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응?’
‘나, 붙었나 봐.’
‘응?’
집안일을 모두 마친 뒤, 아내는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며 휴대폰의 이메일을 정리하고 있었고, 난 그 옆의 실내 자전거에 올라 운동을 하고 있었다.
‘ㅇㅇ 대학교의 박사과정 담당자인데 축하한다는데?’
아내가 조금 멍한 말투로 말한다. 나의 반응 또한 굼뜨다.
‘... 응?’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평일 저녁 시간에 아내는 덜커덕 합격 메일을 확인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계속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몇몇 학교에서의 리젝션 메일에 속상했던 일이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그럼에도 뭔가 초 현실적인 상황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스팸인 것 같아.’
얼마나 초 현실적이었으면 아내는 그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일에 몇 문장 없었다. 대강 이런 내용이 두세 줄에 걸쳐 쓰여 있었다.
‘합격 축하하고, 앞으로 궁금한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면 돼’
나는 실내 자전거에서 내려와 아내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메일을 확인했다.
스레드를 확인해 보니 지난 주말에 이미 공식 메일로 합격 통지가 와 있었다. 스크롤 압박이 엄청난 그야말로 공식적이고도 격식 있는 메일의 형태였다.
‘더 의심돼’
아내의 의심은 더 커져만 갔다. 메일 내용에는 박사과정에 합격했다는 내용과, 등록금은 모두 공짜라는 내용, 생활비 지원이 된다는 내용이 함께 있었다. (Thank, God!!)
‘왜 그렇게 믿지를 못해!? 축하해!’
‘어? 어, 고마워’
‘근데 ㅇㅇ 대학교가 어딨어?’
‘몰라’
뭐라고? 몰라? 어딨는지도 모르는 학교에 지원하고 붙었다고?
사실, 당연히 모르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질문과 동시에 구글 지도 검색을 하고 있었다. 지리에 매우 취약한 내 아내. 충정도와 전라도가 어떻게 다른 지도 모르는 총체적 난국의 길치, 방향치다.
‘ㅇㅇ에 있네. 펜실베이니아’
‘그게 어디야?’
그런 데가 있단다.
그렇게 아내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ㅇㅇ에 위치한 ㅇㅇ 대학교의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나는 미국에 산다! > 와이프 따라 미국 가는 남자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 유학을 위해 직장인이 되다 (0) | 2022.09.29 |
---|---|
나 보다 어린 나이야 (0) | 2022.09.28 |
유학 준비를 시작한 아내 (0) | 2022.09.27 |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 (0) | 2022.09.24 |
처음엔 막연하게 망상했다 (0) | 2022.09.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