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준비3 2-4 입학 허가 서류 어서 주세요 ‘주소에 아파트 동호수를 안 적었다고?’ ‘그럼 안 되는 거야?’ ‘당연하지. 왜 개인정보를 정확하게 안 적어?’ ‘내 정보를 다 주는 게 그렇단 말이야. 프라이버시도 몰라?’ ‘그럼 학교 서류는 어떻게 받을 건데? 다 우편으로 올 텐데, 그거 받아야 할 거 아냐.’ 아내는 어디에 주소를 낼 때 항상 아파트 동호수를 적지 않는다. 다른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병원에서 주소를 요구하거나, 상업적인 곳에서 요구를 받을 때면 나도 멈칫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범위가 훨씬 넓다. 아내는 이번에 대학원에 지원하면서 주소를 적을 때 아파트 동호수를 하나도 적지 않았다. 나는 사실 이런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주소라는 것은 개인 정보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중요.. 2022. 11. 29. D-5 우왕좌왕 제이콥 씨 아침에 눈을 떠 거실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무겁다. 아직도 많은 물건들이 가방도 쓰레기 봉지도 아닌 곳에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하나씩 차근차근하면 된다며 초조해 말라고 하지만, 난 가슴이 답답해 온다. 나만의 특징인 것 같다. 시간을 계산해 보면 당연히 이번 주 주말까지 마칠 수 있음을 알지만, 그냥 하루빨리 이 모든 물건들이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오전에 처리해야 할 관공서 일이 몇 가지 있었다. 주민센터(아직도 동사무소가 더 익숙한 세대다)에 가서 해외 체류신청을 하고, 우체국에 가서 친지들에게 일부 소모품들을 나눠주는 소포를 보내야 헸다. 싱글이어서 부모님 댁에 살 때는 이런 건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주민 등록이 부모님 댁으로 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한 가정을 이루어 살고.. 2022. 9. 24. D-6 합리적 소비와 궁상의 한 끗 차이 처가 외할머니와의 눈물 나는 이별을 마치고 가족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주 내내 짐을 빼고 가구를 드러낸 탓에 홈 스위트 홈 같은 느낌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여기저기 쌓인 짐들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번 고향 방문 간에 갑자기 나한테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다. 미국 가면 의료보험이 부담스러운 탓에 건강 검진을 거의 다 받고 특별한 문제도 없었는데, 갑자기 두드러기가 올라와 괜히 처 외할머니와 가족들 모두 걱정을 끼쳐 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내 알레르기 검사부터 예약을 잡았다. 이런 부분조차 아내와 나의 성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아내는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간다.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병원에서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파서 견딜 수 없을 때 병원.. 2022. 9. 23.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