭게 군다. 이번엔 등록된 주소를 모르는 것, (학교 주소였다) 아이의 출국 기록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아이는 이중국적이라 한국을 출국할 때는 한국 여권을, 미국에 입국할 때는 미국 여권을 사용해야 하는데, 신참이었던 직원이 잘 몰랐던 모양이다. 진땀을 잔뜩 빼고는 마침내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고, 다음엔 짐을 다 찾아 세관 검사를 하고 짐을 리 체크인을 해야 한다. 무척 번거로운 일일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았다.

 

짐을 다 맡기고 나서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나왔다. 내가 십 년 전 유학을 했던 곳이고, 5년을 살았던 곳이다. 같은 시기에 유학을 하고 현지에 정착해 살고 있는 절친이 마중을 나왔다. 이 친구는 우리 아이가 6개월일 때 봤으니 정말 격세지감일 것이다.

 

친구는 어디 좋은 곳을 가자며 우릴 안내하려고 하지만 사실 모르는 곳도 아니고 새롭지도 않아 그저 편한 곳에서 쉬고 싶을 뿐이다. 마침 친구도 가족들이 한국에 들어가 있어 간단한 점심 식사 후에 친구네 집으로 가서 쉬기로 했다.

 

친구네 집은 교회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하우스였는데 나도 초기 유학 시절에 얹혀살았던 경험이 있던 곳이다. 어학연수시기 집 계약이 붕 떠서 살 곳이 없었는데 그때 그 집에 사시던 목사님이 잠시 머물게 해 주셨다. 그때가 2008년이니 벌써 거의 15년이 다 되어 간다.

 

아내는 그 집에서 아이와 잠깐 쉬기로 하고, 난 오랜만에 유학생활에 도움 주셨던 형들 누나들, 그리고 어르신들을 뵙고 인사를 드렸다. 친구한테만 온다고 이야기를 해둔 터라, 내 얼굴을 보고는 나무 놀라신다. 모두들 십 년만이니 그러시리라. 그런데 다들 얼굴이 그대로 신데, 깜짝 놀란 것은 아이들이 다 훌쩍 큰 것이다. 나 유학할 때 초등생이었던 자녀들이 다 대학생이고, 졸업했고… 나도 격세지감이다.

 

식사까지 대접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담소를 나누면서 식사를 마치고 친구의 라이드로 다시 목적지를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떠났다. 사실 여기까지는 ㅈㄴ짜 이주 이야기는 아니다. 열 시간 남짓짜리 추억 여행이었지. 진짜 이주의 현실을 이후에야 펼쳐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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