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근무 중인 회사에 재직한 지 일정 기간이 되어, 회사로부터 리프레시 휴가를 받았어요. 제가 새로 기획하고 있는 작품이 기획 초기 단계이기도 했고, 팬데믹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아내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돌본 지 꽤 긴 시간이 흐른지라, 다들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방학 동안에 아이와 추억도 쌓고 아내의 짐도 덜어줄 겸, 설날에 붙여 리프레시 휴가를 떠나게 되었답니다.
꽤 긴 기간 동안의 휴가를 받았지만, 특별한 계획을 세운 것은 없었어요. 워낙 세 식구 모두 집돌이, 집순이에 가깝기도 했지만, 팬데믹에 여행을 계획하기도 쉽지 않고, 평소에 가장 평범한 것들에 행복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 제가 출근을 하지 않을 뿐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게 되었죠.
휴가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한 활동은 아이의 학원 셔틀이었어요. 아이는 일주일에 세 번 두세 개의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재택근무를 하는 아내가 아이를 돌보는 일 중, 가장 힘든 일이었거든요. 한창 일에 집중하고 있다가 그걸 끊고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또 카페나, 스터디룸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기다리다가 끝나면 데려오고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약 3주 동안은 아내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이 학원 셔틀에 집중했죠.
또 글을 쓰는 일도 꽤 집중했던 일 중 하나였어요.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애니 만드는 남자’도 조금 들쑥날쑥하게 쓰고 있었는데, 정기적으로 업로드를 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했어요. 티브이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기획자에게 제가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부정기적으로 나오는 게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거든요. 그게 아무리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라도 말이죠. 그래서 열심히 글을 쓰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리려고 노력했어요.
이 글 외에도 쓰고 있는 글이 하나 더 있어요. 좀 부끄럽기는 하지만 소설인데요. 업으로 하고 있는 일이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일이다 보니, 어른이 보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갈증이 늘 있더라고요. 혼자 개인적으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글을 쓰는 것밖에 없어서, 소설이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있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자이니 개인 작품을 만들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 전 그림도 못 그리고, 3D 툴도 못 다룬답니다. 하하. 연애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조금 쌓이고 나면 브런치에 연재해 보려고요. 나중에 꼭 구독해 주세요.
아이와 함께 콘텐츠도 본 것 같아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좋은 작품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콘텐츠를 분석의 대상으로만 보다 보니, 작품을 즐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 일에서 거리를 좀 두고 보니, 콘텐츠 자체의 매력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또 보면서 제 아이의 반응을 살펴볼 수도 있었어요.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죠.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겼어요. 개인적인 영역에서의 콘텐츠이긴 하지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또 계속하고 있던 작업에서 거리를 두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도 샘솟더라고요. 지금 이 글에서 내용을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휴식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지난 주로 저의 리프레시 휴가는 끝이 났어요. 팬데믹 전에는 다들 리프레시 휴가를 쓰면 가족 여행이나 제주/강원 살이 등 일상을 벗어나는 계획을 많이 세우곤 하던데, 이 시기에 그런 계획을 세우기는 어려웠어요. 하지만 원래 일상을 즐기는 타입이기도 하고, '일상의 회복'이 진정한 '리프레시'라고 생각하기도 하기에, 매우 뜻깊었다고 생각해요. 평소에 가지 못했던 병원에 가서 검진이나 치료도 받고, 아이와 시간도 보내고 한 것이 새로운 콘텐츠의 기획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었어요. 뭐, 물론 그런 이유로 회사에서 리프레시 휴가를 준 거겠죠?
이제 다시 회사로 돌아가 신작 애니메이션의 기획에 박차를 가해야 해요. 휴식으로 새 힘을 얻은 만큼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죠? 애니메이션 시리즈 한 개를 제작해 어린이 시청자들을 만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아직까지는 긴 여정이겠지만, 어서 빨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 시청자 여러분들을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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