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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19

D+96 새로운 가족을 만나러 갑니다 아이는 올해 4학년이 되면서 금방 학교에 적응했다. 팬데믹 때문에 2학년 때 전학 온 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전면 등교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친구들을 만나 사귀기 시작하니까 적응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게다가 이런 적응의 문제는 비단 전학생의 문제만은 아니어서 아이에게 적응에 특별히 불리할 것도 없었다. 원래 학교를 다니고 있던 자기들끼리도 서로 잘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한 학기만에 우리 아이는 그렇게 잘 적응한 학교를 뒤로 하고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 아이는 많이 내색은 안 했지만 상실감이나 실망감이 굉장히 커 보였다. 미국에 가는 것이 자신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돌이 지난 직후 한국으로 돌아왔기에 미국에 대해서 .. 2022. 11. 28.
D+75 카카오 먹통 사태를 보며 미국에서 든 생각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브런치, 블로그, 유튜브 등의 개인 채널 조회수를 확인했다. 마치 방송국이나 제작사 시절 시청률을 확인하듯. 아직 웹 작가, 크리에이터로서 성과를 거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조회수의 등락이 매일 글쓰기와 콘텐츠 제작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브런치와 티스토리 블로그 모두 먹통이다. 무슨 일이지? 한국 포털에 들어가 뉴스 기사를 훑어보는데, 카카오 데이터 센터에 불이 났단다. 카카오 데이터 센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은 내가 4개월 전까지 다니던 회사에서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건물이다. 내 자리에서 고개만 들면 보이는 건물. 그런데 그 건물 안에서 불이 났고, 이로 인해 모든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 동포.. 2022. 11. 18.
D+70 미국에선 정말 분리수거 안 해도 되나요? 미국에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가정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다. 즉 쓰레기는 모두 커다란 봉지 하나에 때려 담아 커다란 덤스터 쓰레기통에 때려 넣는다. 음식물 쓰레기도 분리배출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배출을 아예 하지 않는다. 그저 배수구에 쑤셔 넣고 그라인더로 갈아 하수구로 흘러내려 보낸다. 한국에서 가사에 익숙해 쓰레기 분리배출을 실천하던 사람들에게, 이런 행동은 엄청난 죄책감으로 돌아온다. ‘아니, 이렇게 쓰레기를 버려도 돼? 환경오염이 심하다고 하는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이렇게 하다니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그래서 양심에 비추어 분리배출을 하려고 해도, 따로 담을 곳이 없어 분리배출이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에 충격받고 미국 사람들은 재활.. 2022. 11. 18.
D+68 가을이라 가을바람, 가을 축제 미국에선 가을이 되면 세 개의 큰 명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10월 말의 핼러윈, 11월 말의 추수감사절, 12월 말의 크리스마스. 이렇게 세 개의 축제를 축으로 선물이나 물건들을 구입하고, 집을 꾸미고, 여러 활동을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인 핼러윈과 추수감사절은 가을의 축제여서 약간 세트로 돌아가는 느낌이 있는데, 대형 마트에 가면 가을 느낌을 내는 여러 장식 용품과 함께 핼러윈을 상징하는 여러 무서운 장식품을 함께 진열해 놓고 판매한다. 가을 낙엽으로 장식된 현관 장식이나, 나뭇가지, 과일, 야채 등을 형상화한 물건들을 판매함과 동시에 해골, 유령, 빗자루, 묘비, 거미줄 등 핼러윈 장식을 함께 판매한다. 사실 캘리포니아에 있던 시절엔 사람들이 핼러윈이나 추수감사절을 준비하거나 장식하는 .. 2022. 11. 16.
D+61 미국에서 만난 식빵 누나의 초대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같은 아파트에 같은 학년 남자 친구 T도 처음 미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세 아이중 막내인 T는 저 멀리 유럽 마케도니아(그리스 위에 있는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에서 온 친구로, 우리 아이와 같이 ESL 클래스를 같이 듣고 바로 옆반에 버스도 같이 타고 다녀서 금방 친해졌다. T의 엄마 V는 처음 학교 버스를 태울 때 처음 만났는데, 두 아이가 같은 학년인걸 알고는 대뜸 내 전화번호를 받아 갔다. 나이는 한참 많아 보였지만, 키도 엄청 크고 언동 선수 출신 삘 나는 V의 포스는 장난이 아니었고, '와, 뭐 이런 친화력 갑인 사람이 있나' 생각했다. 번호는 가르쳐 줬어도 자주 연락이 오리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정말 하루 걸러 하루 연락이 왔다. ‘제이.. 2022. 11. 16.
D+46 도시락을 잊고 간 딸아이의 점심식사 미국 초등학교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식당에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누구는 밥으로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누구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사 먹기도 한다. 우리 딸아이에게는 아침마다 샌드위치 도시락을 만들어주는데, 전의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이가 미국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처럼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 가는 것에 대해서 엄청나게 기대를 했던 터라 매우 만족스러운 점심시간을 지내고 있었다. 아이에게 싸 주는 도시락에는 그때그때 다르기는 하지만, 가장 자주 싸주는 도시락은 샌드위치 도시락이다. 토스트 빵 두 개를 토스터에 구워서 딸기잼을 바르고 거기에 샌드위치 햄과 노란 치즈를 올린 아주 기본적인 점심 샌드위치다. 맘 같아서는 양상추나 시금치를 추가로 넣어서 야채도 좀 먹게 하고 싶지만, 그러면 아예 도시.. 2022. 11. 12.
D+44 미국 의료보험은 비싼 게 끝이 아니었다 미국에 오게 되면서 걱정이 가장 많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의료보험이다. 의료보험 하나 때문에 학교를 합격한 이후에도 미국에 와야 하나 걱정을 할 정도였다. 미국 의료보험에 대해 모두들 알고 있는 건 ‘비싸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건강보험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한국과 달리, 민간 보험을 들어야 하는 미국은 그 금액이 매우 비싸고 보장 범위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의료비가 워낙 천문학적인 금액이 드는지라,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에 가입한다. 거기에 학생 같은 경우는 보험 가입이 학교 입학의 필수 요건 중 하나다. 전에 싱글일 때는 한국에서 해외 체류 보험, 혹은 여행자 보험을 들고 왔었다. 하지만 그런 보험은 다치거나 아플 때는 보장을 해 주지만, 일반 검사나 백신, 검진 등은 보장을 해주지 않는 데다, 본인.. 2022. 11. 11.
D+38 살 떨렸던 미국 초등학교 커리큘럼 나잇 매주 금요일이 되면 미국 초등학교 담임과 교장으로부터 뉴스레터가 이메일로 날아온다. 담임으로부터 오는 뉴스레터에는 다음 주 교과목의 수업 계획표와 진도, 그리고 테스트 일정과 같은 학업계획서가 포함되어 있다. 또 다음 주에 있을 중요 학교 행사들도 알려준다. 지난 금요일엔 목요일에 있을 ‘커리큘럼 나잇’을 잊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뭐지? 그 말로만 듣던 PTA인가?’ PTA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만나는 미팅 같은 걸로, 가끔 미드나 영화에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저런 관계를 맺는 게 정말 어렵겠다’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마침내 그런 시간이 온 것 같아 바짝 긴장했다. (참고로 요즘은 PFA라고 하나보다. Parent-faculty association) 아주아주 무책임.. 2022. 11. 9.
D+21(2) 초4 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첫 등교 아내는 박사 과정 첫 오리엔테이션으로, 나는 중고차 구매로 한창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딸아이는 미국 초등학교 첫 등교를 하게 되었다. 미국의 학제는 가을 학기에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에 ‘back to school’은 지역 사회에서 정말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리테일 샵에서는 백투스쿨 스페셜 세일을 진행하고, 각 상점마다 학교에서 필요한 준비물이나, 옷, 전자제품 등을 따로 코너를 마련해 판매한다. 한국에서도 2~3월이 되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아무래도 계절이 늦여름 시기다 보니 늦겨울인 한국보다 더 활기찬 느낌이 많이 든다. 주말에 ‘스테이플스’에서 준비물도 사고, 장 보면서 도시락으로 싸줄 샌드위치 빵, 햄, 치즈 등도 구매했다. .. 2022.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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