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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88

D+245 스프링 브레이크와 슈퍼 마리오, 그리고 이스터 미국의 학사 일정은 한국과 달라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 몇 가지 있다. 9월에 시작하는 학년이 가장 대표적이고, 거의 의미가 없이 짧은 겨울 방학도 적응하기가 어렵다. 그런 학사 일정 중에서 또 적응하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스프링 브레이크다. 스프링 브레이크는 한국말로 직역하면 봄방학이다. 그런데 이 봄방학이 한국에서의 봄방학과는 차이가 있다. ​ 학창 시절, 겨울 방학이 끝나고 나면, 2월 초에 의미 없는 등교를 2~3주 했었다. 수업의 진도를 나가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보거나 중요한 과제를 하는 등의 대단한 학사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해는 지났는데, 아직 학년은 전년도의 학년이다. 나이는 먹었는데, 아직 학년은 그대로인 아주 이상한 상태. (물론 이런 건 이제 만 나이 정착으로 없어진다고는.. 2023. 4. 13.
D+242 미국의 초등학교 픽쳐 데이와 필드 트립 미국에서 아이가 초등학교 생활을 하면 한국과 다른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픽쳐 데이(사진 촬영일)다. 한국의 졸업앨범과 비슷한 ‘이어 북’(Year Book)을 위한 사진 촬영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졸업 학년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매년 찍는다는 것이다. 가끔 교포 출신의 연예인들의 흑역사 사진은 바로 이 픽쳐데이 때 촬영한 이어 북 사진들이다. ​ 과거에는 집집마다 카메라가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픽쳐데이가 처음 생겼다고 하며, 이어 북은 학교에 대한 추억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는데, 모두 19세기부터 시작된 전통이라고 한다. 요즈음같이 일주일간 찍는 사진이 수백 장을 넘어가는데도, 아직도 픽쳐 데이의 전통을 이어가는 .. 2023. 4. 6.
D+231 아침형 인간, 새벽형 인간 새해가 되면서 몇 가지 다짐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주중엔 새벽에 일어나 개인 공부나 작업을 하는 거였다. 특별히 아침형 인간은 아닌데, 그래도 꽤나 규칙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한 번 계획을 세우고 나면 두세 달은 잘 지키는 편이다. 벌써 3월이 다 지나가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꽤나 잘 지켰다. ​ 가정주부로 하루를 살다 보면 개인의 시간을 가지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새벽부터 아내나 아이의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고, 시간 따라 아이를 학교에 보내거나 픽업하는 일, 반려견 디디를 산책시키는 일, 아내를 학교에서 픽업해 오는 일 등 시간에 따라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그 사이에 청소도 하고 장도 보고 식사도 준비해야 하다 보니, 공부를 하거나 개인 작업을 하거나 글을 쓰기가 쉽지 .. 2023. 3. 30.
D+226 해외에서 아프면 서럽다? 15년 전 이십 대 후반에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왔을 때,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는 등, 몸이 아픈 일이라도 있으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보험 여부에 따라 의료비의 차이가 워낙 큰 미국의 특성상,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든 것도 한몫을 하기도 했지만, 설사 병원에 간다 하더라도 몸이 어떻게 아픈지 설명하기도 어렵고 내가 어떤 치료를 받는지 잘 알기도 어려우니, 타지 생활을 하는 것을 여실히 느낀다고나 할까?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에 홀로 누워 있다 보면 괜히 눈물도 나고 했다. 가족이 그립고 집이 그립고 한국의 의료제도가 그립고, 막 그랬다. ​ 약 10년 전 삼십 대 초반에 결혼하고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아팠을 때도 그랬다. 모든 환경이 낯설고 오롯이 남편인 나와 아내가 이 모든 상황을 이.. 2023. 3. 23.
D+222 오지 않는 ‘봄’ 맞이 3월도 이제 중순에 다다르고 있는데, 아직도 봄 날씨는 요원하다. 물론 한국에서도 3월 중순까지는 꽃샘추위로 추운 날이 반복되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선 바닥 난방을 하지 않으니 이른 봄 날씨가 더 추운 것 같기도 하다. (아, 물론 눈이 왔으니 안 추운 날씨가 춥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 이곳은 겨울의 날씨가 워낙 추워서 계속 봄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늦여름에 처음 미국에 와서 적응 좀 하려나 싶었더니 10월 말부터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다. 가뜩이나 집돌이 성격인 나로서는 집에만 틀어박힐 명분이 생겼고, 그렇게 거의 4~5개월 동안 집에만 박혀 있었다. 아무리 집돌이라도 이 기간은 꽤나 힘이 들었다. 가정주부인 입장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도 나가는 모임도 없으니, 정말 그야말로 집에만.. 2023. 3. 16.
D+214 미국 초등학교 사이언스 프로젝트 오늘은 딸아이가 학교에 사이언스 프로젝트를 제출하는 날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미국 틴 무비나 미국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가끔 등장하는, 그래서 부모로서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그 과제다. 콘텐츠에서는 주로 태양계를 입체로 만들어 가거나, 과학 실험을 한 결과물을 커다란 하드보드지에 작성해 가져가거나 하는데, 이번에 아이에게 내려진 과제는 과학 실험을 한 후, 이걸 디스플레이 보드에 작성해 가는 숙제였다. ​ 보통은 그렇겠지만, 아이들의 숙제는 보통 결과적으로 어른들의 숙제로 그려지곤 한다. 주로 한때 잘 나가던 주인공이 이제는 결혼해서 애 낳고 애 과학숙제나 하고 있다, 뭐 이런 내용이다. 기억나는 장면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 해서웨이가 미란다의 아들(?) 딸(?)의 과.. 2023. 3. 9.
D+208 미국의 여름방학 준비는 2월부터 미국의 교육제도는 한국의 그것과 차이가 크다. 지금쯤이라면 한국에선 겨울방학이 끝나가고 한창 새 학년을 준비하겠지만, 미국의 2월과 3월은 학교 스케줄과는 큰 상관이 없다. 그저 계속 흘러간다. ​ 다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미국의 새 학년은 8월 말, 9월 초에 시작한다. 미국에서 새 학년이 봄이 아닌 가을에 시작하는 이유를 chatGPT한테 물어보니까 더운 날씨에서 쌀쌀해지는 시기가 더 학교에 적응하기 쉽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란다. (재밌는 이유인데?) 9월 초에 시작한 학기는 여름이 오는 6월 초가 되면 모두 마무리되는데, 그러다 보니 여름방학이 무척 길고 겨울방학은 거의 없다. 우리 딸 학교의 경우는 겨울방학이라곤 크리스마스 연휴뿐이다. (12월 25일 ~ 1월 1일) 그러니 2월은 그저 흘러.. 2023. 3. 2.
D+194 구독, 좋아요, 댓글, 알림 설정 부탁 드려요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 오게 되면서 아내는 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직장생활을 10년 이상 한 사람이 갑자기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에만 갇혀 있으면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10년 전 미국 생활 마지막 때,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원래 살던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뉴욕에 살게 되었는데, 당시에 돌이 안된 갓난쟁이 딸아이 때문에 내가 집에만 갇혀 있다가 우울증과 비슷한 증세를 보인 적이 있기도 했다. 아내는 내가 이번 미국 생활에서도 그럴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 나는 고민 끝에 소일거리도 하고 수익화에 성공해 ‘학원비’라도 벌어볼 겸(?) 블로그(브런치)와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했다. ​ 새로운 소일거리 도전이라 했지만 나의 유튜브 도전기는 꽤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위에서 말했던.. 2023. 2. 16.
D+186 반려견 디디의 대 탈주극 집에 있는 학부모로서 평일 낮 일과 시간에 하는 일 중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딸아이의 등굣길을 데려다주는 것, 다른 하나는 하굣길에 데리러 나가는 것이다. 미국에선 초등학교 때까지는 혼자 등하교를 하면 안 돼서 학교 버스를 탄다고 해도 반드시 정류장으로 데리러 가야 한다. 아이의 등교시간은 아침 여덟 시 반, 하교 시간은 세 시 반. 아이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낮시간 스케줄을 모두 맞추어야 하는데, 뭐 특별한 건 없다. 낮엔 주로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이나 브런치, 블로그,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낸다. 사실 언제 해도 상관없는 일들이다. 하지만 아이 등하교와 함께 시간을 맞춰서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그건 반려견 디디를 산책시키는 일이다. ​ 지난 십일월에 .. 2023. 2. 9.
D+181 일 얘기에 빠진 아내들, 아이 교육 얘기뿐인 아빠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의 회사 뒤뜰엔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물고 대화가 한창이다. 대화의 테이블엔 온갖 주제가 오른다. 정치 얘기, 부동산 얘기, 주식 얘기, 해외 축구 얘기, 커리어 얘기 등. 마치 대한민국은 다 자기가 이고 있는 듯, 온갖 비판과 비난을 번갈아가면서 쏟아낸다. 집안 얘기는 잘 꺼내지 않는다. 간간히 자식 교육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저 학원비가 비싸서 허리가 휘어진다는 정도? 그러다 십여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썰물처럼 모두 사라지고 없다. 반면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자리한 아파트의 코너 골목 옆 카페에는 30대 주부 몇 명이 옹기종기 앉아 온갖 대화가 오가고 있다. 주로 아이들 학업, 성적, 혹은 학원, 특별 활동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은근 신경전이 장난 아니..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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