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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주부 남편 아빠 미국 정착 일기88

D+124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에 진심인 미국 사람들 추수감사절이 지나자마자 이곳 사람들이 엄청 분주해졌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마당에 내어 놓을 여러 장식들을 정비한다. 혹시 고장이 나거나 추가적으로 필요한 장식이 있다면 대형 마트에 가서 한 보따리를 구매한다. 집안 거실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선물 꾸러미, 선물이 담길 양말을 준비한다. 전에 미국에 살 땐 크리스마스 시즌에 약간 김이 새는 느낌이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아무래도 겨울이 겨울답지 않아서 크리스마스라 해도 춥지도 않고 눈이 올 리도 없다. 한국의 봄이나 가을 날씨 정도에 크리스마스를 맞다 보니 크리스마스 정취를 느끼기 쉽지 않다. 또 겨울이 우기이기도 해서, 비가 오는 탓에 장식을 밖에 많이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사는 곳은 겨울이 거의 한 달 전에 .. 2022. 12. 10.
D+123 월드컵 16강인데… 같이 환호할 사람이 없어요 ‘에이~C!!’ 아침 10시 5분, 아내도 연구실에 가고, 아이도 학교에 간 시각. 원래 같으면 아침 운동 끝내고 집 청소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 시간이지만, 오늘은 이른 아침에 욕부터 나온다. 희박한 경우의 수를 획득하기 위한 태극 전사들의 마지막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골. 경기가 시작한 지 차마 5분밖에 안 된 시간이었다. 단순히 승부만이 아닌, 많은 것이 걸려 있었던 경기였기에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그 기대가 5분 만에 꺾이는 듯했다. 평소 같으면 지고 있는 상태에서의 조마조마함을 90분 가까이 이어가야 하는 상황을 나는 피하곤 했다. ‘에잇’하면서 티브이를 꺼 버린다. 지난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그랬다. 실패의 과정을 지켜보기란 그 마음이 편하.. 2022. 12. 10.
D+119 미국에서 월드컵 응원을 한다는 것 추수감사절 연휴가 지나고 첫 월요일 아침 8시, 한국 시각으로는 28일 저녁 10시,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과 가나의 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이 벌어졌다. 1차전 우루과이전은 휴일이어서 편하게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평일 오전이라 아이가 학교 버스를 타러 가는 시간이기 때문에 전반전 경기의 대부분을 놓쳐야 했다. 하지만, 재빨리 집으로 돌아와 나머지 경기를 시청했다. 나는 대한민국의 흔하디 흔한 축구팬이다. 열광적이진 않지만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이강인이 뛴다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경기 결과를 확인하기도 한다. 은근 케이리그에도 관심이 많아, 관심이 가는 경기는 하이라이트도 챙겨보는 편이다. 사실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도, 농구도, 흔한 프로 스포츠나 국가 .. 2022. 12. 8.
D+114 아내의 생일과 10년 만에 미국에서 영화 관람 우리 가족의 생일이 모두 하반기에 몰려 있어서, 올해의 생일은 모두 미국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9월, 아이와 내 생일을 보냈고, 오늘 아내의 생일이다. 미국은 내일부터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낸다. 추수감사절은 매해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데, 아내의 생일은 늘 이 언저리에 있다. 올해는 다행히(?) 아내의 생일이 추수감사절 전날이어서, 아내와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추수감사절 전날이면 평일인데 왜 다행인지 묻는다면, 추수감사절 당일은 정말 어떤 가게도 문을 열지 않아서 집콕 외에는 옵션이 없기 때문이다. 아내와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하다가, 마침 개봉했지만 보지 못하고 있던 마블의 한 영화를 관람하러 극장을 찾기로 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모두가 공감을 하겠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2022. 12. 8.
D+113 추수감사절 스터핑 레시피를 받다 전 세계에서 미국에서만 명절로 지내는 추수감사절의 주간이 시작되었다. 추수감사절은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무사히 신대륙에 잘 정착하고 살아남아 첫 수확을 거둔 것을 감사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미국으로부터 기독교를 전파받았던 한국은 아직도 교회에서 추수감사절을 절기로 지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기독교가 지키는 절기가 아니고 미국인들만 지키는 명절이라서,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와는 그 기원이 완전히 다르다. 유럽이나 호주 등 다른 서양권에는 추수감사절이 없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추수감사절은 그 명절 만의 특별한 음식이 유명하다. 오븐에 구운 통 터키 구이와 그 안을 채운 스터핑, 그리고 매시드 포테이토와 크랜베리 소스, 그레이비소스, 이렇게 음식을 준비한다. 각 가정 별.. 2022. 12. 6.
D+108 자격지심 극복 대작전 *오늘 쓰는 글은 아직 내가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하지만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한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머리로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 굳건하게 믿으며 노력하고 있지만, 무의식과 감정의 습관은 그 반대 방향을 늘 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늘의 글은 대단한 이상향을 향하고 있음에도, 그 반대를 향하는 무의식 때문에 전혀 반대인 모습을 근거로 한 어휘나 태도가 드러날 수 있다. 난 지금 나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허용되어야 하는 다른 가정의 모습의 하나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 물든 나의 무의식과 감정은 여전히 틀에 박힌 ‘옳은’ 가정의 모습에 매몰되어 불쑥불쑥 솟아오르곤 한다. 어쩌면 평생의 여정일지도 모르는 나의 삶의 방향에서 또 엇나간 오늘의 모습이다. *이 글 안에서 남자와.. 2022. 12. 6.
D+106 미국에서 첫눈 오던 날 오랫동안 한 곳에 정착해서 살다 보면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바로 날씨다. 8월 초에서 중순이 넘어가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 것을 특별한 징조가 없이도 알 수 있고, 11월 중순이 다가오면 그때의 날씨 경향과는 무관하게 반짝 하루 이틀 추위가 오는 것도 알 수 있다. (수능 추위라고 하지) 그만큼 봄이 되어서도 3월은 아직 춥고, 4월엔 아무리 따뜻해도 겉옷을 하나 정도 챙기는 것이 좋으며, 5월엔 가끔 반팔을 입는 것이 당연한. 그렇게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한 곳에 오래 살아 몸과 머리에 날씨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 이주하고 어쩌면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이 날씨다.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남반구 국가로 이주하.. 2022. 12. 6.
D+105 나이 많은 세탁기와 건조기 한국에 있을 때 미국에서 살 집을 보면서 유념하면서 체크했던 것들 중에 하나가 집에 주요 가전제품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거의 대부분의 집에 가전제품을 사거나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마련해 들여와야 하지만, 미국에선 세놓는 집의 경우에는 주방 가전은 완전히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세를 놓는다. 그래서 부동산 앱이나 사이트의 공고문 내용을 보면 가전제품은 무엇이 있는지, 언제 교체했는지, 얼마나 새 거인지 써 놓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글을 보면 흰색 주방가전 완비, 은색 주방가전 완비, 이런 식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은색 주방가전이라고 하면 아, 가전제품이 신형으로 마련되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기본적으로 스토브 탑, 오븐, 전자레인지, 냉장고, 식기세척기와 같은 주방 가.. 2022. 12. 1.
D+100 100일간의 미국 정착, 우리는 정착했을까?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날이 2022년 8월 1일, 그날로부터 100일이 지났다. 정확하게 100일이라고 못 박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착에 필요한 여러 세팅을 마무리하는데 100일 정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얼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모든 미국 생활의 세팅이 마무리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오늘 달력을 보니 미국에 온 지 100일이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벌써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일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이주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출국하기 일주일 전부터다. 우리 가족의 귀한 시간을 잘 남겨놓고 싶었고, 사진도 동영상도 좋지만 당시의 생생한 감정을 잘 남겨 놓고 싶었다. 늘 작심삼일에 용두사미, 계획만 거창하게 하고 흐지부지 되는 일이 많았던.. 2022. 12. 1.
D+98 마침내 집에 온 새 가족 때문에 흥분의 도가니? 토요일에 디디를 입양하고 보호소에 디디를 남겨둔 채 집으로 온 뒤로, 아이는 어서 빨리 디디를 데리고 오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기쁘고 설레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기쁘기도 했지만, 데리고 올 방법도 없는데 계속 징징대기만 하니 이런 것만큼 힘든 것도 없다. 특히 딱히 내가 해줄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 보고 싶다, 빨리 데리고 오고 싶다, 이런 말만 5초에 한 번씩 반복하고 있는 아이를 보자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차라리 잊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시간이 더 빨리 올 텐데 하면서 말이다. 특히 이번 주 월요일 화요일은 학부모 상담 기간으로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아, 아이의 징징거림은 그 강도를 더해 간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모처럼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기간인데, .. 202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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