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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5

2-19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사실 반년 전의 일인데, 글을 쓰다 보니 제법 생생한 기분이 들어 현재형 시제로 적어봅니다. 물론 어제일은 아녀서 일부 기억이 윤색된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경험하고 본 것들 말고 기분과 마음 가짐은 아직도 제법 생생한 것 같아요. 제 다른 글들을 보셨다면 이미 미국에서 생활한 지 200일이 넘은 걸 아실 테니, 현재형 시제로 혼란을 겪으시진 않겠죠? ㅎㅎ ​ 7월에서 8월로 넘어가는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됐다. 밤새 잠을 거의 못 잤다. 한창 더울 때인데, 밖은 흐리고 비도 온다. 어제 아침, 2년 동안 살던 아파트를 완전히 비워주고, 온 가족이 짐 십수 개를 들고 인천공항 근처 영종도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했다. 콜밴을 타고 왔는데, 기사님이 짐이 너무 많다고 투덜투덜하신 것만 빼면 안전하게 도착했다.. 2023. 3. 14.
2-17 유학 출국 일주일 전에야 퇴사한 아내 *참고로 이 주제로 글을 쓰려하니 아내에게 엄청 미안합니다. 내 딴에는 아내가 이주 준비에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제가 일처리를 하기 위해 먼저 퇴사한 것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마지막 1분 1초까지 일하다가 미국에 가는 것이 되어버렸네요. 사, 사랑합니다!! ​ 모든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짐도 하나둘씩 처분되어가고 있었고, 어찌 되었든 아이의 학교문제도 모두 해결되었다. 자질구레한 행정 업무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런 것들은 출국하기 전주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급할 것은 없었다. 8월 초가 출국이니, 7월 셋째 주, 넷째 주가 되어서는 나와 아이의 모든 신변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 하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그건 아내의 퇴사다. 전의 글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 2023. 2. 28.
D+1(1) 가까스로 풀렸던 실타래는 다시 엉키고 디 플러스 원이라고 적기는 했으나 몸이 실제로 받는 상태는 그저 하루였다. 8월 1일 오후에 출발해서 열 시간 비행하고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 8월 1일 오전, 그리고 열두 시간의 경유지에서의 친구 상봉을 마치고 밤 열한 시 비행기를 타고 네 시간 반 목적지에 도착하자 8월 2일 오전이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하니 2일 밤이 되었다. 잠이라곤 비행기 쪽잠이 전부였으니… 하루 같다. 모두 한국시간으로 환산해 보면 8월 1일 오후부터 8월 3일 점심까지 거의 48시간을 하루같이 살았다. 샌프란에서 친구도 만나고 지인도 만나고 식사도 하고 하다 보니 약간 긴장감이 풀어졌다. 긴장이 풀어져서 좋아지면 괜찮은데 늘 문제는 나빠진다는 것이다.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 2022. 10. 5.
D-day(1) 그날이 왔다, 우리가 간다 아침이 밝았다. 그날이 드디어 왔다. 그전 며칠간에 비하면 숙면을 취한 편이다. 그래도 시간은 여섯 시밖에 안 됐다. 전에 호텔을 묵을 때는 늘 조식을 포함시키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조식도 없는 호텔이다.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이주를 위한 비행이라 기분이 많이 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기분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비행 불안에 떨고 있는 아내와 천방지축 초등학생 딸을 끌고 이 해외 이주라는 단기 미션을 무사히 마치길 바랄 뿐이다. 여행은 무지 길다. 먼저 미국 서부의 경유지로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오전에 도착해 열두 시간을 있다가 다시 국내선을 타고 목적지로 가야 한다. 체크인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샌프란에서 짐을 한 번 찾아 세관 검사를 하고 다시 부쳐야 한단다. 이런. 호텔에서.. 2022. 10. 4.
D-1 이사 나와 호텔로 밤새 더워 죽는 줄 알았다. 어제 정도의 열대야라면 당연히 에어컨을 틀고 잤을 텐데, 안타깝게도 에어컨은 없다. 침대 프레임도 빼 버려 매트리스만 깔고 잤다. 새벽 여섯 시가 되자 밝은 빛이 창을 통해 들어온다. 평소라면 커튼이나 베란다에 널은 빨래들이 적당히 빛을 가려줬겠지만 침대가 없어 시선은 더 낮아졌는데 아무것도 빛을 가려주지 못한다. 딸아이는 새벽빛에 잠을 깨서 방 안이 울린다며 계속 이런저런 소리를 내 본다. 밤새 뒤척이던 나와 아내는 아이의 소리에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린다. 결국 일곱 시부터 남은 쓰레기와 짐을 정리한다. 결국 장장 두 달에 거친 이주 준비와 홀로 이사 작전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날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짐의 무게를 확인하고, 가방 싸는 것도 끝났다. 어제까지 거의 근 한 ..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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