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에 산다!128 D+14 늘 그렇듯 길을 잃은 그녀 (이 내용은 이 글과 사건을 공유합니다) 아내는 중증 길치, 방향치다. 내가 불안하다 싶으면, (요거 길 잃고 헤맬 것 같은데… 싶으면) 어김없이 길을 잃고 헤매며 전화해 성질을 낸다. 오늘은 아내가 인터내셔널 스튜던트 오리엔테이션이 있어서 학교에 가는 날이다. 아내는 아직 정식 수업이 아닌 만큼, 호기롭게 홀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겠노라고 선언했다.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데다 시간도 길어서 과연 잘 다녀올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아무래도 늦겠다며, 가는 길엔 라이드를 해주고 오는 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점심 즈음 아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아이와 집에 돌아와 아이 학교 웹 등록과 블로그/브런치 글 등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는데 아내가 드디어 버스 타기를 도전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올 것이.. 2022. 10. 25. D+10 학교는 네가 가고, 긴장은 내가 한다 너무나도 긴 시간 동안 운전을 해야 했음에도 당일치기로 다녀왔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오늘 딸아이의 학교 등록을 위한 카운티 학교 당국과의 화상 미팅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후 2시 반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첫걸음은 이 화상 미팅에서 중요한 정보를 잘 얻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의 학창생활, 어렸을 적부터 난 엄청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하이틴 영화를 보면서 친구들과의 우정, 하이스쿨 스윗하트, 졸업 무도회, 멋진 학교 캠퍼스와 폼 나는 교내 활동… 하나하나가 나의 로망이다. 멋대가리 없고 숨 막히기만 하는 한국 남자 고등학교 생활을 한 내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 2022. 10. 24.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아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던 학교의 불합격 통보를 받을 무렵, 내가 다니던 회사의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새해의 연봉협상이 올해 들어 한 달 가까이 늦어졌다. 사장님께 각 직원에 대한 연봉을 보고 드렸는데, 아직 결재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새로운 해에는 성과 지표를 모두 수치화해서 절대 평가로 연봉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당장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점점 빡빡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연봉 협상에선 역대로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수치로만 따지면 크게 차이 나지 않았지만, 뭔가 일 년 동안 진행한 업무에 대한 질책을 받는 듯한 느낌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일 년 동안 진행했던 업무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던 터라 자격지심이 있.. 2022. 10. 24. D+9(2) 로드트립이 준 교훈 (앞 글에서 계속) 요새는 한국 고속도로에도 암행 순찰차가 생겨서 많이 낯설지는 않지만, 내가 유학을 하던 시절에는 암행 순찰차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나 장거리 운행을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기 위해 속도위반을 많이 하는데, 한국처럼 속도위반을 카메라로 잡는 것도 아니고 하니, 조금 맘 놓고 위반하기도 했다. 옳지는 않지만, 그 시절엔 그랬다.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 줄이고 그러니까. 그러다가 무서운 미국 경찰한테 잡히면 (풀 오버라고 한다) 매우 무서운 건 안 비밀이다. 미국에 온 지 열흘이 안 되어 경찰에게 풀오버 되다니… 갓길에 차를 대고 가만히 있는데 손 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미국에서 경찰이 차를 세우면 절대 꿈쩍도 하면 안 된다. 핸들을 잡고 있는 상태로 있다가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 2022. 10. 22. 희망이 산산조각 나다 사람은 자기 스스로 만든 암시에 쉽게 잘 속아 넘어간다. 계속 스스로 어떠한 믿음이 있으면 정말 그렇게 된다고 믿는다. 아니, 그렇게 됐다고 믿는다. 나와 아내가 그랬다. 오랫동안 고생해서 유학을 준비해서인지, 이제야 겨우 학교 지원을 모두 마친 상태였지만 이제 곧 합격자 발표를 줄줄이 받을 거란 기대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나는 나대로 이전 글에서 썼듯, 남몰래 회사 미국 지사 설립, 혹은 크리에이터 활동 등을 하겠다는 계획을 새운 뒤, 벌써 그렇게 되었다고 나 스스로 믿은 듯했다. 아직 사장님께 말씀 한 번 드린 적이 없는데, 혼자서는 벌써 그렇게 하기로 한 사람인 듯 생각이 들었다. 물론 머리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도 기분만은 그랬다. 새해가 밝고 이제는 본격적인 기다림의 시간이 되었다. 새로운.. 2022. 10. 21. D+9(1) 갑작스레 떠난 원데이 로드트립 일주일 전 차량구매와 운전 면허, 그리고 영사관 면허증 번역 사이에서의 상관 관계를 언급한 바 있었다. 어찌저찌 정보를 통해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즈음해서 영사관 예약이 오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시름 놓고는 시간에 맞추어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오픈된 예약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3주 후이고, 그 이야기는 면허를 받는 일정이 한없이 미뤄져 내가 차를 구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빨라야 9월말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완전 좌절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들어가면 예약 취소건이 있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말 틈만 나면 영사민원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이번주 수요일에 영사관 예약 자리가 난 것을 찾아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 2022. 10. 21. 희망 회로 2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장래 희망을 정한 후로 난 20년이 넘게 영상과 관련된 공부와 일을 하면서 살았다. 대학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방송국에서 조연출을 했고, 유학을 가선 영화과를 다니며 애니과 사람들과 단편 애니 프로듀싱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선 누구나 다 아는 그 애니메이션 만드는 회사를 다니며 애니메이션을 기획 제작하는 프로듀서로 8년을 다녔다. 미국행을 결정하면서 아내가 공부하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해 봤는데, 앞의 글에서처럼 그런 작전(?)이 먹히지 않으면, 유튜브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사실 유튜브라는 매체가 내게 잘 어울리는 매체는 아니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단편 영화만을 만들었다. 짜인 각본에 의한 연기를 찍고, 이를 기민한 편집으로 잘 만들.. 2022. 10. 18. D+6 주말에도 멈추지 않는 정착 전쟁 맞벌이 직장인들에게 주말은 치열하게 쉬어야 하는 이틀이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각종 업무와 인간관계에 시달리고, 또 집에 돌아와서는 밀린 집안일과 엄마 아빠 노릇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점점 피로가 쌓이면 주말에는 결국 꼼짝도 못 하고 휴식에 전념하게 된다. 미국으로 이주를 하고 첫 주말을 맞았다. 불과 지난 월요일 인천에서 비행기를 탄 후, 화요일 새벽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그리고 그 후 4일 동안 정착하게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들이 쌓여 피로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주말이라고 낮잠도 좀 늘어지게 자고, 브루노 마스의 노래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끊이지 않는 아마존 배송과 수많은 가구 조립, 그리고 청소 등으로 인해 주말도 정.. 2022. 10. 18. D+5 가구 조립의 굴레 아마존이 미국의 풍경을 많이 바꾼 것은 사실인가 보다. 십 년 전 살던 미국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이란 모두 쉬는 날이다. 관광객을 위한 상점이나 주말 나들이를 위한 일부 상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운영을 하지 않는다. 내가 미국에 살던 시절은 온라인 커머스가 아주 초반인 시절이었는데, 아마존이든 이베이든 유피에스든 우체국이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배달을 오는 경우는 없었다. 아마존 배송 일정을 보는데 토요일, 일요일 막 이렇게 뜨길래, 설마 이때 올까 했는데, 정말로 수없이 많은 물건이 배송이 왔다.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주문했던 물건부터 그제 주문한 물건까지 정말 많은 물건이 배송이 왔다. 오늘의 가장 큰 해결 과제는 식탁 조립이었다. 한국에서는 굉장히 간단한 아이케아의 식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미국의 새 .. 2022. 10. 14. 희망 회로 1 아내가 얼추 대학원 지원을 마무리하고, 합격 여부, 혹은 인터뷰 요청 연락만을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학교를 쓰기만 하면 다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디는 가면 불편해서 못 산다며 지원서를 쓰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어디는 학교가 싼 티 난다며 지원을 꺼려하기도 했다. 이렇게 쓴 모든 학교에서 다 합격하고 나면 어디를 가야 하나 행복 회로를 돌려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아서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학교에 지원하지 않은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미국을 가기로 결정을 하면서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경력 단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했다. 이제는 아내의 합격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고 나니, 나의 퇴.. 2022. 10. 14. 이전 1 ··· 7 8 9 10 11 12 13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