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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생활4

D+200 너의 목소리가 안 들려 미국에 산다고 해도 한국에서의 삶과 다른 부분은 거의 없다. 회사라도 다니고 학교라도 다니면 사람도 만나고 하니까 다른 부분이 있을 텐데, 주부인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미국임을 잘 느끼지 못한다. 환경적인 차이를 느끼기는 하지만, 그건 한국과 미국의 차이라기보다는 도시와 시골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서부에 있을 땐 도심과 도심외곽(suburban) 지역의 느낌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내가 살던 곳 한정이다) 지금 이곳은 도심 외곽의 모습이 거의 시골이다. 물론 도심도 읍내 느낌 정도기는 하지만. 내가 느끼는 삶의 차이는 딱 그 정도다. 이건 나라가 바뀌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아니다. ​ 보통 영미권 국가로 이주하게 되면, 생활에서 가장 큰 차이와 고민을 만드는 부분은 영어 소통이.. 2023. 2. 23.
D+186 반려견 디디의 대 탈주극 집에 있는 학부모로서 평일 낮 일과 시간에 하는 일 중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딸아이의 등굣길을 데려다주는 것, 다른 하나는 하굣길에 데리러 나가는 것이다. 미국에선 초등학교 때까지는 혼자 등하교를 하면 안 돼서 학교 버스를 탄다고 해도 반드시 정류장으로 데리러 가야 한다. 아이의 등교시간은 아침 여덟 시 반, 하교 시간은 세 시 반. 아이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낮시간 스케줄을 모두 맞추어야 하는데, 뭐 특별한 건 없다. 낮엔 주로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이나 브런치, 블로그,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낸다. 사실 언제 해도 상관없는 일들이다. 하지만 아이 등하교와 함께 시간을 맞춰서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그건 반려견 디디를 산책시키는 일이다. ​ 지난 십일월에 .. 2023. 2. 9.
D+181 일 얘기에 빠진 아내들, 아이 교육 얘기뿐인 아빠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의 회사 뒤뜰엔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물고 대화가 한창이다. 대화의 테이블엔 온갖 주제가 오른다. 정치 얘기, 부동산 얘기, 주식 얘기, 해외 축구 얘기, 커리어 얘기 등. 마치 대한민국은 다 자기가 이고 있는 듯, 온갖 비판과 비난을 번갈아가면서 쏟아낸다. 집안 얘기는 잘 꺼내지 않는다. 간간히 자식 교육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저 학원비가 비싸서 허리가 휘어진다는 정도? 그러다 십여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썰물처럼 모두 사라지고 없다. 반면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자리한 아파트의 코너 골목 옆 카페에는 30대 주부 몇 명이 옹기종기 앉아 온갖 대화가 오가고 있다. 주로 아이들 학업, 성적, 혹은 학원, 특별 활동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은근 신경전이 장난 아니.. 2023. 2. 2.
D+165 딸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첫 학기 결산 나나 아내는 20대부터 해외 생활 경험이 많았다. 아내는 20대 초반에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어학연수와 유학 생활을 했고, 나는 20대 후반에 미국에서 대학원 유학 생활을 했다. 그래서 10년을 한국에서 지냈어도 다시 미국에 가기로 했을 때, 두려움이 많지 않았다.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이 있을지 예측이 가능하고, 어떤 장애물이나 어려움을 겪을지 알기 때문에 마음에 각오를 다지기에도 좋았다. ​ 미국 유학 시절 태어난 딸아이는 달랐다. 미국에서 태어나 서부 끝에서 동부 끝까지 이주하는 엄청난 일들을 겪었음에도, 그 모든 일들은 고작 첫돌도 지나기 전의 일들이다. 돌이 막 지난 13개월 때 한국으로 들어온 뒤, 약 10년, 정확히는 9년 동안 한국에서 한국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당연히 미국에서의 생활은 ..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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