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미국에 산다!/와이프 따라 미국 가는 남자 2

2-12 출국을 앞두고 아내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by jcob why 2023. 1. 24.
728x90

미국은 의료보험도 비싸고, 의료비도 비싼 나라다. 출국하기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워낙 악명이 높았기에, 미국 출국이 확정된 이후로는 아내와 나, 딸아이까지 필요한 건강검진을 열심히 받았다. 아내는 회사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지원해 줘서 이를 예약해서 받았고, 나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2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는데, 다행히 올해가 검진받는 해여서 재빠르게 검진을 신청했다. 평소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검진을 미루다 미루다 연말이 되어서나 받고는 했는데, 올해(2022년)는 해가 넘어가자마자 검진을 신청했다. 아이는 초등학교에서 의뢰한 소아과 검진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보다 중요한 치과와 안과를 별도로 검사를 진행했다.

건강 검진은 언제 받아도 겁이 난다. 괜히 몸 어디에 이상이 있을 것만 같고, 혹시나 이상한 부분이 나오면 미래가 너무 불투명할 것만 같고 그렇다. 이번에는 더욱 그랬다. 바라기는 했지만 기적 같았던 미국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만약 몸에 이상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샘솟듯 들었다. 미국행은 고사하고 한국땅에서의 생활도 고행길이 되면 어쩌나 하는 불길한 마음. 그런 마음 때문에 건강 검진은 늘 피하고만 싶어 진다. (물론 핑계다) 하지만 병이 있는데 모르고 미국에 갔다가 발견된다면, 그건 더 큰 문제가 된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되도록 꼼꼼하게 세 명 모두 건강 체크를 진행했다.

나 같은 경우는 다행히 검진에서 특별한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매 검진마다 나오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이슈와 LDL 콜레스테롤 수치만 관리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나저나 저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거니?) 체중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는 편이어서 지금처럼만 관리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전에 검진에서 권유받았던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도 마쳤고, 모처럼 위내시경 검사도 특별한 소견이 없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추가적으로 안과 검사를 진행했다. 미국에서 안경이 비싸기 때문에 안과에 가서 시력 정밀 검사를 받고 근시와 난시, 그리고 원시를 교정받아 다초점 렌즈를 맞춰서 안경 두벌과 선글라스까지 처방받아 렌즈를 교체했다.

딸아이도 특별히 문제는 없었다. 일반 소아과 검진에서는 이상이 있는 곳은 없었고, 특별히 걱정했던 안과 검사에서도 시력에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치과 검진을 받으면서는 의사 선생님에게 조금 혼났다. 칫솔질과 가글을 조금 더 잘해야 하고, 부모가 치실도 잘해야 한다고 하면서. 다행히도 치과 검진에서도 충치라든가 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치석 제거와 함께 불소 도포 치료를 받고 검진을 마쳤다.

그런데, 아내의 건강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다.

나와 아내는 가슴이 툭,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나에 비한다면 건강 염려증이라 할 만큼, 몸이 아프면 병원에 잘 가고, 치료도 스스로 잘 받던 아내다. (물론 아내가 건강 염려증이 아니라, 내가 건강 불감증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너무나도 바쁜 일상생활과, 나와는 달리 불규칙한 회사 생활로 건강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일부 이상이 있던 부분에 대해 치료를 받다가 여러 사정으로 끝까지 치료를 마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 여러 사정 때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되었다. 마음이 너무 속상하고 후회스러웠다. 아내가 지금껏 고생하다가 박사 과정에 합격해서 이제 자신의 날개를 펼 수 있을 것이라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이런 시련이 닥치다니!

건강검진 결과를 받은 후 아내는 이상 소견을 받은 부분을 검사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일부는 조직 검사도 받아야 했다. 병원에서는 일주일 정도가 지나야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이주 준비로 한창 바쁜 시기, 짐도 보내고 집도 계약하고, 한국 생활도 정리하고 있는데. 만약 검사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하지? 불안감이 아내와 나의 마음을 둘러쌌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엄청 불안했다. 그래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괜찮을 거야.

일주일 후 검사 결과가 나왔다. 병원에서 온 문자 하나. 이상 없음.

막혔던 혈이 뚫리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아내도 하는 말이 불안해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괜찮을 거야 되뇌었던 것이 사실로 결론이 나자 그야말로 안도의 한숨을 그제야 내쉴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몇 가지 놓쳤던 예방접종을 추천해 줬고, (주로 다회차를 맞는 예방접종의 마지막 접종을 놓치거나 한 것들이다) 아내와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여러 예방 접종을 모두 마쳤다.

아내의 박사 유학. 우리 가족의 인생 역전 혹은 두 번째 막을 화려하게 열기 위한 야심차고 담대한 계획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런 원대한 계획도 결국 몸이 건강해야 실천할 수 있다. 특별한 문제는 없어서 다행이었다. 감사한 일이다. 미국에 가서도 늘 건강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 이제 이런 부분은 내가 신경 써야 한다. 아내의 건강도 딸의 건강도, 또 내 건강도 잘 관리해야 한다. 주부로서의 책임이 크구나..

Photo by Derek Finch on Unsplash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