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88 D+170 29년 만에 바꾸는 냉장고, 1년도 못 쓰는 청소기 전의 글에서도 몇 번 등장한 적이 있는 조이는 딸아이 스쿨버스를 탑승할 때 정류장에서 어린이들의 안전을 관리해 주는 역할인 스쿨가드 여성이다. 60대 초반에 서른 살 아들과 스물넷 딸을 둔 평범한 백인 가정의 엄마이기도 하다. 옛날의 6년 유학 생활과, 지금의 미국 주부 생활 6개월을 통틀어 가장 가까운 일반 미국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루에 두 번, 오전과 오후 십여분씩 대화를 하다 보니, 조이를 통해 일반 미국 사람의 삶과 생각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오늘 조이가 꺼낸 화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형 가전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 자기가 결혼할 때 마련했던 대형 가전제품들이 최근에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주엔 오븐 스토브 탑이 고장 나더니, 이번 주엔 냉장고가 고.. 2023. 1. 26. D+165 딸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첫 학기 결산 나나 아내는 20대부터 해외 생활 경험이 많았다. 아내는 20대 초반에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어학연수와 유학 생활을 했고, 나는 20대 후반에 미국에서 대학원 유학 생활을 했다. 그래서 10년을 한국에서 지냈어도 다시 미국에 가기로 했을 때, 두려움이 많지 않았다.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이 있을지 예측이 가능하고, 어떤 장애물이나 어려움을 겪을지 알기 때문에 마음에 각오를 다지기에도 좋았다. 미국 유학 시절 태어난 딸아이는 달랐다. 미국에서 태어나 서부 끝에서 동부 끝까지 이주하는 엄청난 일들을 겪었음에도, 그 모든 일들은 고작 첫돌도 지나기 전의 일들이다. 돌이 막 지난 13개월 때 한국으로 들어온 뒤, 약 10년, 정확히는 9년 동안 한국에서 한국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당연히 미국에서의 생활은 .. 2023. 1. 19. D+159 우리 집에 초대합니다 누구든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에서 도를 이동, 아니 시에서 시로 이동만 하더라도 쓰레기 분리배출에서부터 사소한 행정 복지 시스템, 아파트 관리 규정들이 미세하게 달라서 은근히 불편함을 야기하곤 한다. 이웃과의 거리감이 점차 멀어지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모르는 것들을 이웃에게 물어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짧지 않은 시간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심할 때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한국 내에서 시에서 시, 도에서 도로 이동한다 할지라도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나라에서 나라로 이주를 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일들이 얼마나 많았으랴. 처음 이곳에 오고 나서 약 한 달 동안은 정말 잠도 잘 자지 못할 정도였다.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도 온 가족이 함께 삶의 터전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2023. 1. 11. D+152 올 한 해는 행복했나? 2022년 한 해가 밝았다. 올해는 우리 가족에세 정말 많은 변화가 있을 한 해일 거다. 아마도 나는 직장과 돈벌이를 그만 두게 될 것이고, 우리는 모두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겠지. 결혼 10년 만에 그동안의 어려움과 지지부진한 struggle을 내려놓고 새로운 희망으로 도전해 보고자 한다. 아마도 지금의 금전적 안락함은 다시 포기해야 할 것이다. 아내는 학교 때문에 바쁠 것이고, 나는 아이가 새로운 곳에 적응시키는 일에 집중해야겠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장애물이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끼리 행복해야 한다는 것. 없는 것에 괴로워하거나 부족한 것에 집중하지 말고, 지금 가진 것에 행복해 하고 감사하자. 올해 목표는 아내에게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길 듣는 것이다. 올해 1월 1일 쓴 .. 2023. 1. 4. D+147 ‘미국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의 악몽 (3) 결국 크리스마스이브 날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보낸 탓에, 온 가족은 감기에 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엔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이불속에만 박혀 있게 되었다. 아이는 열이 38도에 기침을 계속했고, 아내나 나도 두통에 시달렸다. 도저히 무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이는 크리스마스 예배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결국 가지 못했고, 집에서 푹 쉬기만 했다. 다행히 다음날 아내나 나는 조금 괜찮았는데, 아이는 아직 열이 계속 오르내렸다. 그래도 정신은 조금 차렸는지, 먹고 싶은 것도 조금 생기고 낮 시간 동안 제법 놀기도 해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 아이가 돌을 막 지나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갑자기 축 늘어지는 바람에 알아차리고 응급실에 갔다가 폐렴을 발견해 치료를 받았던 경험을 한 뒤로는, 아이가 쳐.. 2023. 1. 2. D+145 ‘미국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의 악몽 (2) 크리스마스이브 아침이 밝았다. 밤새 추위에 떨며 자서 그런지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도 반려견 디디는 야외 배변을 하는 탓에 아침 일곱 시부터 산책을 나가야 한다. 눈은 10센티가량 쌓이고 기온은 영하 20도인데! 디디도 추운지, 배변만 하더니 집 쪽으로 몸을 확 틀어서 들어가려 안달이다. 기다려라, 배변 봉투는 버려야지. 서둘러 쓰레기통에 배변 봉투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거실과 작은 방의 온도계를 확인해 보니, 거실은 6도, 작은 방은 영하 1도다! 아무래도 이건 정상일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이브지만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다. 긴급 수리는 24시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하자 자동응답이 받는다. 히터에서 찬 바람이 나오고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2022. 12. 29. D+144 ‘미국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의 악몽 (1) 크리스마스.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이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산타의 방문을 기다리는. 더군다나 미국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다. 가을이 되고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명절 시즌의 피날레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핼러윈이나 추수감사절이 마치 크리스마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그 크리스마스가 바로 이번 주말이다.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했고, 큰 트리와 베란다 장식도 했다. 아직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혹은 믿는다고 우리에게 말하는) 딸아이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선고 싶은 선물을 적은 편지도 썼다. 우리는 아이 몰래 선물 준비도 다 마쳤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눈도 뿌려주고 해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단 생각에 설레는 마.. 2022. 12. 28. D+134 초등학교 4학년생 인생 일대의 타협 며칠 추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지난 주말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다행히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는 아니었고, 단순 감기였다. 아이가 얼마 만에 감기에 걸렸나 싶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으로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위생에 신경 쓴 덕분에, 코로나에는 걸려도 감기는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 거의 4년 만에 감기에 걸렸다. 기침 약간 하고, 열도 제법 난다. 그런데 감기에 걸린 시기가 좋지 않았다. 아이가 기다리던 이벤트를 여러 개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미국에 온 후 처음으로 동급생 친구에게 생일 파티 초대를 받았다. 주말에 트램펄린 파크에서 꽤 크게 하는 생일 파티여서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학교에서는 월요일에 진저브래드 하우스 콘테스트, 화요일엔 아이가 참.. 2022. 12. 20. D+131 미국 에너지 요금은 미쳤다 미국 동부에서도 추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아, 물론 최근 한국 날씨를 보니까, 지금은 한국이 더 춥다. 온도만 보면 확실하다. 한국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반해 여긴 그저 영하 1~2도 수준이다. 이곳 사람들은 계속 아직 진짜 겨울은 시작도 안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체감 온도는 여기가 더 추운 듯하다. 이유는 집이 춥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온이 우리나라 강원도와 더 비슷한 지역의 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열도 난방도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바닥 난방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온풍기 만으로는 정말 겨울을 나기가 어렵다. 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면서 온풍기가 거의 하루 종일 틀어져 있는데, 그럼에도 집안 온도를 20도 이상으로 끌어올리.. 2022. 12. 17. D+128 거실을 울리는 서툰 우쿨렐레 소리 우리 딸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쳤는데, 미국에 와서는 다시 초등학교 4학년 1학기가 되었다. 만약 아이가 9월 전에 태어난 아이였으면 5학년이 되었겠지만, 9월에 태어나서 다행히도 4학년으로 들어갔다. 미국에 오자마자 신학기 시작. 한국에서 마음의 준비는 모두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갑작스럽고 모든 것이 낯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나 아내 모두 올 한 학년은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기로 했다. 그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 미국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이다. 아내는 자신의 학교 생활 시작으로 정신이 없었고, 나는 미국으로 물리적 이동을 하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한 사전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한 상태로 미국에.. 2022. 12. 12. 이전 1 2 3 4 5 6 ··· 9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