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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착9

D+159 우리 집에 초대합니다 누구든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에서 도를 이동, 아니 시에서 시로 이동만 하더라도 쓰레기 분리배출에서부터 사소한 행정 복지 시스템, 아파트 관리 규정들이 미세하게 달라서 은근히 불편함을 야기하곤 한다. 이웃과의 거리감이 점차 멀어지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모르는 것들을 이웃에게 물어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짧지 않은 시간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심할 때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한국 내에서 시에서 시, 도에서 도로 이동한다 할지라도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나라에서 나라로 이주를 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일들이 얼마나 많았으랴. 처음 이곳에 오고 나서 약 한 달 동안은 정말 잠도 잘 자지 못할 정도였다.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도 온 가족이 함께 삶의 터전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2023. 1. 11.
D+106 미국에서 첫눈 오던 날 오랫동안 한 곳에 정착해서 살다 보면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바로 날씨다. 8월 초에서 중순이 넘어가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 것을 특별한 징조가 없이도 알 수 있고, 11월 중순이 다가오면 그때의 날씨 경향과는 무관하게 반짝 하루 이틀 추위가 오는 것도 알 수 있다. (수능 추위라고 하지) 그만큼 봄이 되어서도 3월은 아직 춥고, 4월엔 아무리 따뜻해도 겉옷을 하나 정도 챙기는 것이 좋으며, 5월엔 가끔 반팔을 입는 것이 당연한. 그렇게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한 곳에 오래 살아 몸과 머리에 날씨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 이주하고 어쩌면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이 날씨다.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남반구 국가로 이주하.. 2022. 12. 6.
D+100 100일간의 미국 정착, 우리는 정착했을까?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날이 2022년 8월 1일, 그날로부터 100일이 지났다. 정확하게 100일이라고 못 박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착에 필요한 여러 세팅을 마무리하는데 100일 정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얼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모든 미국 생활의 세팅이 마무리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오늘 달력을 보니 미국에 온 지 100일이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벌써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일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이주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출국하기 일주일 전부터다. 우리 가족의 귀한 시간을 잘 남겨놓고 싶었고, 사진도 동영상도 좋지만 당시의 생생한 감정을 잘 남겨 놓고 싶었다. 늘 작심삼일에 용두사미, 계획만 거창하게 하고 흐지부지 되는 일이 많았던.. 2022. 12. 1.
D+6 주말에도 멈추지 않는 정착 전쟁 맞벌이 직장인들에게 주말은 치열하게 쉬어야 하는 이틀이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각종 업무와 인간관계에 시달리고, 또 집에 돌아와서는 밀린 집안일과 엄마 아빠 노릇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점점 피로가 쌓이면 주말에는 결국 꼼짝도 못 하고 휴식에 전념하게 된다. 미국으로 이주를 하고 첫 주말을 맞았다. 불과 지난 월요일 인천에서 비행기를 탄 후, 화요일 새벽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그리고 그 후 4일 동안 정착하게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들이 쌓여 피로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주말이라고 낮잠도 좀 늘어지게 자고, 브루노 마스의 노래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끊이지 않는 아마존 배송과 수많은 가구 조립, 그리고 청소 등으로 인해 주말도 정.. 2022. 10. 18.
D+5 가구 조립의 굴레 아마존이 미국의 풍경을 많이 바꾼 것은 사실인가 보다. 십 년 전 살던 미국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이란 모두 쉬는 날이다. 관광객을 위한 상점이나 주말 나들이를 위한 일부 상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운영을 하지 않는다. 내가 미국에 살던 시절은 온라인 커머스가 아주 초반인 시절이었는데, 아마존이든 이베이든 유피에스든 우체국이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배달을 오는 경우는 없었다. 아마존 배송 일정을 보는데 토요일, 일요일 막 이렇게 뜨길래, 설마 이때 올까 했는데, 정말로 수없이 많은 물건이 배송이 왔다.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주문했던 물건부터 그제 주문한 물건까지 정말 많은 물건이 배송이 왔다. 오늘의 가장 큰 해결 과제는 식탁 조립이었다. 한국에서는 굉장히 간단한 아이케아의 식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미국의 새 .. 2022. 10. 14.
D+4 우리에게도 일상은 오는가 또다시 아침은 밝아 오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아직 완전히 정착된 것이 아니고, (당연하게도) 하루하루 새로운 이슈가 생겨 해결해야 하기에,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다소 두렵기도 하다. 아무래도 아내와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시작해야 안정될 것 같다. 아침엔 임대인 보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어제 우편으로 받은 아파트 보험 이슈를 정착 에이전트에게 부탁했는데, 다행히도 잘 해결해서 문서를 나에게 보내주셨고 나는 아파트 보험 관리 대행업체에 그 내용을 보내주기만 하면 되었다. 에이전트가 아침 일찍 움직여 주어 빨리 처리할 수 있었다. 또 아이 소아과 검사 예약도 부탁했는데, 소아과에서 예방접종 증명서를 방문/제출해야지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단다.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해결할 스케줄이 하나 추가된다. 아… .. 2022. 10. 12.
D+3 우린 외국인이고, 난 미쳐간다 우리 가족이 정착하게 될 주는 한국 면허를 미국 주 면허증으로 교환해 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다시 미국으로 오는 것을 준비하면서 운전면허를 다시 따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좀 있었는데, 면허 시험 필요 없이 면허를 받을 수 있다니까 안심이 좀 되었다. 유학할 때 면허를 네 번이나 떨어진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번거로운 것이 있었는데 영사관에서 운전면허를 번역 공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밌는 건 요새 한국 면허증의 뒷면에는 영어로 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영사관에 번역을 요청해야 한다. 이 절차는 반드시 영사관에 직접 방문해서 처리해야 하는데, 팬데믹 이후 영사관 방문은 반드시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예약 후 방문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데… 이 ‘영사민원 24’ 사이트가 어젯밤.. 2022. 10. 10.
D+2 바쁘다 바빠. 정착은 힘들어 나와 아내는 진한 여독에 밤새 곯아떨어졌지만 딸아이는 어제 오후 세 시에 잠이 들어 밤 열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깨 버렸다. 그럼에도 나와 아내는 그렇게 시차 적응에 실패한 아이를 돌볼 정신도 없었다. 그저 아이가 깬 것을 의식으로 알고는 있지만, 그저 잠에서 깰 수 없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혼자서 이리저리 놀이를 하면서 그 긴 시간을 홀로 보내 주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기도 했다. 이쁜 것. 괜히 밤새 홀로 시간을 보냈을 딸아이 때문에 코가 시큰해진다. 아침부터 할 일은 또 너무나 많았다. 많지는 않지만 현금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없고, 또 계속 한국 카드와 통장의 돈을 쓸 수 없는 우리로선 현지 은행 계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해서 온 가족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2022. 10. 7.
D+1(2) 다시, 시작. 리셋이 싫어 이사를 하면 버릴 짐들과 그러지 말아야 할 짐들을 구별해야 한다. 그런데 그 필요가 이사 전과 이사 후가 그렇게 늘 달았던 것 같다. 주로 버리지 말아야 할 짐들엔 굉장히 삶이 윤택해지는 물건들이 많고, 버릴 짐들엔 마치 공기와 같아서 어디에 쓰는지 눈치채지 못하는 물건들이 많다. 그래서 막상 이사해서 짐을 열면 이건 왜 들고 왔지 하는 물건과 도대체 그걸 왜 버렸지 하며 후회하는 물건들이 꼭 생기게 된다. 이번에도 그런 물건이 한가득이다. 리셋의 달인인 우리 가족은 (이런 식으로 짐을 다 버리고 먼 거리 이동을 하는 이사를 한 적이 서로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합리적으로 생활에 필수적인 물건들을 잘 골라내고 지나치게 삶의 질만 연관된 물건들은 잘 버리고 왔다고 자부했다. 적어도 짐을 쌀 때는..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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