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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민42

2-5 해외이주? 혼자 다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생활을 했던 나는 미국 이주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감이라 함은 이런 거다. 이미 한 번 살아봤으니 웬만한 제도나 행정적인 부분들은 다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처럼 정착이나 이주에 대한 시행착오 없이 착착 진행해 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이주 준비를 시작하기 전까지, 아무런 걱정도 없이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이유에는 세 가지 정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과거의 기억이 조작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마치 과거에 내가 미국에 살 때, 무슨 일이든 잘 진행하고 잘 적응했었던 것으로 착각했다. 모든 제도에 대한 것도 빠삭했었다고 오해했다. 10년이 지나고 나니 정말 누구의 말처럼 사람의 .. 2022. 12. 6.
D+113 추수감사절 스터핑 레시피를 받다 전 세계에서 미국에서만 명절로 지내는 추수감사절의 주간이 시작되었다. 추수감사절은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무사히 신대륙에 잘 정착하고 살아남아 첫 수확을 거둔 것을 감사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미국으로부터 기독교를 전파받았던 한국은 아직도 교회에서 추수감사절을 절기로 지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기독교가 지키는 절기가 아니고 미국인들만 지키는 명절이라서,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와는 그 기원이 완전히 다르다. 유럽이나 호주 등 다른 서양권에는 추수감사절이 없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추수감사절은 그 명절 만의 특별한 음식이 유명하다. 오븐에 구운 통 터키 구이와 그 안을 채운 스터핑, 그리고 매시드 포테이토와 크랜베리 소스, 그레이비소스, 이렇게 음식을 준비한다. 각 가정 별.. 2022. 12. 6.
D+108 자격지심 극복 대작전 *오늘 쓰는 글은 아직 내가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하지만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한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머리로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 굳건하게 믿으며 노력하고 있지만, 무의식과 감정의 습관은 그 반대 방향을 늘 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늘의 글은 대단한 이상향을 향하고 있음에도, 그 반대를 향하는 무의식 때문에 전혀 반대인 모습을 근거로 한 어휘나 태도가 드러날 수 있다. 난 지금 나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허용되어야 하는 다른 가정의 모습의 하나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 물든 나의 무의식과 감정은 여전히 틀에 박힌 ‘옳은’ 가정의 모습에 매몰되어 불쑥불쑥 솟아오르곤 한다. 어쩌면 평생의 여정일지도 모르는 나의 삶의 방향에서 또 엇나간 오늘의 모습이다. *이 글 안에서 남자와.. 2022. 12. 6.
D+106 미국에서 첫눈 오던 날 오랫동안 한 곳에 정착해서 살다 보면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바로 날씨다. 8월 초에서 중순이 넘어가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 것을 특별한 징조가 없이도 알 수 있고, 11월 중순이 다가오면 그때의 날씨 경향과는 무관하게 반짝 하루 이틀 추위가 오는 것도 알 수 있다. (수능 추위라고 하지) 그만큼 봄이 되어서도 3월은 아직 춥고, 4월엔 아무리 따뜻해도 겉옷을 하나 정도 챙기는 것이 좋으며, 5월엔 가끔 반팔을 입는 것이 당연한. 그렇게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한 곳에 오래 살아 몸과 머리에 날씨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 이주하고 어쩌면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이 날씨다.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남반구 국가로 이주하.. 2022. 12. 6.
D+105 나이 많은 세탁기와 건조기 한국에 있을 때 미국에서 살 집을 보면서 유념하면서 체크했던 것들 중에 하나가 집에 주요 가전제품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거의 대부분의 집에 가전제품을 사거나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마련해 들여와야 하지만, 미국에선 세놓는 집의 경우에는 주방 가전은 완전히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세를 놓는다. 그래서 부동산 앱이나 사이트의 공고문 내용을 보면 가전제품은 무엇이 있는지, 언제 교체했는지, 얼마나 새 거인지 써 놓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글을 보면 흰색 주방가전 완비, 은색 주방가전 완비, 이런 식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은색 주방가전이라고 하면 아, 가전제품이 신형으로 마련되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기본적으로 스토브 탑, 오븐, 전자레인지, 냉장고, 식기세척기와 같은 주방 가.. 2022. 12. 1.
D+100 100일간의 미국 정착, 우리는 정착했을까?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날이 2022년 8월 1일, 그날로부터 100일이 지났다. 정확하게 100일이라고 못 박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착에 필요한 여러 세팅을 마무리하는데 100일 정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얼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모든 미국 생활의 세팅이 마무리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오늘 달력을 보니 미국에 온 지 100일이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벌써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일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이주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출국하기 일주일 전부터다. 우리 가족의 귀한 시간을 잘 남겨놓고 싶었고, 사진도 동영상도 좋지만 당시의 생생한 감정을 잘 남겨 놓고 싶었다. 늘 작심삼일에 용두사미, 계획만 거창하게 하고 흐지부지 되는 일이 많았던.. 2022. 12. 1.
D+98 마침내 집에 온 새 가족 때문에 흥분의 도가니? 토요일에 디디를 입양하고 보호소에 디디를 남겨둔 채 집으로 온 뒤로, 아이는 어서 빨리 디디를 데리고 오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기쁘고 설레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기쁘기도 했지만, 데리고 올 방법도 없는데 계속 징징대기만 하니 이런 것만큼 힘든 것도 없다. 특히 딱히 내가 해줄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 보고 싶다, 빨리 데리고 오고 싶다, 이런 말만 5초에 한 번씩 반복하고 있는 아이를 보자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차라리 잊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시간이 더 빨리 올 텐데 하면서 말이다. 특히 이번 주 월요일 화요일은 학부모 상담 기간으로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아, 아이의 징징거림은 그 강도를 더해 간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모처럼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기간인데, .. 2022. 11. 28.
D+61 미국에서 만난 식빵 누나의 초대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같은 아파트에 같은 학년 남자 친구 T도 처음 미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세 아이중 막내인 T는 저 멀리 유럽 마케도니아(그리스 위에 있는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에서 온 친구로, 우리 아이와 같이 ESL 클래스를 같이 듣고 바로 옆반에 버스도 같이 타고 다녀서 금방 친해졌다. T의 엄마 V는 처음 학교 버스를 태울 때 처음 만났는데, 두 아이가 같은 학년인걸 알고는 대뜸 내 전화번호를 받아 갔다. 나이는 한참 많아 보였지만, 키도 엄청 크고 언동 선수 출신 삘 나는 V의 포스는 장난이 아니었고, '와, 뭐 이런 친화력 갑인 사람이 있나' 생각했다. 번호는 가르쳐 줬어도 자주 연락이 오리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정말 하루 걸러 하루 연락이 왔다. ‘제이.. 2022. 11. 16.
D+60 루틴과 권태의 상관관계 나는 루틴에 굉장히 집착하는 편이다. 성격이 산만하고 잘 집중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루틴을 정하고 그대로 생활하지 않으면 쉬이 나태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다. 그래서 크던 작던 변화를 싫어하는 편이고, 변화가 필요할 때는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루틴을 설계하고 일주일 안에 그 루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이러한 루틴이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도시락, 커피 준비부터 씻고 옷 입고 준비해 나가는 시간까지. 철저하게 루틴에 의거해서 움직였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아침에 이메일 검토와 스케줄 관리, 업무의 순서까지 루틴대로 업무를 시작했고, 점심시간마저도 밥 먹고, 책상 스트레칭, 산책까지, 루틴, 루틴, 또 루틴이 계속되었.. 2022. 11. 14.
D+57 페런하이트와 마일, 그리고 파운드 일상생활 안에서 단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인간은 교육과 사회생활을 통해 특정 숫자에 감정과 기분 척도를 달리하는데, 이 특정 숫자 뒤에는 늘 단위가 따라붙는다. 의외로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단위는 돈 단위이다. 특정 휴대폰 브랜드가 150만 원이 넘는다며 비싸다고 생각하고, 사과 한 박스가 15,000원이면 싸다고 생각한다. 연봉이 1억이 넘으면 성공했다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모 직종에서는 실수령 월급이 200만 원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거리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도 마찬가지다. 키가 180이 넘으면 훤칠하다고 생각하고, 100km 거리는 굉장히 멀다고 느낀다. 50m 정도 거리에 있다고 하면 거의 다 왔다는 걸 알 수 있고, 책상의 길이가 1,800mm라는 설명에 살지 말지를 고민한다. 무게는 또..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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