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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128

D+55 한국에서 온 마지막 소포 우리 가족은 정말 단출하게 짐을 싸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가구나 대형 가전은 모두 팔거나 버렸다. (초반 글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추억의 물건들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아이가 있으면 추억의 물건들이 참 많다) 세 식구의 옷가지, 일부 생필품, 소형 필수 가전들을 제외하면 특별하게 챙긴 물건들이 없다. 십 년 전 미국에서 올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미국에 갈 때도 단출했다. 처음 준비할 때 가기를 소망했던 지역은 수도 없이 말했듯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지역이었다. 내가 유학했던 곳이기도 했고, 아내와 나의 직종의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또 겨울과 여름의 온도차가 크지 않은 곳이라 특별히 두꺼운 겨울 옷이 필요 없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곳에 가게 되면 겨울 옷들은 모두 버려버리고(!) 갈 수 있.. 2022. 11. 13.
D+51 과연 우리의 등굣길은 안전했을까? 아이가 학교 버스를 타는 시간이면 오십 대 중반 정도 돼 보이시는 스쿨 가드가 나오셔서 아이들의 학교 버스 승하차와 횡단보도 인전을 도와주신다. 우리 아이가 버스를 타는 곳은 아파트 오피스 앞인데, 학군 당국에서 고용한 소셜 워커로 여겨지는 스쿨 가드 분이 아이들의 승하차를 안전하게 도와주시니 만족감이 매우 높았다. 우리 정류장에는 두 대의 학교 버스가 서는데, 하나는 일반 배정 학교로 향하는 학교 버스 한 대와, ESL 클래스가 운영되는 조금 더 큰 학교의 학교 버스, 이렇게 두 대의 다른 버스가 선다. 원래라면 첫 번째 버스를 타고 그 학교로 모두 통학해야 하지만, 외국인 학생의 경우는 영어 수업에 익숙해질 때까지 ESL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로 재배정되어 학교를 다니게 된다. 아무래도 오분 정도 간격.. 2022. 11. 12.
D+46 도시락을 잊고 간 딸아이의 점심식사 미국 초등학교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식당에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누구는 밥으로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누구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사 먹기도 한다. 우리 딸아이에게는 아침마다 샌드위치 도시락을 만들어주는데, 전의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이가 미국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처럼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 가는 것에 대해서 엄청나게 기대를 했던 터라 매우 만족스러운 점심시간을 지내고 있었다. 아이에게 싸 주는 도시락에는 그때그때 다르기는 하지만, 가장 자주 싸주는 도시락은 샌드위치 도시락이다. 토스트 빵 두 개를 토스터에 구워서 딸기잼을 바르고 거기에 샌드위치 햄과 노란 치즈를 올린 아주 기본적인 점심 샌드위치다. 맘 같아서는 양상추나 시금치를 추가로 넣어서 야채도 좀 먹게 하고 싶지만, 그러면 아예 도시.. 2022. 11. 12.
D+44 미국 의료보험은 비싼 게 끝이 아니었다 미국에 오게 되면서 걱정이 가장 많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의료보험이다. 의료보험 하나 때문에 학교를 합격한 이후에도 미국에 와야 하나 걱정을 할 정도였다. 미국 의료보험에 대해 모두들 알고 있는 건 ‘비싸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건강보험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한국과 달리, 민간 보험을 들어야 하는 미국은 그 금액이 매우 비싸고 보장 범위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의료비가 워낙 천문학적인 금액이 드는지라,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에 가입한다. 거기에 학생 같은 경우는 보험 가입이 학교 입학의 필수 요건 중 하나다. 전에 싱글일 때는 한국에서 해외 체류 보험, 혹은 여행자 보험을 들고 왔었다. 하지만 그런 보험은 다치거나 아플 때는 보장을 해 주지만, 일반 검사나 백신, 검진 등은 보장을 해주지 않는 데다, 본인.. 2022. 11. 11.
D+42 미국에서 처음 맞는 아이의 생일 사실은 첫 번째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세 번째라고 해야 하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리고 첫 번째 생일, (보통 돌이라고 하지)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아이의 열 번째 생일. 하지만 다시 미국에 와서 맞는 첫 번째 생일인 건 맞으니까. 아이가 가장 행복해했던 생일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생일이 아닌가 싶다. 그때가 팬데믹 전이기도 했고 초등학교도 처음 들어가서, 아이의 반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 파티를 열어주었다. 우리 아이는 안 먹지만, 피자에 치킨에 김밥에 케이크까지 생일파티에는 응당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구색을 갖추어 차려주었다. 아이는 먹지는 않아도 주인 노릇을 똑똑이 해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시 생일은 북적북적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아이의 생일이 학년이 시작한 지 불과 .. 2022. 11. 11.
D+40 미국의 쇼핑 정글이 우리를 열받게 하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왔던 2008년에도 한국에선 온라인 쇼핑이 굉장히 일반화되어 있었다. 물론 그 환경은 지금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특히 패션이나 생활용품 등의 온라인 구매가 굉장히 활발했다. 나는 그 당시에 다음 쇼핑을 많이 활용해서 옷을 사곤 했었는데, 다음, 지마켓, 옥션 같은 대형 오픈 마켓도 많이 활용되지만, 개별 쇼핑몰들도 굉장히 활발하게 사용하는 추세였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미국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기 이전이었다. 물론 그때도 이베이, 아마존이 있었지만, 이베이는 주로 중고 제품 거래 옥션 같은 느낌으로 활용했고, 아마존은 온라인 책방이었다. 뭐, 넷플릭스에서 DVD를 빌려보던 시절이니 말 다했다. 물론 한국과 같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기는 했어도, 워낙 큰 땅덩어리에 배송 시스템이.. 2022. 11. 9.
D+38 살 떨렸던 미국 초등학교 커리큘럼 나잇 매주 금요일이 되면 미국 초등학교 담임과 교장으로부터 뉴스레터가 이메일로 날아온다. 담임으로부터 오는 뉴스레터에는 다음 주 교과목의 수업 계획표와 진도, 그리고 테스트 일정과 같은 학업계획서가 포함되어 있다. 또 다음 주에 있을 중요 학교 행사들도 알려준다. 지난 금요일엔 목요일에 있을 ‘커리큘럼 나잇’을 잊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뭐지? 그 말로만 듣던 PTA인가?’ PTA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만나는 미팅 같은 걸로, 가끔 미드나 영화에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저런 관계를 맺는 게 정말 어렵겠다’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마침내 그런 시간이 온 것 같아 바짝 긴장했다. (참고로 요즘은 PFA라고 하나보다. Parent-faculty association) 아주아주 무책임.. 2022. 11. 9.
D+33 그래도 주말엔 유재석 님이지! 어렸을 적 어학연수를 할 때, 한국 콘텐츠는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공공의 적이었다. 고작 1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기 위해, 한국어를 듣고 말할 기회를 줄이는 건 어학연수생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아내는 이십 대 초반에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동양인을 찾아볼 수 없는 오지로 가서 주중에는 한국 노래조차 듣지 않으면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주말이 되면 봉인했던 한국 노래가 들어간 MP3 플레이어를 틀어놓고 몰래 눈물 지었다던 추억을 지금도 꺼내곤 한다. 나는 조금 뒤늦은 이십 대 후반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해, 자연스럽게 석사 유학을 이어갔다. 나도 어학연수 때는 한국 콘텐츠를 보지 않으려 애쓰고, 외국인들만 만나서 .. 2022. 11. 8.
D+31 한국 아파트 관리비가 그립다 한국에서 출국한 것이 지난 8월 1일,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2일 아침에 도착했으니까, 이곳에 온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정착을 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신경 쓸 것이 참 많았다. 각종 생활 용품 구매, 은행 계좌 개설, 각종 생활 서비스 신청, 거기에 자동차 구매까지, 수많은 일들을 쉴 새 없이 처리해 왔다. 작은 이슈들은 이래저래 있었지만, 그래도 감사하게도 짧은 시간 동안 잘 정착해서 새로운 일상처럼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달이 다가오면서 이제 여러 가지 신청했던 각종 서비스 (보통 유틸리티라 부른다)에 대한 비용 청구가 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전기, 가스, 휴대폰에 월세까지. 휴대폰의 경우는 날짜가 조금 다르지만, 나머지는 모두 매월 1일이.. 2022. 11. 8.
2-1 아내가 박사과정 입학 제안을 수락했다 '다 온 것 같은데?' '그래?' 차를 세우고 짐칸에서 3개의 이민 가방, 3개의 대형 캐리어, 또 3개의 소형 캐리어를 내린다. 각자 들고 있는 배낭까지 하면 짐은 총 12개다. 우리 눈앞에는 3층짜리 나지막하고 옆으로 긴 아파트가 하나 보인다. 앞으로 우리 가족이 살게 될 집이다. 7월 31일, 2년이 조금 못 되는 동안 살았던 월세집을 떠나, 인천의 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 비행,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12시간을 대기하다가, 다시 비행기에 올라 5시간을 한 번 더 비행해, 8월 2일 마침내 도착한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의 한 도시. 픽업트럭을 렌트해 아내와 아이, 그리고 한 무더기의 이민 짐을 가지고, 한 시간을 운전해 마침내 한국을 떠나기 전 계약한 아파트에 도.. 202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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