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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88

D+96 새로운 가족을 만나러 갑니다 아이는 올해 4학년이 되면서 금방 학교에 적응했다. 팬데믹 때문에 2학년 때 전학 온 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전면 등교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친구들을 만나 사귀기 시작하니까 적응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게다가 이런 적응의 문제는 비단 전학생의 문제만은 아니어서 아이에게 적응에 특별히 불리할 것도 없었다. 원래 학교를 다니고 있던 자기들끼리도 서로 잘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한 학기만에 우리 아이는 그렇게 잘 적응한 학교를 뒤로 하고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 아이는 많이 내색은 안 했지만 상실감이나 실망감이 굉장히 커 보였다. 미국에 가는 것이 자신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돌이 지난 직후 한국으로 돌아왔기에 미국에 대해서 .. 2022. 11. 28.
D+89 내 헤어 디자이너는 미국 대학원생 십 년 전 한국에 돌아오게 됐을 때,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다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 미용실에 간다는 것은 사치 중에 하나였는데, 아무래도 원래 비용이 싸지 않은 데다 디자이너에게 팁까지 줘야 하니 선뜻 미용실을 가기가 쉽지 않았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영어로 머리를 어떻게 잘라달라고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다. 나는 미국 유학을 이십 대 후반에 간 것이어서 일반 생활 영어 실력이 매우 부족한 편이었는데, 특히 자주 방문하지 않는 미용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말들을 잘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시절에도 미용실에는 정말 잘 안 가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유학 시절 6년을 미국에 살면서 단 한 번도 미용실에 가본 적이 없다.. 2022. 11. 27.
D+86 아이와 박물관 가는 돈이 그리 아깝더냐? 며칠 전부터 학교에서 오는 이메일 가정통신문에서 이번 수요일에는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보았다. 갑자기 뜬금없이 학교를 가지 않는다기에 무슨 공휴일이나 명절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라고 한다. 아이들의 22-23학년도의 첫 번째 분기가 끝나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지만, 선생님들은 근무하는 날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중간 성적을 내고 분기에 대한 행정처리를 하는 날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뜬금없이 평일에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니, 아이와 함께 뭘 하고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주말에는 어디를 방문하든 사람이 많아 쉽게 지칠 수 있으니 인기가 많은 곳은 잘 방문하지 않게 되는데, 이번엔 평일인데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니 그런 곳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나와 .. 2022. 11. 27.
D+81 무서워서 못 하는 남자, 무서워서 해치우는 여자 '띵 띵~’ ‘응? 무슨 소리야?’ ‘타이어 기압이 안 맞는다네. 정비를 받아 봐야겠는데?’ 며칠 전, 산 지 두 달 정도 된 나의 새로운 미국차에서 처음으로 경고등이 떴다. 연식과 마일리지가 조금 된 중고차를 사면 여러 가지 정비 이슈가 생기는데, 그 첫 현상이 생긴 것이다. 내가 산 중고차는 지난번에도 말했듯, (이 글 참조) 2011년 독일 M사의 4륜 구동을 지원하는 준중형 세단이다. 참고로 이 정도 연식의 차량은 건실한 일본, 한국의 브랜드 준중형 차량보다 독일 브랜드의 준중형 차량이 더 저렴하다. 이유는 바로 일본차나 한국차의 정비가 훨씬 용이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차는 정비 비용이 비싸고 부품 수급도 쉽지 않다. 처음에는 안전한 독일차를 구매했다며 안심했다가 정비를 받을 생각을 하.. 2022. 11. 25.
D+78 미국 동부에서의 월동 준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군대 제대할 때까지, 근 20년 동안 단독주택에 살았다. 서울엔 몇몇 단독주택 단지들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인 성북구 돈암동 일대에 집이 있었다. 단독주택에 살면 왠지 엄청나게 부유한 삶을 산 게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흔히 생각하는 성북동이나 한남동의 근사한 단독주택촌이 아니라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쌍문동 동네에 더 가까운 분위기였다. 단독주택에 살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몇 가지 단점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겨울에 정말 많이 춥다는 것이다. 몇 살 때까지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짧게 연탄을 때던 시절도 있었고, 리모델링 후에는 보일러로 온돌을 땠지만 아버지가 1년에 한두 번 정도 기름을 배달해서 보일러에 넣어.. 2022. 11. 25.
D+75 카카오 먹통 사태를 보며 미국에서 든 생각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브런치, 블로그, 유튜브 등의 개인 채널 조회수를 확인했다. 마치 방송국이나 제작사 시절 시청률을 확인하듯. 아직 웹 작가, 크리에이터로서 성과를 거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조회수의 등락이 매일 글쓰기와 콘텐츠 제작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브런치와 티스토리 블로그 모두 먹통이다. 무슨 일이지? 한국 포털에 들어가 뉴스 기사를 훑어보는데, 카카오 데이터 센터에 불이 났단다. 카카오 데이터 센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은 내가 4개월 전까지 다니던 회사에서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건물이다. 내 자리에서 고개만 들면 보이는 건물. 그런데 그 건물 안에서 불이 났고, 이로 인해 모든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 동포.. 2022. 11. 18.
D+70 미국에선 정말 분리수거 안 해도 되나요? 미국에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가정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다. 즉 쓰레기는 모두 커다란 봉지 하나에 때려 담아 커다란 덤스터 쓰레기통에 때려 넣는다. 음식물 쓰레기도 분리배출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배출을 아예 하지 않는다. 그저 배수구에 쑤셔 넣고 그라인더로 갈아 하수구로 흘러내려 보낸다. 한국에서 가사에 익숙해 쓰레기 분리배출을 실천하던 사람들에게, 이런 행동은 엄청난 죄책감으로 돌아온다. ‘아니, 이렇게 쓰레기를 버려도 돼? 환경오염이 심하다고 하는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이렇게 하다니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그래서 양심에 비추어 분리배출을 하려고 해도, 따로 담을 곳이 없어 분리배출이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에 충격받고 미국 사람들은 재활.. 2022. 11. 18.
D+68 가을이라 가을바람, 가을 축제 미국에선 가을이 되면 세 개의 큰 명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10월 말의 핼러윈, 11월 말의 추수감사절, 12월 말의 크리스마스. 이렇게 세 개의 축제를 축으로 선물이나 물건들을 구입하고, 집을 꾸미고, 여러 활동을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인 핼러윈과 추수감사절은 가을의 축제여서 약간 세트로 돌아가는 느낌이 있는데, 대형 마트에 가면 가을 느낌을 내는 여러 장식 용품과 함께 핼러윈을 상징하는 여러 무서운 장식품을 함께 진열해 놓고 판매한다. 가을 낙엽으로 장식된 현관 장식이나, 나뭇가지, 과일, 야채 등을 형상화한 물건들을 판매함과 동시에 해골, 유령, 빗자루, 묘비, 거미줄 등 핼러윈 장식을 함께 판매한다. 사실 캘리포니아에 있던 시절엔 사람들이 핼러윈이나 추수감사절을 준비하거나 장식하는 .. 2022. 11. 16.
D+61 미국에서 만난 식빵 누나의 초대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같은 아파트에 같은 학년 남자 친구 T도 처음 미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세 아이중 막내인 T는 저 멀리 유럽 마케도니아(그리스 위에 있는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에서 온 친구로, 우리 아이와 같이 ESL 클래스를 같이 듣고 바로 옆반에 버스도 같이 타고 다녀서 금방 친해졌다. T의 엄마 V는 처음 학교 버스를 태울 때 처음 만났는데, 두 아이가 같은 학년인걸 알고는 대뜸 내 전화번호를 받아 갔다. 나이는 한참 많아 보였지만, 키도 엄청 크고 언동 선수 출신 삘 나는 V의 포스는 장난이 아니었고, '와, 뭐 이런 친화력 갑인 사람이 있나' 생각했다. 번호는 가르쳐 줬어도 자주 연락이 오리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정말 하루 걸러 하루 연락이 왔다. ‘제이.. 2022. 11. 16.
D+60 루틴과 권태의 상관관계 나는 루틴에 굉장히 집착하는 편이다. 성격이 산만하고 잘 집중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루틴을 정하고 그대로 생활하지 않으면 쉬이 나태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다. 그래서 크던 작던 변화를 싫어하는 편이고, 변화가 필요할 때는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루틴을 설계하고 일주일 안에 그 루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이러한 루틴이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도시락, 커피 준비부터 씻고 옷 입고 준비해 나가는 시간까지. 철저하게 루틴에 의거해서 움직였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아침에 이메일 검토와 스케줄 관리, 업무의 순서까지 루틴대로 업무를 시작했고, 점심시간마저도 밥 먹고, 책상 스트레칭, 산책까지, 루틴, 루틴, 또 루틴이 계속되었.. 202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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