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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

D+5 가구 조립의 굴레

by jcob why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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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미국의 풍경을 많이 바꾼 것은 사실인가 보다. 십 년 전 살던 미국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이란 모두 쉬는 날이다. 관광객을 위한 상점이나 주말 나들이를 위한 일부 상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운영을 하지 않는다. 내가 미국에 살던 시절은 온라인 커머스가 아주 초반인 시절이었는데, 아마존이든 이베이든 유피에스든 우체국이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배달을 오는 경우는 없었다.

 

아마존 배송 일정을 보는데 토요일, 일요일 막 이렇게 뜨길래, 설마 이때 올까 했는데, 정말로 수없이 많은 물건이 배송이 왔다.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주문했던 물건부터 그제 주문한 물건까지 정말 많은 물건이 배송이 왔다.

 

오늘의 가장 큰 해결 과제는 식탁 조립이었다. 한국에서는 굉장히 간단한 아이케아의 식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미국의 새 집엔 꽤나 넓은 다이닝 공간이 있고 아이와 공부도 같이 해야 하는 등 식탁의 기능이 많아진지라, 적당한 물건을 심사숙고해서 구매했다. 내가 평소에 워낙 짠돌이라 싸구려 물건을 사는지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 아내의 눈을 의식해, 꽤나 튼튼해 보이는 원목 가구로 구매했다.

 

문제는 아마존으로 배송받아 쓰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점이었다. 이제야 확인해 본 식탁의 무게는 135파운드, 대충 계산하면 60킬로그램에 육박한다. 배송이 오면 아파트 현관에 쥐떤져놓고 가버리는데, 엘리베이터 없는 3층 우리 집까지 가지고 올라가는 것, 또 조립하는 것까지 오늘의 과제는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난이도가 높다. 하지만 다년간의 유학생활 간, 그리고 심지어 한국에서도 수많은 아이케아 가구를 구매해 조립한 만큼 식탁 하나쯤이야 뚝딱 끝낼 수 있지 않을까?

 

드디어 오전에 식탁 배송이 왔다. 쿠ㅇ처럼 배송 후 사진을 올려놓는 경우가 있는데, 물건의 위치가 낯설다. 적어도 우리 집 현관은 아니다. 이런 아무래도 다른 공간에 놓고 간 모양이다. 의심스러운 곳은 우리 아파트 건물의 반대쪽 현관. 건물의 좌측과 우측이 쌍둥이처럼 생긴 아파트인데, 우리 집은 좌측 현관과 가까워 좌측 현관을 주요 이용한다. 보니까 다른 아마존 기사들도 다 그 현관 앞에 물건을 두고 가던데, 이 기사는 무슨 이유인지 반대편 현관에 물건을 두고 가 버렸다. 좌측 현관에 물건을 두고 갔다면 계단만 어찌 오르면 됐을 텐데, 우측 현관에 물건을 두는 바람에, 들고 올라와서도 한참을 끌고 집까지 와야 한다.

 

계단에서 세로로 굴려서 가까스로 3층까지 올라가고 나니, 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도저히 들고 집까지 갈 용기는 없어서 바닥에 놓고 힘껏 밀어서 집까지 보내 버렸다. 집 안으로 들고 들어가 뜯어보는데, 아뿔싸 원목가구 조립은 신세계다. 정말 나무 한 조각 한 조각을 모두 조립해야 한다. 거기에 드라이버 질을 끝도 없이 해야 하는데, 전동 기구도 쓰지 말란다. 아마도 나사를 전동드릴로 뚫어버리면 나사 홈이 다 뭉개질 것을 우려해서 그런가 보다.

 

일단은 호기롭게 다 풀어 제꼈는데, 조립에 필요한 마땅한 툴이 하나도 없다. 제대로 된 드라이버 하나 없으니… 아내는 내일 전동드릴이 배송 오면 (어제 아마존으로 주문했다) 그 드릴로 하자고 하지만, 난 이렇게 부품을 늘어놓은 상태로 하룻밤을 보내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집 바로 앞에 있는 로우스에 가서 드라이버와 몇몇 도구를 사 오기로 했다.

 

로우스(Lowe’s)는 처음 와보는데,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는 홈디포(Home Depot)를 많이 갔었다. 집을 유지 보수하는 각종 도구들을 파는 곳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아파트에 사니, 홈디포나 로우스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지만, 미국 사람들은 단독주택에도 많이 살고, 아파트도 오래된 곳이 많아 수리하고 바꾸고 하는 것이 워낙 많다. 나는 툴 코너에서 다목적 스크루 드라이버 하나와 라디오 펜치, 그리고 호넷 킬러(벌 퇴치제)를 구매해 집으로 향했다.

 

장비도 구비됐겠다, 호기롭게 조립을 시작한다. 손은 좀 아프지만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런데 그때 어이없는 난관에 봉착한다. 여러 파트 중에 다리를 지탱하는 나무 조각을 나사못으로 고정시키는데, 새로 산 드라이버가 끝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하나의 툴로 여러 가지를 커버하겠다고 멀티 용도의 드라이버를 산 것이 실수였다. 이런 드라이버는 두께가 두꺼워 일부 구멍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좌절해서 주저앉는다. 아내는 이대로 두었다가 내일 전동드릴이 오면 하자고 날 설득한다. 하지만 전동드릴도 헤드 교체형이기 때문에 얼마나 두꺼울지 알 수 없는 데다, 이렇게 펼쳐놓고 하다 만 상태로 내일까지 기다린다? 용납할 수 없다. 결국 로우스에 다시 가 낱개 드라이버를 구매해 왔다.

 

장기간의 삽질 끝에 식탁 조립이 완료됐다! 그 무게가 60킬로그램이요, 긴 쪽의 길이가 2.4미터, 폭도 거의 1미터에 이르는 어마 무시한 크기다. 여기서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유튜브도 만들고 하려고 샀는데… 너무 큰가 싶다. 그래도 꽤나 단단한 가구가 집에 들어오자 조금씨 집으로서의 면모가 갖춰지는 것 같다.

 

개운한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그때 초인종이 울린다.

 

‘Amazon package!’

 

이번엔 티브이 장이 왔다. 오늘은 포기 더 이상은 손이 아파서 못한다. 이건 내일 전동드릴이 오면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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